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호주는 지금> 대규모 세금 인하 및 복지수당 삭감 조치

등록 2005.06.20 21:07수정 2005.06.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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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표현되는 지구상 최대의 복지국가 호주에 적잖은 사회, 제도적 변화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정부는 지난 5월 10일, 실업자와 이혼모 및 편모, 장애자들에게 지급되는 생활 수당을 대폭 삭감하고, 근로자들의 소득세 감면 단행을 골자로 하는 2005/ 2006 회계 연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새 예산안에 따라 새 살림이 시작되면 그간 사회의 약자 층으로 각종 수당혜택을 받아 온 장기 실업자와 홀부모 , 장애자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대대적인 세금감면 조치와 복지수당 삭감을 단행하게 된 배경으로는 높은 세율과 지나친 복지혜택이 국민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들 수 있다.

호주는 노동활동인구 6명 중 1명이 실업수당으로 먹고살며, 노동력의 7% 가량은 실업 수당보다 지급액이 더 높은 장애인연금으로 살아간다. 각종 산업재해를 포함한 장애수당 수령액은 40년 전에 비해 3배가 늘어난 상태다. 여성들의 경우 일하는 대신 홀부모 수당을 받아 생계를 꾸리는 숫자도 45만명에 달한다.

15~69세 연령층 가운데 현재 노동력에 참가하지 않고 미취업 상태에 있는 숫자는 약 380만명. 이 중 120만명은 취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분류됐지만, 실제로는 6만 5천 명 정도만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말하자면 나머지 110만 명은 이런 저런 이유를 내세우기에 앞서 한마디로 일할 의사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각종 복지 수당을 줄여야만 유휴 노동력들이 먹고 살기 위해 비로소 일터로 나오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던 길고 긴 호시절’의 막을 내리고 이제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 것’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호주 정부는 복지 국가의 근간을 이루어 온 높은 개인소득세율이 생산성 저하의 원인이 되는 폐단을 시정하고자 향후 4년 동안에 걸쳐 217 호주 달러 규모의 세금감면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율 개정안에 따르면 금년 7월 1일부터 최저 누진세율을 기존의 17%에서 15%로 낮추고 , 42% 세율 적용 기준 연봉을 현행 5만8천 달러에서 6만3천 달러이상으로 조정된다.

그리고 최고 누진세율 (47%)이 적용되는 연봉도 현재의 7만 달러에서 9만5천달러로 상향 조정된다. 4단계 누진세율 개혁에 따른 세금인하 조치로 인해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개인마다 적게는 연 80달러에서 많게는 4천5백2달러의 실질 추가 소득이 돌아가게 된다.

호주 정부의 이 같은 특단의 세금 감면 조치는 최근 고도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국의 활발한 경제활동에 기인하고 있다.

최근 호주 경제는 중국에 대한 원자재 및 에너지원 수출로 인해 전에 없는 활기를 띄면서 지난 30년 이래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차이나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로 표현될 정도로 철광석과 석탄, 아연, 구리 등의 광물자원과 가스등 천연 에너지 자원을 비롯하여, 일용품에 이르기까지 호주의 생산품이 중국 수출의 호재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중국 시장의 거대한 수요 덕에 호주 기업들의 이윤이 엄청나게 늘어남에 따라 대규모 소득세 인하 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메이커>에도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메이커>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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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호주 이민, 호주동아일보기자, 호주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지냈다. 시드니에서 프랑스 레스토랑 비스트로 메메를 꾸리며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부산일보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이민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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