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구룡연 오르는 등산로송성영
그 북측 사내 말대로 다를 게 없었다. 이곳이 단지 북측에 있는 금강산 산길이라는 것 뿐, 계룡산 어느 만치 산행 길에서 사람 좋은 산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기분이 묘했다. 그토록 고대했던 북측사람과의 대화였지만 참으로 싱거웠다. 짠하게 가슴 속 깊이 저려오는 감동보다는 그냥 순박한 산 사람과의 만남에서 오는 즐거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내가 북측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부터 금강산에 첫 발을 디뎠을 때처럼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금강산의 절정을 저만치에 두고 그 북측 사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이러저런 얘기를 나누며 산을 올랐다.
"결혼은 했남유?"
"아직 결혼 안했습네다."
"결혼할 사람은유?"
"결혼할 사람은 없습네다. 날 좋아하는 여자가 있긴 한데 생각 없습니다."
"왜요?"
"별로 맘에 들지 않습니다"
"여기선 보통 몇 살에 결혼 하나요?"
"이곳에선 보통 서른 정도 되면 결혼하지요. 근데 선생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공주요, 충청남도 공주. 백제의 옛 도읍지 아시죠?"
"아, 예 그렇습니까. 지리산은 가보셨습니까?"
"그럼요, 한 여덟 차례는 가봤지요."
"예전에 지리산에서 구조대원으로 일하는 사람을 만났드랬는데 우리하고 생활이 비슷해서 그런지 말이 잘 통 하더군요."
"나는 시골에 농사 좀 짓고 사는 촌놈인데, 고향이 어디십니까?"
"온정리가 고향입니다."
우리는 아주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다.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관한 얘기를 꺼낼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고 생각보다 이북 사투리도 별로 쓰지 않았다.
그 북측 사내와의 정겨운 대화 때문이었는지 산행 길이 가벼웠다. 우리는 그 사내와 금강문 근처에서 헤어졌다. 헤어지기가 아쉬워 아내는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근무시간이라서 사진은 찍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