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정통무협 단장기 235회

등록 2005.08.03 08:11수정 2005.08.0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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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순간을 놓칠 백결이 아니었다.

번쩍--슈우--!


혼란스럽고 당혹해하는 상대부를 향해 세 줄기의 섬광을 피어냈다. 상대부의 무공수위나 기병으로 인해 기회를 주면 오히려 당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흣…!"

상대부는 잠시 혼란스러워하다가 상대의 기습적인 공격에 헛바람을 집어 삼키며 몸을 피해야 했다. 그는 빠르게 앞 쪽 마차 쪽으로 몸을 회전시키면서 백결의 공격권에서 벗어나려했다. 하지만 백결의 공격은 마치 그의 움직임을 예상했다는 듯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하는 수 없이 상대부는 몸을 허공에 띠워 올려 앞쪽 마차의 지붕 위로 올라섰다.

콰콰쾅!

백결의 검광이 마차에 폭사됨과 동시에 마차가 박살이 나며 무너져 내렸다. 상대부는 또 다시 몸을 회전시키면서 마차 뒤쪽으로 내려서며 그 위급한 순간에도 마차 안을 빠르게 훑었다. 부서진 마차는 예부시랑이 타고 있는 것이었다. 예부시랑은 비스듬히 기대앉은 자세로 이미 죽어있었다. 마차 바닥에서 솟구친 창날이 그의 위쪽 가슴으로 비집고 나와 관통된 채여서 쓰러지지도 못한 채 즉사했던 모양이었다.


그 순간 상대부의 등 뒤로 두 개의 만도가 그의 하체를 노리며 쓸어왔다. 그 쪽에도 적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백결의 무서운 공격을 피하기 급급했던 상대부인지라 계속되는 공격에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솟을 지경이었다. 상대부는 몸을 빙굴 돌리면서 다리를 허공에 띠워 빠르게 쏘아오는 만도를 향해 발길질을 해댔다.

헌데 그 때였다.


챙--!

상대부를 쏘아오던 만도 중 하나가 다른 검날에 의해 튕겨져 나가며 주춤거렸다. 상대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 놈의 머리 위를 타고 넘으며 뒤통수를 가격했다.

퍽--

마치 잘 익은 수박이 터지듯 허공에 붉은 선이 그어지며 한 놈의 신형이 육중하게 앞으로 넘어갔다. 동시에 다른 검날이 만도를 든 또 한 놈의 목을 몸통에서 분리해내고 있었다. 상대부는 자신을 도와준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늦어 죄송합니다. 대부."

세 인물 중 한 명이 송구스런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상대부는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만 까딱거렸다. 바로 함태감이 이 사신 일행에 끼워 넣은 천관 고수 열명 중 세 명이었다. 천관에서 비밀리에 키워냈다는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아직 당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렀다. 만도를 든 두 명의 상대를 죽이자 잠시 마차를 박살내고 그 파편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던 백결과 두 흑의인, 그리고 처음 상대부를 기습했던 인물이 빠르게 그들에게 다가들고 있었다.

선수를 빼앗겨 피하기에 급급했던 상대부는 이제 약간의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양 팔이 좌우로 펴지며 햇빛에 반짝이는 빛살을 퍼트리고 있었다. 은린비였다. 그것은 쏘아오는 백결의 섬광과 함께 허공에서 무섭게 격돌했다. 그 빠름과 위력은 백결의 검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였다.

파파파--파---!

한 순간에 전신을 난도질할 듯 다가들었던 백결의 검이 주춤거리며 밀려나갔다. 일방적인 수세에서 조금 안정을 찾은 상대부의 몸놀림은 천관 내 최고의 고수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았다. 더구나 그를 도와 세 명의 인물이 백결과 함께 공격해왔던 좌우산인(左右狻人)의 공격을 저지해주고 있는 터라 기병의 이점을 안고 견딜 수 있었다.

"제법 버티는군."

백결의 눈썹이 조금 치켜 올라갔다. 은린비는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기병이었다. 미세하나마 자신의 검날이 두 군데나 이가 빠졌음을 알았다. 백결의 얼굴이 굳어 들었다. 아무리 자신이 사형제 중에서는 무공이 뒤처진다 하더라도 이런 정도의 인물을 가볍게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수치였다.

