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소설> 흐르는 강 123

대원군 집정기 무장개화세력의 봉기, 그리고 다시 쓰는 조선의 역사!

등록 2005.09.16 11:55수정 2005.09.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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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에 이상궁의 침소에 드는 일이 뜸해지면서 중전 민씨의 처소를 자주 찾고 있사옵니다. 그건 대원위 대감이 바라는 상황이 아니옵지요. 중전의 성향이 다소곳하고 조용해 보이기는 하나 간혹 다부진 면이 있습니다. 민씨 또한 나름대로 속이 있을 것입니다."

"그거야 짐작하는 바이고요. 사실 민씨의 오라비 민승호(閔升鎬)만 봐도 알 일이 아닙니까. 지난 1월에 병조참판이 되더니 이번 인사엔 공조 참의로 뛰었소이다. 이게 다 무엇이겠습니까. 슬슬 민씨 척족이 머리를 내밀어 보겠다는 게지요.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어요. 외척을 막아보겠다고 천애고아를 데려다 놨더니 덕분에 여기저기서 계보도 없는 떨거지들이 다 달라붙는 격입니다."


조성하의 말에 김병국이 호응했다.

다시 조성하가 말을 이었다.

"그렇지요. 대원군은 그런 상황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는 것인데 그런 아비의 심중을 알고도 주상께서 중전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입니다. 주상 역시 나름으로는 속이 있다는 이야깁지요."

"소하(小荷: 조성하의 호)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대원군과 주도권 다툼을 하기엔 아직 주상의 보령이 너무 어리지 않으신지…?"

조성하의 말을 듣고도 김병기는 아직 반신반의했다.


"글쎄요… 주상의 보령이 벌써 17세.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지요. 허나 그 옆에 풍양 조문과 안동 김문이 있다면 친정의 구실로 열일곱은 적은 나이가 아닙지요."

조성하가 먼저 이 자리에 두 집안의 실력자들이 모여 앉아 있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야기가 이 정도까지 나왔다면 문제는 결국 실행의 방향뿐이군요."

"그래서 말인데 병권의 장악이 중요해. 아우님도 조만간 벼슬이 제수되면 못 이기는 체하고 다시 올라오시게. 지금은 갓난 아이 손이라도 빌어야 할 판인즉."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형님. 말씀대로 병권의 장악이 문제라면 우선 아버님을 밀어드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김병기가 김좌근을 거론했다.

고종 원년(1864) 2월 조대비의 교명(敎命)을 빌어 의정부와 비변사 직무를 나누어 비변사는 주로 국방과 치안에 관한 일만 관장하도록 하더니, 이듬해 3월에는 아예 이를 의정부에 합쳤다. 이러한 조치는 최고 국정기관인 의정부의 기능을 확대 강화하여 정치 운용의 정상화를 꾀해 상대적으로 왕권강화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조치가 오히려 의정부의 직권을 비대화시키는 모순에 봉착하자 고종 2년 2월에 국초 이래의 삼군부를 부활시켰다. 이로써 과거 비변사에서 나오던 군령을 다시 삼군부로 옮겼으며 국방에 관한 모든 군령을 행사함으로써 정치권과 군사권을 이원화하여 서로 견제하고 평형을 유지하게 했다. 따라서 삼군부를 의정부와 대등하게 1품아문으로 승격함으로써 삼군부는 병조에서 독립된 아문으로써 모든 군령권을 장악하게 되고, 문무 양 권의 분할 관장으로 업무 능력 발휘하는 조직이었다.

병인, 신미양요를 치르고 현재도 군비강화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삼군부의 최고군령자인 영삼군부사(領三軍部事) 자리에 김좌근(金左根)을 앉히려는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었다. 제 아무리 삼군부라도 지금이야 '대원위 분부' 하나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때이니 영삼군부사의 지위라도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그러나 만약의 때가 오면 담당지위의 힘은 요긴할 것이었기에 누가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느냐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여부가 있겠나. 과거의 직함으로 보나 원로의 권위로 보나 조정 내에 당숙만한 분이 계시기나 하던가. 조용한 가운데 꾸준히 밀면 그리 심려할 일은 아닐 터."

김병학이 말했다.

"대신 병권이 한쪽 집안사람들에게만 집중되는 것은 이목을 끌 우려가 있습니다. 해서 풍저희 가문과 티 나지 않게 적절히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봅니다."

이야기가 안동 김문에 힘을 싣는 쪽으로 흐르자 조영하가 제 몫을 챙기고 나섰다.
김병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놈. 그간의 세도로는 허기가 져 다시 제 밥그릇을 찾겠다 이 말이지.'

그러나 김병학은 노련한 웃음을 지으며 응대했다.

"의당 그래야겠지요. 양쪽 집안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어야 하겠지요."

"고맙습니다."

조영하가 대답했다.

"그나저나 혜인(惠人: 조영하의 호)께선 또 영전을 하셨다고요? 7월엔 도승지. 8월엔 돈녕부 도정으로 제수되더니 급기야 정 2품 개성유수라… 약관을 넘기자마자 그런 중차대한 자리에까지 오르시니 어쩌면 이 중에 가장 촉망받는 인재가 되겠습니다 그려. 앞으로 기대가 크오. 어찌 되었건 병권을 손에 쥐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 우리에겐 여간 잘 된 일이 아닙니다."

김병학이 축하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인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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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화에 능하고 길떠남에 두려움이 없는 생활인. 자동차 지구 여행의 꿈을 안고 산다. 2006년 자신의 사륜구동으로 중국구간 14000Km를 답사한 바 있다. 저서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랜덤하우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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