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하면 저절로 연상되는 귀염둥이 코알라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몰려 암컷 코알라들이 강제 불임수술을 받게 됐다. 호주에만 서식하는 유일한 동물로 캥거루와 함께 관광 외화벌이에 적지않게 기여하고 있는 코알라가 식물생태 환경파괴범으로 낙인 찍힌 연유는 '못말릴 편식' 습관 탓이다.
호주에만 있는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먹고 사는 코알라는 총 600종의 유칼립투스 가운데 오직 마니검 류만을 먹이로 하는 지독한 편식쟁이로 이 나무 외에는 다른 식물은 물론 별도의 물도 먹지 않기 때문에 이름조차 '코알라'(물을 먹지 않는다·No Drink)라는 원주민 언어로 불린다.
환경단체들은 코알라가 집중적으로 서식하는 지역의 유칼립투스 나무가 급격히 손상되고 있을 뿐 아니라 먹이가 모자라 굶어죽는 코알라들이 속출하고 있어 달리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남단 캉가루 섬에 집중 서식하고 있는 코알라 가운데 암컷 8천 마리를 불임조치하기 위해 400만불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캉가루 섬의 코알라 숫자는 3만 마리가 넘고 매 5년마다 그 수가 배로 불어나기 때문에 암컷에 대한 불임시술은 코알라 수를 제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만약 방치할 경우 캉가루 섬의 자연 환경은 대책없이 늘어나는 코알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고, 결국은 코알라까지 기아 상태에 빠지게 돼 섬 전체가 코알라 시체로 덮이게 될 것이라는 경고이다.
암컷 코알라 불임조치에 앞서 지난 1996년에는 이 섬에 살던 5천마리 코알라 가운데 2천마리를 사살할 계획을 세웠으나 이곳을 찾는 연 50만명의 해외관광객들을 의식한 나머지 무산되었다.
그러던 중 9년만에 무려 3만 마리 이상으로 불어나자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상 호주 전체의 코알라는 10만 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90년대 초만 해도 1천만 마리 이상이던 것에 비하면 멸종위기에 대처해 오히려 보호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한 곳에서만 오랜 동안 서식해 온 코알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킬 경우 적응력이 떨어져 결국 죽기 때문에 타지역으로 분산하는 방법도 효율적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20시간 이상을 자느라 다른 동물을 해코지한 일도 없고,특유의 귀여운 생김새로 관광상품 역할까지 톡톡히 해 온 코알라들이 한 가지 음식을 고집하는 이유로 불임의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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