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안현주
그랬던 정찬용 전 수석이 다시 직권남용 의혹을 받고 있다. 행담도개발 사건에 비하면 '오포 비리'는 더 악성이다. 행담도개발의 경우 대형 국책사업인 서남해안 개발사업, 즉 S프로젝트의 시범사업이라고 착각했다는 '이유'라도 있지만 '오포 비리'는 그것조차도 없다. 누가 봐도 명백한 이권사업이다.
그뿐인가. 인사수석실이 건교부와 광주시, 그리고 포스코개발과 정우건설의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시점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시점이었다. 그 시점에 집값 상승의 진원지 가운데 한 곳인 분당의 인접지역 개발사업에 간여했다.
게다가 정찬용 전 수석은 이 '회동'보다 앞선 지난해 6~7월에 정찬용 전 수석이 '오포 비리'의 핵심 당사자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건설의 김모 상무를 별도로 만났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이 사실은 정찬용 전 수석이 너무 깊이 간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더 있다. <한국일보>가 오늘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사수석실 '회동'에 참석한 사람은 애초에 알려진 브로커 이모씨가 아니라 또 다른 브로커 서모씨였다고 한다. 이씨가 사기 및 폭력 행위로 기소중지 상태, 즉 수배상태였기 때문에 서씨를 대신 참석시켰다는 것이다. 민원 내용의 진정성을 재는 잣대 가운데 하나인 민원인의 신상을 제대로 파악이나 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정찬용 전 수석은 이번 의혹을 "구설수"로 폄하하면서 "인간적 시련을 겪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지가 않다. 제기된 의혹은 청와대의 시스템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이고, 따라서 자신이 당하는 풍파는 개인적 차원의 "인간적 시련"을 넘어서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정찬용 전 수석의 과오는 "대통령을 모시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무신경하게 처리했다는 데 있다.
그의 과오는 해서는 안 될 일을 무신경하게 처리한 것
상황이 이 정도에서 마무리될 것 같지는 않다. <한겨레>는 오늘 정우건설이 땅값을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200억 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으나 지금까지 밝혀진 정우건설의 로비자금은 18억 원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일보>는 정우건설이 고용한 또 다른 브로커 서모씨가 감사원의 과장급 간부와 매형처남 관계로 이런 관계가 감사원의 감사 배경일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오포 비리' 들추기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박혁규 전 한나라당 의원과 광주시장 등이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될 때만 해도 검찰 발표내용을 받아 보도하는 데 그쳤던 언론이 이번에는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사건이 어디로, 어느 규모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오포 비리' 연루자가 한나라당 인사에 국한될 때는 검찰의 발표 내용을 중계보도하는 데 그쳤던 언론이 왜 이제야 발 벗고 나서느냐고 삐딱하게 볼 여지도 있지만 이건 둘째 문제다. '오포 비리'가 정관계 로비의 산물이라면 진상 규명 필요성은 배가되고 언론의 추적보도 당위성은 커진다. 비리사건은 그 자체로서 대해야지 그 외의 요소를 고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지금은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할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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