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입시 전형 발표, 제2라운드 '땡~'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입시생과 학부모의 맷집은 어느정도일까

등록 2005.06.28 09:19수정 2005.07.1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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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27일 2008학년도 입시 전형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논술을 통합 교과형으로 치르겠다는 것. 인문계는 역사와 사회, 자연계는 인문과 사회 과학 등 복합 영역에서 논술 문제를 출제하겠다는 것이다.

'장사가 되는' 면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몇 순위 안에 드는 입시 뉴스를, 최고의 공급처인 서울대가 발표했는데도 언론의 반응은 건조하다. 대부분의 신문이 이 뉴스를 사회면에 배치하고 있다. 토를 단 경우도 거의 없다. 그저 서울대의 발표 내용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다.

왜일까?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4월 30일 논술 비중을 높이고 출제 유형을 복합 교과형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때와 지금의 발표 내용상 차이는 '복합'이란 용어가 '통합'이란 용어로 바뀌었다는 점, 그리고 통합 교과형의 예를 약간 들었다는 점 정도다.

그런 점에서 이 뉴스를 단순 보도 기사로 처리한 언론의 편집 태도는 상식적이다.

상식 수준을 깬 언론도 있다.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이 뉴스를 1면에 배치한 뒤 종합면에서 상세히 해설하고 있다.

하지만 두 신문의 해설 포인트는 다르다. <서울신문>이 통합 교과형 논술 시험이 도입된 후 몰아칠 과외 열풍을 '우려'하는 데 비해, <조선일보>는 '주목'하고 있다. "본고사와 논술고사 간의 경계선을 놓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어 주목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주목'이 과도하다고,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기는 쉽지 않다. 엄밀히 따져보면 구문에 불과한 것을 갖고 다시 불을 지피려는 의도가 뭐냐고 물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 불씨를 당긴 곳은 <조선일보>가 아니다.

서울대는 4월 30일 복합 교과형 논술 시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술형 본고사'란 용어를 썼다. 당시 언론은 이 용어가 서울대의 속내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대서특필했고, 논란은 3불 정책으로 확대됐다. 이 때 정부 당국의 대응은 '안된다'로 집약됐다. 교육부는 서울대 발표 다음날 밤에 긴급히 돌린 보도 자료에서 "서울대의 논술 강화가 본고사로 변질 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기세는 며칠 만에 미묘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국·영·수 위주의 지필고사만 아니라면"이라고 말꼬리를 흐렸고, 정시모집 비율을 낮추겠다는 서울대의 방침은 높이 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두 달 여가 흐른 뒤 교육부는 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 서울대가 어제 통합 교과형 논술 시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교육부는 이렇게 평했다. "정시 모집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서울대의 대입 전형이 다양화 됐고, 교육부가 금지하는 국·영·수 위주의 지필 고사가 아닌 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로 교육 수장이 된 김진표 교육 부총리는 3불 정책의 법제화 요구를 거부한 바도 있다.

5월 초야의 긴박했던 대치 국면이 어떻게 해서 한순간에 유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었을까? 그 주된 요인은 일단 논리전의 성패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본고사는 '국·영·수 위주의 지필고사'다. 다시 말해 국어·영어·수학의 단순 지식을 묻는 지필고사만 아니면 교육부가 제동을 걸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바로 이 약한 고리를 쳤다. 교과목을 뛰어넘어 역사와 사회, 철학과 예술, 일상생활과 자연과학을 아우르겠다는 데에야 교육부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서울대가 이 정도의 '우세'에 만족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형식논리를 앞세운 줄다리기는 언젠가는 끝낼 수밖에 없다. '끝장보기'를 위한 전환점은 입시생과 학부모의 피로도에 따라 조성될 공산이 크다. 국·영·수 위주의 지필 고사든, 통합 교과형 논술 시험이든, 입시생이 떠안는 부담감은 같다는 정서가 광범위하게 유포될 때가 '우세' 국면이 '한판' 국면으로 전환되는 지점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조선일보>의 말대로 "본고사와 논술 고사 간의 경계선"을 둘러싼 줄다리기이겠지만, 그 줄다리기는 경우에 따라 본고사 부활이냐 아니냐는 단순한 국면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주목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10월에 있게 될 서울대의 2차 발표, 즉 보다 자세한 논술 유형과 예시 문항 공개는 최종 라운드로 가기 위한 제2라운드가 될 것이다. 입시생과 학부모의 맷집이 어느 정도일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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