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정통무협 단장기 287회

등록 2005.10.19 08:13수정 2005.10.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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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정천이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하자 담천의 역시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고 송하령이 예를 취해보였다.

“만나서 반갑소.”


담천의가 보기에 남궁정천은 전형적인 세가의 자식다웠다. 균형 잡힌 몸과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 속에서도 예리하게 갈고 닦은 고수의 모습이 엿보였다. 전신에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남궁산산이 남궁정천의 옆에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인사를 시켰다.

“그리고 이쪽은 황보가(皇甫家)의 옥매(鈺妹)예요.”

여자는 너무나 아름답고 화려했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균형을 이루고, 가는 눈매에 오똑한 코가 절색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더구나 금으로 만든 조화(造花)에 귀한 보석을 달았으며 머리에 꽂은 주화나 가슴 깃에 꽂은 패옥 역시 보기 드문 진귀한 물건이어서 그녀의 미모와 잘 어울리고 있었다.

“황보가의 황보옥(皇甫鈺)이 영주께 인사드리옵니다.”

황보가 역시 중원에서 손꼽는 무림세가다. 산동성 제남부(齊南付)에 있는 황보가의 재력은 산서상인연합회에 속하지 않고는 있으나 연합회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정도. 더구나 금지옥엽인 황보옥은 강북 세 미녀를 일컫는 일봉이화(一蜂二花) 중 일화다.


“처음 뵙겠소.”

“하령 언니의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황보옥은 담천의에게 살포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송하령을 향해 예를 취한다. 송하령 역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산동 제일의 미녀를 만나 뵙게 되어 반갑군요.”

“언니는 무슨 말씀을 그리하세요. 언니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요?”

그 말에 송하령은 다시 얼굴을 붉혔다. 사실 혼인도 안한 처자가 밖으로 돌아다니며 사내를 만나는 것은 확실히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송하령은 마음이 뿌듯했다.

“자… 자리에 앉읍시다. 새로 음식을 내오라 해야겠군.”

담천의가 자리를 권하며 앉자 모두 따라 앉았다.

“아니에요. 저희는 모두 식사를 마친걸요.”

남궁산산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오라버니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니.”

“왜?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담천의의 질문에 남궁산산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구양오라버니 소식 듣지 못하셨나요?”

이미 무림을 들썩인 일이니 듣지 못했을 리 없다. 구양휘가 가내의 일을 팽개치고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은 동생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구양휘와 대화를 하면서도 그의 동생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알았던 터.

“대형의 동생이 변을 당했다는 소리는 들었다.”

구양가라도 찾아가 보았어야 할 일이었지만 그동안 그에게는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고, 자신의 일을 처리하기에도 너무 분주했다. 그 역시 내심 미안해하고 있었던 터였다.

“구양오라버니가 천마곡으로 가셨어요. 광도오라버니와 혜청대사가 동행하고 있는 모양인데 다른 형제들에게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연락을 하지 못하게 했대요. 인규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곧 그 쪽으로 합류한다 하더군요.”

갈유의 아들 갈인규를 말함이다.

“인규는 어디 있었다더냐?”

“신검산장에 갔다가 잠시 설가장(薛家莊)에 들렀던 모양이에요. 모용오라버니도 저와 나흘 후 진성현(晋城縣)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진성은 신검산장이 있는 곳이다. 태행산 줄기에 있는 천마곡으로 가기 위해서 거쳐 가야 할 곳이었다. 금릉에서 진성까지 나흘이라면 그리 여유 있는 여정은 아니었다.

“바삐 가야겠구나.”

“구양오라버니는 전 무림이 연합해 움직이는 제마척사맹(制魔斥邪盟)하고 따로 행동하실 생각인 것 같아요. 반드시 천마곡의 곡주만큼은 자신의 손으로 목을 베겠다고 했대요.”

구양휘의 성격이라면 당연한 결정일 것이다.

“제마척사맹이라니?”

“이번 천마곡에 웅크리고 있는 백련교의 잔당과 절대구마의 마인들을 소탕하기 위한 전 무림의 연합을 제마척사맹이라 명명 했다더군요. 구파일방과 철혈보, 세가들이 주축이 되어 전 무림문파가 참여했으니 그 정도 이름은 가질 만하죠. 헌데… 오라버니는….”

남궁산산이 말을 하다말고 말끝을 흐렸다. 오히려 이상하다는 말투였다.

“어떻게 담오라버니께서 모르실 수가 있죠?”

“초혼령주라 해서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천마곡에는 관심도 없고….”

“무슨 말이에요? 제마척사맹의 맹주가 바로 담오라버니 아니었던가요? 무림에는 그렇게 소문이 났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

담천의가 오히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빤히 남궁산산을 바라보았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남궁산산이 더 영문을 모르겠다는 말투로 되물었다.

“오라버니는 분명 초혼령주가 맞죠? 균대위를 이끌고 있구요.”

“그건 사실이다.”

“헌데 어찌 된거죠? 균대위는 곧 비원이 아닌가요? 비원의 힘이 곧 균대위가 아니냐구요?”

“……!”

담천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것을 설명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부인할 일도 아니었다. 균대위는 비원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었다. 동전의 앞면과 이면과 같은 것이라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제마척사맹은 실질적으로 비원이 이끌고 있어요. 우리가 장안루에서 만났던 만박거사 구선배께서 비원의 인물이었다 해요.”

“알고 있다.”

“연합을 해야 한다는 명분은 있었지만 각 문파의 이해득실로 인하여 분산된 전 무림의 힘을 집결할 곳이 필요했죠. 임시로 만든 무림맹인 제마척사맹을 이끌 곳이 필요했어요. 그러던 중 백련교와 관계되는 일이니 비원에 부탁한 것이죠. 현재는 만박거사께서 이끌고 있지만 초혼령주가 오시면 제마척사맹을 이끌 것이라 말한 이후로는 모두 오라버니가 제마척사맹의 맹주로 알고 있어요.”

의외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니… 더구나 전 무림을 통솔하는 자리에 자신이 내정되어 있다니…. 정말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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