갑작스럽게 백결의 검이 난폭한 변화를 일으켰다. 지금까지는 섬광이 작렬하는 듯한 빠름뿐이었지만 이제는 가공할 경력을 싣고 있어 은린비라 할지라도 검과 마주치면 남아날 것 같지 않았다. 상대부는 침중하게 얼굴을 굳히며 부드러움과 예리함을 동시에 가진 은린비를 마치 긴 창처럼 사용하며 백결이 다가들지 못하게 하는데 급급했다.

"허억---!"

누군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자신을 도와주던 세 명의 천관 고수 중 하나가 가슴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백결의 사형제 열명에게 반드시 두 명씩 있는 좌우산인의 무공은 백결과 버금갈 정도였다. 아무리 천관에서 비밀리에 고수를 키웠다 해도 같은 인원으로 좌우산인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벅찼다. 나머지 두 명 역시 수세에 몰려 쩔쩔 매고 있었다. 상대부가 신형을 돌리며 맹렬하게 은린비를 사방으로 쳐내며 한순간에 장내의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이미 모두 당한 것인가?)

비명소리는 이미 멈춰있었다. 언뜻 한군데서 버티는 인물들은 나머지 천관의 고수들인 모양이었다.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시기를 놓치면 자신마저도 빠져 나갈 수 없음을 느꼈다.

상대부는 재차 공력을 올려 은린비를 난폭하게 휘두르며 어느 정도 공간을 만드는가 싶더니 왼손에 어느새 콩알만 한 암기 십여 개를 꺼내들어 백결과 그 일행에게 쾌속하게 쏘아냈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는 짤막한 말이 튀어나왔다.

"퇴(退)!"

상대부가 날린 암기는 일종의 화탄이었다. 섣불리 암기로 생각해 검으로 쳐내려던 백결이 자신의 바로 앞에서 불꽃과 함께 터지는 화탄에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좌우산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재빨리 몸을 눕히며 삼장 뒤로 주르륵 물러났지만 입고 있는 옷에 군데군데 시커멓게 타들어간 흔적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타타다--탁!

화탄의 위력은 크지 않았지만 무시하고 달려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매캐한 연기와 더불어 불꽃이 사방으로 비산되었기 때문에 백결과 그 일행들은 어쩔 수없이 더 이상 쫓지 못하고 잠시 물러나야 했다.

그 순간을 이용해 상대부는 어느새 몸을 날려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달려가고 있는 곳은 십여 명에 의해 포위되어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천관의 고수 네 명이 있는 곳이었고, 그는 숨을 두 번 들이마실 시각에 그곳에 뛰어들어 은린비를 휘둘렀다.

"아악--!"

예상치 못한 의외의 공격에 천관의 고수를 밀어붙이던 몽고풍의 머리를 가진 인물이 목 부위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그는 사정을 두지 않고 맹렬하게 은린비를 휘둘렀다. 또 한명의 몽고풍 머리를 가진 인물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만도와 함께 팔이 잘려져 나갔다. 그들의 실수는 은린비를 알아보지 못하고 병기를 마주친 것이었다.

"퇴!"

하지만 상대부는 짤막하게 외침과 동시에 빠져 나갈 틈이 보이자 몸을 수평으로 눕히며 한 쪽 인물의 머리를 향해 발길질을 해댐과 동시에 은린비로 사방을 휩쓸어 갔다. 그것은 따라 온 두 명의 천관고수와 함께 포위되어 있던 네 명의 고수에게 여유를 주어 빠져 나가게 하는 적절한 행동이었다. 동시에 그의 몸 역시 용수철처럼 튕겨 나가며 어느새 십여 장을 쏘아가고 있었다.

"여우같은 놈이로군."

급작스런 화탄에 의해 잠시 지체했던 백결과 좌우산인이 뒤쫓아 오다 말고 맹렬하게 도망가고 있는 상대부 일행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실수였다. 애당초 자신은 상대부란 저 작자를 노리고 반드시 죽여야 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잡은 먹이는 절대 놓치지 않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었다.

"여우 사냥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지."

빠르게 도망치고 있는 상대부 일행을 보면서도 백결은 아직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무공에 있어서 자신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최악의 상황까지 예상하고 그 대책을 세워야만 비로소 움직이는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이 사신 일행 중 단 한명이라도 살려 보내면 안 되는 막중한 책임이 있었지만, 이 상황은 그가 예측했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고 그는 그 책임을 완수할 충분한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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