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소설> 흐르는 강 124

대원군 집정기 무장개화세력의 봉기, 그리고 다시 쓰는 조선의 역사!

등록 2005.09.22 14:02수정 2005.09.22 16:51
0
원고료로 응원
그만큼 유수(留守)란 자리가 갖는 의미는 일반 외관직과는 다른 것이었다. 조선 전기에 개성부가 유수부로 설치된 이래 18세기에 정조가 수원(화성)을 육성하면서 광주, 강화도와 더불어 사유수부제가 성립되었다.

이들 지역은 서울을 동서남북으로 둘러싸는 군사적 요충이므로 유수가 민사행정은 물론 관내의 영(營)과 청(廳)의 지휘권까지 부여 받았다. 이런 막강한 권한을 갖는 까닭에 유수자리에 2명의 정원을 두고 그 중 1명은 경기관찰사가 겸직하도록 하였으나 실질적인 권한자는 유수관에 부임하는 전임관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유수는 군사적 위치가 중요한 지역을 관장할 뿐만 아니라 부내(府內)에 축적된 많은 병선·병기·미포와 병기제조와 관련된 막대한 예산을 관장하는 직책이었으므로 정권을 담당한 당파와 척족에게 놓칠 수 없는 노른자 자리일 수밖에 없었다. 안동 김문에서도 침을 흘리던 자리였는데 풍양 조씨에게로 떨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김병학이 표현한 것이었다.

“마음 같아선 강화의 진무영을 갖고 싶었으나 세상일이 다 제 맘같이 되는 것은 아닌지라.....그나마 미약한 몸이 힘이 될까 모르겠습니다.”

조영하가 겸양의 말을 했다. 사실 강화 유수를 은근히 바라기는 했었다. 병인양요 직후 대원군이 강화도의 진무영을 강화하여 강화유수로 하여금 진무사 및 삼도수군통제사를 겸하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진무영의 지위를 종 2품 아문에서 정 2품 아문으로 하고 포군을 중심으로 종전에 경기수영의 각 진에 소속되었던 3,000여명의 병력을 소속 시켰다. 재정적으로도 사복시 등의 세납전을 이속시켰고 경기 수영에 속했던 둔전과 균역청에 소속된 어염세의 일부를 이속시켜 나름대로 독립적 이원을 꾀할 수 있게 한 곳이었으므로 탐낼 만한 곳이긴 했다.

“강화의 진무영이 세가 크긴 합니다만 바다를 사이에 둔 섬에 주둔해 있는지라 사세 급박한 일에 응원할 일이라도 있을라치면 도성에 접근하기 쉬운 개성의 관리영이 나을 수도 있지요. 외려 잘 된 일입니다. 모쪼록 혜인 대감(조영하)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이번엔 김병국이 나서 추켜 주었다.

“그렇다면...... 우포장엔 우리 사람이 앉아 있고 개성엔 혜인께서 갈 것이고 삼군부에 당숙(김좌근)께서 가오시면....그래도 아직 뭔가가 허전합니다.”


김병학이 궁리 끝에 입맛을 다셨다.

“두어 달 전 형조판서에서 총융사로 제수되었던 이용희가 지난 달 어영 대장으로 옮겨왔습니다. 그 전 어영대장 이현직이 통제사로 제수되는 통에 그리 된 것인지라 도성 내에 저희 기반이 아직 약합니다.”


김병국의 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한 달 간 훈련대장 신관호가 겸직하던 총융사 자리에 이규철이 제수되었다는 점이지요.”

조영하가 말했다.

“그야 알고 있는 바입니다만, 이규철이라면 대원군의 사람이 아니오니까?”

김병국이 반문했다.

“글쎄요.....저는 나름대로 대비마마와의 인연이 깊은 사람으로 여깁니다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겠지요.”

조영하가 의미심장한 말로 맺었다.

“대원군이 그런 중책에 대비마마의 사람을 심을 리가 있겠소?”

김병국이 물었다.

