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사금파리 부여잡고 2부 100

끝나지 않은 싸움

등록 2005.06.30 17:00수정 2005.06.3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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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몽고병들은 뜻밖의 일에 말에서 내려 동료의 상태를 살피고서는 크게 분노했다. 몽고병 하나가 말에 올라타 도망가는 계화를 토끼 잡아채는 솔개 마냥 낚아채어 집어 올린 후 말위에 싣고선 내어 달렸다. 계화는 발버둥을 쳤으나 세차게 내 달리는 말 잔등 위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계화와 동료의 시체를 싣고 마을을 빠져나온 몽고병들은 산등성에게서 거칠게 계화를 내려놓았다. 몽고병들이 계화에게 죽은 동료의 복수를 하겠다는 건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말을 놓아 둔 채 몽고병 셋은 낄낄거리며 한쪽으로 물러섰고 한명은 계화를 거칠게 몰아붙이며 옷을 벗기려 하였다. 계화는 숨을 깊게 몰아쉬며 옷섶을 거머쥐었고 몽고병은 사납게 계화의 뺨을 후려쳤다.

-짝!

계화는 충격으로 귀가 멍멍하고 눈앞이 노래졌지만 정신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계화는 품속에서 호신용으로 갖고 다니던 작은 칼을 뽑아들고선 죽을 각오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악!”

손등에 칼을 맞은 몽고병이 주춤거리는 사이 계화는 죽을힘을 다해 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 광경을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는 몽고병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고 계화는 단숨에 훌쩍 말 등에 타고선 미친 듯이 말 엉덩이를 후려쳤다. 3명의 몽고병이 간발의 차로 계화를 놓친 뒤 말을 잡아타고선 뒤를 쫓기 시작했다.


말 등에서 위태롭게 매달려있다시피한 계화를 기마에 익숙한 몽고병들이 따라잡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 그 때 계화의 눈앞에 활 통을 맨 이들이 나타났다. 뜻밖의 사태에 당황한 건 활 통을 맨 이들이나 몽고병이나 계화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이 상황에서 계화는 말고삐를 거꾸로 틀어버렸고 몽고병들은 오히려 자기들 쪽으로 달려오는 계화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순간 풀숲에서 손 하나가 튀어 나오더니 계화가 탄 말의 고삐를 바로 잡아주었다.


“워! 워!”

몽고병들은 더 이상 계화를 쫓다가는 자신들이 위험해 질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선 말을 돌려 도주해 버렸다. 겨우 말을 진정시킨 후 땅위에 내린 계화는 자신을 구해준 이의 얼굴을 보았다. 헝클어진 수염에 남루한 옷차림이었으나 눈빛에서는 기품이 흘렀고 말고삐를 잡은 손은 매우 억세어 보였다.

“어찌 된 일이오?”

계화는 궁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했고 사내는 부하로 보이는 이들과 함께 계화의 말을 다 들은 후 몽고병의 횡포에 화를 금치 못하면서 한편으로는 계화의 용기를 칭찬해 마지않았다.

“난 의병을 이끌고 있는 차충량이라고 하네. 용기가 대단하이. 게다가 말 타는 법은 어찌 익혔는가?”
“익혔다기 보다는, 우연히 말을 얻어 탈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눈썰미로 보아둔 것입니다.”

계화는 문득 장판수가 떠올랐다. 계화에게는 호감이 가지 않는 태도와 말투를 지닌 장판수였지만 가끔씩은 그녀의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사내였다.

“그래 이제 마을로 돌아갈 것인가?”
“…사실 마을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오늘과 같은 일이 또 다시 벌어지면 남은 이들도 살아가기 막막할 것입니다.”

차충량은 부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차라리 궁말의 아녀자들을 진중으로 데려가는 것이 어떠한가?”
“저희들이야 장군님의 명을 따를 뿐이지요!”

사람들은 마치 한 사람이 대답하듯 우렁차게 소리쳤고 차충량은 계화를 보며 여유 있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너무 걱정 말게나. 내가 가는 곳은 조선 군사들이 집결해 있는 곳이니 저런 껄렁한 것들이 함부로 범접하지는 못할 걸세.”

계화는 자신만만한 차충량을 보며 실로 오래간만에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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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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