▲싸이월드 홈페이지cyworld
이곳에 오기 전부터 '블로그'네 '싸이월드'네 하는 이야기들은 많이 들었지만, “공부하는 유학생이 시간이 어디 있나”라는 변명 아래 홈페이지를 만들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예전에 포털 사이트 '다음'에 까페를 개설한 뒤 몇 달 되지 않아 문을 닫아 버렸던 과거사도 있거니와 늘 나를 따라다니는 게으른 근성이 홈페이지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던 중 가장 친한 친구 한명이 “친구, 너의 그곳 생활이 궁금해”라며 “싸이월드에 사진을 올려 놓으면 쉽게 접속해 너의 근황을 알 수 있다”며 싸이월드에 가입하기를 부추겼다.
친구의 계속되는 간곡한 부탁에 일단 작년 8월 초 싸이월드에 가입만 해 놓고 9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싸이질을 시작했다. 맨 처음엔 소위 ‘도토리’가 무엇인지, ‘도토리’는 어디서 사는지조차 몰랐던 내가 큰 맘 먹고 계좌 이체를 통해 ‘도토리’ 100개를 구입하면서부터 싸이질 중독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유럽 친구들과 술 한잔 할 때마다 디지털 카메라를 지참, 전면·측면·후면 등의 다양한 각도로 사진을 찍었다. 그 다음에는 전송 속도까지 유념해 포토샵으로 사진 크기를 '400'으로 항상 줄여서 싸이월드의 미니 홈피에 사진을 등록 시켰다. 그 사진에 댓글이 달리거나 방명록이 늘어갈수록 나의 싸이질은 깊어만 갔다.
싸이질을 끊는 사람들, 남은 건 '엄마 친구' 일촌들
내 이름이 특이한 덕일까? 몇 년간 소식조차 없던 대학 선배들과 중고교 동창들이 싸이월드에서 나를 검색해 미니 홈피를 찾아오는 일까지 생기자 반가움과 즐거움은 더해갔다. ‘도토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선물까지 교환하는 것은 물론이요, 이메일 대신 방명록에 글을 남기는 친구들도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