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모르는 일본인 일깨우는 게 극일의 길"

[인터뷰] <일본 古지도에도 독도 없다> 낸 호사카 유지 교수

등록 2005.04.13 10:11수정 2005.04.1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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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으로 한일 간의 외교갈등이 심화된 2005년 봄 <일본 고지도에도 독도 없다>라는 책을 펴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 그는 한국 체류 15년 만에 한국인으로 귀화해 현재 세종대 일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으로 한일 간의 외교갈등이 심화된 2005년 봄 <일본 고지도에도 독도 없다>라는 책을 펴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 그는 한국 체류 15년 만에 한국인으로 귀화해 현재 세종대 일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는 정말 바빴다. 인터뷰 내내 30여분 간격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대부분 방송국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날(7일) KBS의 <뉴스라인>에 생방송으로 출연한 것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심지어 어떤 방송국에선 서너 개 프로그램이 동시에 인터뷰 요청 전화를 걸어올 정도였단다.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마저 전화가 빼앗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아까웠다. 하는 수 없이 이 인터뷰는 방송 출연(< CBS 시사자키>)을 위해 가는 그의 승용차 조수석에 함께 타고 방송국까지 따라가면서, 또 방송국에 도착하여서는 차를 마시고 샌드위치로 요기까지 해가면서 오랜 시간 이루어졌다.


호사카 유지(49·保坂祐). 이름만 들어서는 일본인이 분명한 그는 귀화한 한국인으로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이다.

그는 최근 <일본 古지도에도 독도 없다>(자음과모음 펴냄)를 펴내고,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보여 주는 일본의 옛 지도 17점을 국내 처음으로 공개했다. 일본과 말도 안 되는 싸움을 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천군만군을 얻은 셈이다.

망언을 일삼는 일본 정치인의 저격수 역을 자임하고 나선 호사카 유지 교수를 만났다.

TV 일기예보 지도에도 독도는 없다!

호사카 유지 교수의 책 <일본 古지도에도 독도 없다>에 대한 언론을 포함한 세간의 관심은 온통 독도 문제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 때가 때인지라 어쩔 수 없으리라. 해서 이 인터뷰도 독도 문제에 대해 묻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지도는 일본의 유명한 지도학자 이노 다다타카(伊能忠敬)가 17년 동안 일본 전역을 걸어 다니면서 1870년에 만든 관판(官板) '실측일본지도'를 기초로 하여 만든 '대일본전도'입니다. 보시다시피 오키섬은 있지만 독도는 없잖습니까. 물론 이노 다다타카 지도에도 안 나오죠.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영토라고 결론을 내렸던 당시 메이지 정부의 인식을 잘 반영한 결과라고 봅니다."

호사카 유지 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강화도조약을 맺은 1876년에 작성된 대일본전도에도 '독도는 없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당시 일본정부가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영토로 인정했음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호사카 유지 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강화도조약을 맺은 1876년에 작성된 대일본전도에도 '독도는 없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당시 일본정부가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영토로 인정했음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호사카 유지는 누구인가

호사카 유지 교수는 귀화한 한국인이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고, 도쿄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가업(플라스틱 렌즈 공장)을 잇다가 공장 운영이 여의치 않자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품어왔던 한국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다.

대학 시절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다룬 짧은 글을 읽고 그는 충격을 받는다. 일본 천황의 부인을 살해한 것과 같은 사건을 보고 일본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1988년 아예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고려대 대학원 정외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그의 박사 논문은 ‘일본제국주의의 민족동화정책 분석’이었다.

그런 그가 한국생활 15년 만인 2003년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형제들은 생활이 중요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 줬지만 연로한 부모님은 충격을 받으실까 봐 지난 1월에야 조심스럽게 흔히 미국 이민자들이 쓰는 말처럼 ‘시민권’이 나왔다고 말씀드렸다고 한다.

2002년 <일본에 절대 당하지 마라>를 냈고, 김학준의 <독도는 우리 땅>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 조성일 기자
호사카 유지 교수는 고가에 그것도 아주 어렵게 구한 '대일본전도'(1876년 제작)와 이노 다다타카가 만든 '실측일본지도'를 노트북 모니터로 보여 주며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오키섬(隱岐)은 있지만 독도는 없다며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말했다.