“대원군이 왜 그런 꼼수가 없겠습니까만은 어차피 이 어지러운 난국에 네 사람 내 사람을 분별해서야 맞춤한 인재를 가려 쓸 수나 있겠습니까. 등용되는 자 또한 저울질로 등 비빌 언덕을 찾는 것이 지금 세태일 게구요. 그리 걱정 안 하셔도 될 듯 하옵니다.”

조영하가 제법 자신 있게 말했다.

“병조에서 총융청 중군에 신관호의 아들 신정희를 제수한 것을 보면 총융사 이규철의 견제책을 심고자 하는 의도로 보입니다. 대원군 역시 이규철의 성향을 완전히 믿지 못한 채 총융청을 맡겼다는 이야기가 되지요.”

이번엔 조성하가 조영하의 의견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흐흠....”

김병학이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머릿속에선 풍양 조씨와의 연종에 따른 계산이 불 튀기 듯 돌고 있으리라.

김병학의 표정이 밝아졌다. 확신이 선 듯 했다.

“혜인께서 어련히 알아 처리하시겠습니까. 그리 멀지 않은 기일 안에 신임 총융사와 접견했으면 합니다만은......”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개성으로 떠나기 전 다리를 놓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두 집안이 힘을 모아 착실히 병권을 장악해 나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조영하의 말에 김병학이 대답했다. 30년 이상의 나이 차가 나고 품계도 영의정과 정 2품의 차이이건만 김병학은 깍듯이 예우를 갖추었다.

“이르다뿐이겠습니까. 모쪼록 두 집안 사이 지난 앙금일랑 훌훌 털고 국사와 종묘사직을 위해 더욱 유대를 강화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조영하가 말을 마치자 조성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니, 늦긴 하였으나 저녁이라도 드시고......”

김병학이 따라 일어서며 뻔한 인사를 했다. 영의정의 사랑에 다른 집안의 요직자들이 회동한 것도 불안스러운 일인데 시간을 지체하며 식사까지 하며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마음은 간절하지만 사정이 이만한지라......”

조영하와 조성하가 인사로 넘기고는 사랑을 나섰다. 주위 눈 때문에 굳이 김병학과 김병기는 움직이지 않고 김병국만이 배웅을 나섰다. 멀어지는 조영하와 조성하를 마루에서 내려다보며 김병기가 물었다.

“일이 이 정도까지 되었으면 차라리 이참에.......”

“흥선을 모르는가? 세인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기어이 자기 아들을 보위에 앉힌 사람이야. 어디 그뿐인가 대왕대비마마의 수렴청정을 거두면 중전의 자리를 조씨들에게 양보할 듯 하더니 기어이 두 토끼를 다 얻은 자일세. 세상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야. 풍양 조씨들을 우리 집안에 붙여 두고자 하는 것도 대원군을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지 꼭 어찌 해보자 하는 것은 아니네.”

김병학은 여전히 신중한 내색을 했다.

“삼군부의 장악이 어렵다면 3군영의 파총이상 무관을 모조리 파악해서라도 우리 사람을 만들면 됩니다. 대원군이 앉힌 것은 윗대가리 뿐이니, 중간급 무관을 장악한다면 발톱 빠진 호랑이 처지가 아니겠습니까. 조금 더 준비를 한 연후에는 결정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병기가 몸이 달아 대꾸했다.

“그렇더라도 훈련도감 쪽은 절대 건드리지 말게. 워낙에 대원군 텃밭이 되어놔서 섣불리 질렀다간 뒷배를 밟히는 수가 있으니.”

“원 형님도 그 정도 생각이야 없겠습니까.”

“하긴, 천하에 김병기를, 허허허허”

김병학이 소탈하게 웃었다. 그 때였다.

“웬 놈이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서.화에 능하고 길떠남에 두려움이 없는 생활인. 자동차 지구 여행의 꿈을 안고 산다. 2006년 자신의 사륜구동으로 중국구간 14000Km를 답사한 바 있다. 저서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랜덤하우스, 2007)

이 기자의 최신기사 그레이트빅토리아 사막 횡단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4. 4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5. 5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