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의 과거사 청산 발언으로 사법부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인정 청산론이 제기될 것이 뻔하다고 우려하고 있는 <조선> 30일자 사설.
하지만 이 논리구조는 맹점을 안고 있다. 조·중·동은 사법부 과거사 정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사법부를 이렇게 질타한 바 있다.
"지난 시절 사법부가 오직 헌법·법률·양심에 따르기보다는 정권의 지시와 압력에 굴복한 판결을 내린 일이 없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우리 사법부는 독재·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약자의 외침엔 귀를 막았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중앙일보>
"정치권력과 정보기관의 주문에 따른 '정찰제 판결' 도는 '반타작 판결'의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동아일보>
조·중·동 스스로 사법부가 독재정권 하에서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린 건 아니라고 꾸짖고 나서는 몇 줄 뒤에 가서 "왜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법관의 재판권을 훼손하려 하느냐"고 따져 묻고 있다.
<한겨레> 사설 한 구절처럼 "사법부가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렸다면 지금 과거사 청산문제를 논의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란 반론이 튀어나올 형국이지만 일단 참자. 백번 양보해서 외부세력의 사법부 훼손을 지극히 염려해서 나온 '잔소리'이겠거니 하자.
하지만 이 대목에 와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사법권은 사법부 바깥뿐 아니라 내부의 압력·지시·명령으로부터도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리하자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내린 판결은 내·외부를 가릴 것 없이 '접근금지' '촉수엄금'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결국 다음 수순을 향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뭔데 헌법기관인 법관의 독립성을 해치려 하느냐"는 주장 말이다.
말로는 사법부 과거사 정리를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부정하는 '이중주'가 연주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께름칙하다. 조·중·동의 핵심주장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조·중·동은 사설의 결론부에서 "그럼에도 사법부가 굳이 스스로 과거 청산 작업을 벌이겠다면" 다음 두 가지를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판결 검토기구에 외부 인사를 배제해 정치·사회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법부를 떠난 인사들에 대한 부관참시나 사법부 내의 인적 청산 등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중앙일보>
인정 청산 않겠다는데, 웬 인적 청산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