"실물지도가 없는 지도는,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일본지도센터에 복사해 달라고 부탁해서 영상자료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쪽에서 논문에 쓴다고 하니까 의심하지 않고 복사해 주었는데, 이런 말도 했어요. 우리 일본 사람끼리 하는 말이지만 다케시마(독도)가 없는 지도가 많다고요."

그가 이번에 공개한 옛 지도들은 1917년에 발행된 '시마네현 지도'를 비롯해 1949년 요미우리신문사가 발행한 '최신정밀일본대지도', 1975년 일본 정부 건설성 국토지리원이 작성한 '국토기본도작성지역일람도' 등 일본인들이 한국인에게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던 비공개 지도 17점이다.

현재 일본의 텔레비전들이 일기예보 시간에 사용하는 큰 일본 지도에도 독도는 나오지 않는다.

잘못된 신념이 전쟁 부른다!

호사카 유지 교수.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대일관계에서 어떤 일이든 얼렁뚱땅 넘어가다 보면 결국 한국이 불리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사카 유지 교수.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대일관계에서 어떤 일이든 얼렁뚱땅 넘어가다 보면 결국 한국이 불리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각종 역사적 자료는 물론이거니와 실효적 지배라는 사실에서 독도가 명백하게 한국 땅임에도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은 한국 측의 독도 영유권에 대한 논거를 하나씩 반박하는 수법을 쓴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논리라는 게 빈약하기 그지없고, 자기 쪽에 유리하게 왜곡 조작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인들 못지않게 일본인들 마음 속에도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는 사실이 염려스럽다고 했다.

"국제 분쟁을 피하면서 독도를 지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세계를 상대로 홍보 활동을 전개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한가하게 세계를 상대로 홍보나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감정적 대응은 금물입니다. 일본은 그걸 노립니다. 감정을 자극하여 어떻게 하든 국제적 문제로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지요."

그러면서 그는 국제사법재판소행을 주장하는 일본은 일본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고 국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국제 분쟁이 시작되면 최악의 경우 평화적인 해결 방법을 버리고 두 나라가 본격적인 교전 상태로 돌입하는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본인들의 근본적인 문화가 '무사(武士)' 문화라는 점에서도 염려의 고삐를 놓아서는 안 된다고도 그는 지적했다.

"일본 무사도는 이길 수 있는 시기를 참고 기다리다 이길 수 있다는 승산이 서면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합니다. 잘못된 신념 때문에 일본이 전쟁을 저지른 역사적 과오가 한 둘이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일본의 논리를 깊이 연구하여 완벽하게 비판할 수 있도록 우리 측 논리의 개발과 자료 수집에 매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일본 측은 한국 측이 내세우는 독도 영유권 논리에 대해 자료 비판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도출된 잘못된 것들이란 식으로 일축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본 측 비판 논리를 역비판한 논문이 나와야 합니다."

일본은 총의를 만들어가며 행동하는 나라다!

역사 교과서 문제도 그렇다.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기술하라는 압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문부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데서 알 수 있듯 정부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독도는 분명히 한국영토이지만 국제법상의 논리나 자료 면에서 일본이 내세우는 것들을 우리도 철저히 논파해 놓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도는 분명히 한국영토이지만 국제법상의 논리나 자료 면에서 일본이 내세우는 것들을 우리도 철저히 논파해 놓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이 대응하라고 주문한다.

첫째,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논리가 학생들의 교육에 악영향을 미치는 역사관이라는 사실을 논파하라.

둘째, 일본 우익들에게 활용되는 '신친일파'들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점을 논파하라.

셋째, 항의하는 대상을 일본 전체로 하지 마라.

넷째, '재수정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확실하게 수정 대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세련화하라.

야스쿠니 신사 문제 역시 간단치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야스쿠니 신사의 의식은 전몰자의 영혼을 야스쿠니 신사에 부른 후 안착 시켜 천황이 유령과 현창을 실시한 다음 호국제신으로 신격화하다는 데 그 핵심이 있다고 말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망언으로 2004년을 시작했던 고이즈미의 깜짝쇼에서 보듯 종교적 차원으로 승화 시켜 보기 때문에 야스쿠니 신사 문제는 일본이 과거를 직시할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

그래서 이 문제는 결코 진부한 문제가 아니며 속히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일본은 총의를 만들어 가며 행동합니다. 회사에는 회사마다 전체 의사가 있고, 마을은 마을마다 시에는 시마다 전체 의사가 존재하며 그 전체 의사가 신처럼 사람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 방식을 규정합니다. 그래서 일본은 총의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신이 지배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국 헌법 제1조에 나와 있는 천황에 대한 규정은 대단히 유의미하다.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고 이 지위는 주권을 가진 일본 국민의 총의에 입각한다.'

