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사금파리 부여잡고 2부 96

끝나지 않은 싸움

등록 2005.06.23 17:02수정 2005.06.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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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일은 장판수를 바라본 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성질 급한 장판수는 도로 장막 안으로 들어가려 어깨를 돌렸다. 그 순간 최효일은 다급히 외쳤다.

“자네 목숨을 노리는 이들이 있네!”


장판수는 그 말에 슬쩍 고개를 들어 최효일을 쏘아 보았다.

“그게 뭐 어쨌단 말입네까? 내래 목숨 걸고 오랑캐와 싸운 죄 밖에 없는데 그리 원한다면 그깟 내 목숨 가져가라우요. 단 가져갈 실력이 된다면 말입네다.”

최효일의 외침소리에 놀라 나온 차예랑이 장판수의 말을 다 듣고서는 그를 진정시킨 후 최효일에게 물었다.

“차근차근 말해 보시오.”
“장초관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고 했네. 난 그 말만 전할 뿐이외다.”
“기다릴 거 있습네까! 그들이 누군지 보러 갑세다!”

최효일은 그 말에 크게 놀라 손사래를 쳤다.


“사실 그들이 지금 당장 장초관을 해하기 위해 한 밤중에 나를 이리로 보내 자네를 데리고 오라한 것이네. 그런데 어찌 호랑이 굴로 들어가려 하는겐가?”
“호랑이굴? 푸하하하하하!”

장초관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마구 웃음을 터트렸다.


“호랑이굴에 어찌 여우와 늑대만이 몰려 있다는 것입네까? 혹시 후환이 두려워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할지 말만 해 주시라우요.”

최효일은 잠시 말이 없다가 결심을 한 듯 방금 전과는 달리 정중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난 그들처럼 비겁하게 살기 싫소. 준비를 단단히 한 후 날 따라오시오.”
“준비를 하라니? 오직 난 이 칼만 믿을 뿐이오!”

최효일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저들도 소문을 들어 칼로는 당해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마 멀리서 활을 쏘아 해할지 모르는데 어찌 그리 무모하시오? 내가 앞장서서 활을 쏠 수 없는 곳으로 둘러 갈 수 있소.”

최효일을 따라 나서려는 장판수를 차예랑이 급히 말렸다.

“아니되오! 이 자를 어찌 믿고 따라 가려 하시는 것이오? 잠시만 기다려 보시오. 엄호할 이들과 같이 가 보십시다!”

장판수는 차예랑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차예랑은 십 여 명의 병사들을 데리고선 장판수와 최효일의 뒤를 따랐다.

“낮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날 도우려는 이유가 뭡네까?”

최효일은 힐끗 장판수를 쳐다본 후 퉁명스럽게 답했다.

“착각마시게! 자네가 잘 나서 돕고 싶은 게 아니라 불의를 따를 수 없어 이러는 것뿐이니깐!”

그 말에 잠시나마 우쭐한 마음이 들었던 장판수는 가슴 한구석이 덜컥 내려앉았다.

‘하긴 내래 남한산성에서도 그러지 않았나! 병사들이 날 따르니 괜히 잘 난 놈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렇게 어리석게 행동한 결과로 결국 나만 살아남고 그들을 비명에 가 버렸지….’

최효일이 앞장서서 가는 길은 진지와는 떨어진 곳이었지만 어떤 매복이나 공격은 없었다. 커다란 막사 아래 다다른 최효일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장막을 쓱 걷어 올려 들어서며 소리쳤다.

“여기 장초관을 데려왔소!”

막사 안에 있던 이종신 이하 무관들은, 손에 칼자루까지 든 장판수를 보고서는 얼굴이 한순간 핼쑥해졌다.

‘궁수 몇 놈들에게 숨어서 저자를 저격하라 일렀는데 어찌된 일인고?’

장판수는 당당히 장막에 들어서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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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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