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소설> 흐르는 강 110

대원군 집정기 무장개화세력의 봉기, 그리고 다시 쓰는 조선의 역사!

등록 2005.07.26 16:54수정 2005.07.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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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의 중앙 마당 언덕에 자리 잡은 사령실.


"수영장님 오늘 배편으로 들어온 문건들입니다."

오후에 들어온 조운선으로부터 건네받은 문서들을 한 아름 안은 부관이 사령실로 들어왔다.

강화 일대의 해도(海圖)를 훑고 있던 수영장(水營長) 고선지가 부관의 문서를 받아들고는 하나씩 훑어나가기 시작했다.

백호대나 민간으로 나가는 비노출 암호는 <논어집주> 판각본의 쪽수와 줄과 칸을 적은 숫자를 마치 거래 장부인 양 작성하지만 영(營)과 영(營)사이에 오가는 문서는 모양이 기이한 자모의 변형자획을 가지고 표현했다. 이 암호는 모아쓰기가 아닌 풀어쓰기 방법을 쓰지만, 그저 자모의 모양을 변형시켰기에 쓰기가 편하고 자획을 조합만 하면 되므로 한 눈으로도 해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도장이 찍힌 투명한 비단사를 문서 아래에 찍힌 본영의 직인 위에 얹었다. 부관이 확인을 했겠지만 다시 한 번 수영장이 직인 위조여부를 확인했다.


"부관, 인사참모 불러와"

수영장 고선지가 문서를 읽다가 한 곳에 눈을 고정시킨 채 부관에게 명령했다. 부관이 나가자마자 옆 방에 있던 인사참모를 데리고 들어섰다.


"본영에서 부대 개편 결과를 보고하라는군. 어디까지 진척 되었더라?"

수영장 고선지가 물었다. 영수 권기범이 직접 탑승했던 병조선을 통해 명령서를 받은 게 벌써 보름 전이었다. 그때까지 조선 군영의 직제와 부대 편제를 그대로 쓰던 것을 본영의 지시에 의해 급하게 재편성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더구나 갑작스레 밀려드는 조련병의 조련과 기존 수영의 군비를 강화하느라 그러잖아도 여름을 더 뜨겁게 보내고 있는 터였다.

"조선 군영의 편제에 맞추어 오-대-기-초-사-영의 구성으로 있던 것을 새 편제로 바꾸는 일까지는 완결이 되었습니다. 인원 구성은 5명, 10명, 30명, 100명 단위의 오, 대, 기, 초 규모를 응용하되 그 명칭과 소임을 달리 했사옵니다.

먼저 부대의 기초 단위는 오(伍)로써 5명으로 구성되며 일반 병졸 중의 중급 지휘자인 오장(伍長)의 지휘를 받습니다. 2개의 오로 이루어지는 분대(分隊)는 기존의 대(隊)에 해당하는 단위로서 10명으로 이루어지며 일반 병졸의 우두머리인 대총(隊總)이 통솔하게 되옵니다.

이러한 대가 3개 모여 소대(小隊)를 이루며 군액이 30인에 이르는데 참위(參尉), 또는 그 위 직급인 부위(副尉)가 소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 단위가 군관급 장교가 통솔하는 최소의 규모로 각 제대의 가장 기본 단위가 되겠사옵니다. 이러한 소대가 3개 모인 것이 중대(中隊)가 되겠사온데 중대본영의 10인을 포함하여 3개 소대 90인과 더불어 100인이 중대를 이루옵니다.

중대장은 정위(正尉)벼슬이 맡사오며 부분적인 인사 권한과 군수 보급 권한까지 부여받은 전술 단위의 가장 근간이 되는 편제이옵니다."

"그러니까 그 중대장이란 것이 과거 초관 벼슬에 있던 직급이 맞지?"

"예, 그러하옵니다."

"같이 편성해 놓고도 영 헛갈린단 말이야. 어험, 계속 하게."

수영장 고선지는 이 참모 제도라는 게 참 편리하단 생각을 했다. 장수인 자신은 정작 전술을 입안하고 전쟁에 이기는 방법만 고민하기에도 벅찬데 각 분야의 자잘한 것까지 신경을 써야한다면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터였다.

"100인 규모의 중대가 4개 모이고 3명이 운용하는 소포 10문으로 무장한 화포소대 30인을 포함하여 전령 5, 회계인사 3, 군의 7, 화병(취사병)과 참모, 지원 소대 등 100인으로 편성된 본부 중대가 합쳐져 대대(大隊)를 이룹니다. 따라서 대대는 총 15개 전투소대 500인으로 이루어지고 대대장은 참령(參領) 직급의 장수가 맡사옵니다. 일이 생겼을 때 전략 단위의 행동은 대대별로 이루어지도록 한 구조이옵니다.