또한 그는 깊이 연구해 보지 않아 잘 모른다는 전제 아래 일제가 한반도를 근대화시켰다는 역사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일본이 한반도를 근대화 시켰다는 것은 어느 면에서 볼 때 거짓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국, 한국인을 위해서 실시했던 근대화가 절대 아닙니다. 그것은 이주한 일본인들과 수탈을 위한 것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으로 한일 간의 외교갈등이 심화된 2005년 봄 <일본 고지도에도 독도 없다>라는 책을 펴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 그는 한국체류 15년 만에 한국인으로 귀화해 현재 세종대 일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으로 한일 간의 외교갈등이 심화된 2005년 봄 <일본 고지도에도 독도 없다>라는 책을 펴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 그는 한국체류 15년 만에 한국인으로 귀화해 현재 세종대 일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관심 없는 대다수 일본인을 깨워라!

그는 소위 일본 공략 전문가다. 일본인으로 자라왔고, 가족들 모두 일본에 있어 누구보다 일본을 잘 안다. 일본이 곧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18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한국인과 어느 정도 동화돼 왔다. 그렇기에 일본을 공략해야 하는 한국인의 입장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가 <일본 古지도에도 독도 없다>에서 보여주는 것은 독도 문제뿐만 아니라 역사 교과서 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정신대 문제 등 모든 한일간의 첨예한 문제들에 대한 일본 공략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대단히 설득적이다.

"일본의 모든 사람이 한국을 적대시하지는 않습니다. 실제 이같은 시각을 갖고 있는 집단은 소수의 우익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크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독도문제든, 역사 교과서 문제든 여기에 관심조차 없는 대다수의 일본인들까지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일본의 양심 세력들과 힘을 합쳐 이런 대다수의 일본인들에게 정확한 것을 알려주고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김영삼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오기씨가 "일본인은 '복수'이고 '복안'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 말에 주목한다.

복안적 눈을 갖고 바라보면 대다수의 일본 국민들도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는 일본 군국주의의 희생자였고, 현재도 우경화되는 일본 정부의 희생자라는 것이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역사를 잘 모르는 대다수의 일본인들을 일깨워 주는 것이 일본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누가 뭐래도 이번에는 일본이 잘못했다!

독도 문제에서부터 역사 교과서 문제에 이르기까지 불거진 한일간의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계속해서 자료 업데이트를 해야 할 정도로 자체 브레이크로는 제동이 불가능해 보인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일본인의 입장에서 서서 보더라도 이번에는 일본이 잘못했다고 호사카 교수는 말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국정부의 구체적이고 단호하고 즉각적인 대응은 적절했다고 그는 평가했다.

그는 "독도는 한국땅임을 확실히 인식시키고 국제 사회에 홍보를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논리도 중요하지만 시각에 호소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도는 한국땅임을 확실히 인식시키고 국제 사회에 홍보를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논리도 중요하지만 시각에 호소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사실 고이즈미 총리도 놀랐을 겁니다. 한국이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 몰라 내심 당황하고 있을 겁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식의 그동안의 미온적 대응이 오히려 저들의 무례함을 초래했다고도 생각됩니다. 일본에게는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일본은 확실하게 이쪽의 의사를 전달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행위를 상대방이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 정부가 일본의 눈치를 보면서 전략을 계속 바꿔 나갔던 과거의 태도를 청산하고 백년대계로서 교과서 왜곡 문제와 독도 문제를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과의 화해는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거론했듯 역사 교과서 문제, 야스쿠니 신사 문제 등은 앞으로 반드시 한국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일간의 소모적인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복수'인 일본을 '복안'으로 보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 우리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는 일본인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지 않고 양국의 미래를 보장하는 노력이 된다고 봅니다. 이는 주저 없이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 할 일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古지도에도 독도 없다

호사카 유지 지음,
자음과모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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