만약 우리가 성공하여 조선 전체의 군 편제를 바꿀 땐 대대 위에 연대(聯隊)단위 부대를 편성할 모양입니다만 현재로선 연대 대신에 사단(司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수영(水營)이 사단에 속하는 단위지? 그러니까 내가 참장(參將) 벼슬을 받은 게 아니냔 말야?"

"예, 그러하옵니다. 본시 사단은 4개 전투대대 2000명과 공병중대, 의무중대, 치중중대, 포병중대를 포함한 본부 대대 500명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하오나 저희 수영은 3척의 전선과 6척의 병조선, 그리고 3척의 수송선으로 이루어진 수군(水軍) 700여명에다가…."

"그럼 여각에서 조운선으로 쓰고 있는 배들은 수군에 편성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인가?"

"예, 일단은 전시에 알아서 운용하도록 되어 있고 저희 수영에 편성된 것은 아닙니다."

"그게 일원화된 지휘체제로 넣지 않고 될까…?"

수영장 고선지가 근심스러운 얼굴로 혼잣말을 했다.

"거기에다가 평소 배에서 싸우는 해전과 뭍에서 싸우는 육전 모두에 적합하도록 조직된 해병(海兵) 1개 대대 500인, 그리고 치중 중대, 포병 중대 등 본부 대대 100인을 합쳐 약 1300명의 병력이 있사옵니다."

"흠… 1300이라. 명목상 참장이군 그래."

"너무 서운해 하지 마소서, 수영장님. 비록 해병이 1개 대대 뿐이긴 하나 그 용맹과 자질의 출중함은 본영 군졸 2개 대대와 붙여도 밀리지 않을 것입니다."

"하하하. 그래도 거긴 완편 체제일 터이고, 게다가 흑호대까지 붙어 있지 않은가?"

"흑호대는 본영 편제에서 따로이 운용되며 인원 또한 적지 않사옵니까?"

"하하하. 자넨 흑호대 아이들이 조련하는 걸 지켜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흑호대가 어디 머릿수로 싸우는 아이들이던가? 거기에다가 작금에 흑호대 지원병을 차출해가는 모습을 보면 흑호대 규모가 무지막지하게 비대해지고 있는 게야."

"아니, 그런 내용을 본영에서 수영장님께도 통보해주지 않는단 말씀이옵니까?"

"알 만큼은 알려주지. 허나 여기저기 떠벌려서 득이 안 될 것도 많지. 마찬가지야. 본영의 마두승이도 이곳 해도의 사정에 대해선 막연해 할 것일세. 그게 서로에게 좋아."

"그래도 사단이란 편제를 만들었다면 본영만큼은 완편되어 있지 않겠사옵니까?"

"알 수 없지. 기 달성한 편제인지 목표로 설정한 편제인지는…."

"그럼, 만주에 있다는 마병대(馬兵隊)는…?"

"그 또한 알 길이 없어. 영수님과 병무영장이 종종 언급을 하니 그런 줄 알 뿐이지. 누구 하나 마병대의 존재여부와 규모에 대해선 언급한 바가 없으니까."

"하오나 백호대의 존재 여부도 의문이었지만 분명 활동을 하고 있잖습니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습니까?"

"글세… 알 수가 없지. 여하튼 자네가 머리 아파할 일이 아니니 우리 일에나 신경을 쓰도록 하고 지금까지의 결과를 본영에 보고토록 하게."

"예, 알겠사옵니다."

인사참모가 거수경례를 올리고 물러났다.

"아 참, 지금 조련하고 있는 저격병들과 조련병, 그리고 흑호대 조련병은 어디에 편입시켜야 하나?"

"그건 애초부터 본대로 환원할 것을 전제로 파견되었으므로 저희 편제에는 포함이 아니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저 조련병대 인원으로만 올려야 할 듯 합니다."

나가려던 인사참모가 고선지의 말에 다시 되돌아서며 답했다.

"그래, 그건 인사참모가 알아서 하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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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화에 능하고 길떠남에 두려움이 없는 생활인. 자동차 지구 여행의 꿈을 안고 산다. 2006년 자신의 사륜구동으로 중국구간 14000Km를 답사한 바 있다. 저서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랜덤하우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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