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국물이 생각날 땐 '생선 완자탕'

다진 쇠고기와 생선살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어요

등록 2005.11.18 14:56수정 2005.11.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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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생선살과 다진 쇠고기로 만든 생선 완자탕

생선살과 다진 쇠고기로 만든 생선 완자탕 ⓒ 이효연

한국에 있는 지인(知人)과 메일을 주고 받던 중 어느덧 찾아온 겨울 소식과 함께 따끈한 오뎅탕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제 홍콩도 무더위가 물러가고 얇은 스웨터를 꺼내 입어야 하는 초가을에 접어들고 있어서 그랬을까요? '뜨거운 오뎅국물에 소주 한잔' 생각이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호호' 하얀 입김이 나오고 포장마차 안에서는 오뎅솥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겨울밤의 정겨운 정경과 함께 말이죠.


더운 날씨 때문에 한동안 탕이나 국 종류는 멀리 했었는데 마침 오뎅탕 얘기도 나온 김에 무언가 뜨근한 탕을 만들어 저녁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머릿속에서 맴도는 그 오뎅탕을 끓여보고 싶었지만 바로 그 맛을 낼 수 있는 재료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이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저와 남편이 좋아하는 오뎅은 홍콩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오뎅이 아닌 소위 '책받침 오뎅'이라고 불리우는, 한국에 있을 때 재래시장에서 한 무더기에 1천~2천원이면 살 수 있었던 '싸구려' 오뎅이거든요.

백화점 어육코너에서 판매하는 것처럼 고급 생선살이나 야채가 들어간 것이 아닌, 어떤 생선을 갈아 넣었는지 솔직히 알 수 없는 오뎅이지만 다시마랑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넣고 멸치를 넣어 국물을 낸 후 오뎅을 넣어 먹으면 왜 그렇게 맛이 있는지요. 더구나 자글자글 주름을 잡아 긴 꼬치에 끼워 놓은 포장마차 오뎅을 간장에 찍어 한 입 베어 물면 어느새 다른 한 손은 주머니 속을 헤짚으며 잔돈을 만지작거리게 됩니다. 부담없는 소주 한잔 생각이 절로 나니까요.

이런 생각을 하며 냉장고 문을 열고 이것 저것 탕에 어울리는 재료를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것은 없고 다진 쇠고기 조금이랑 얼마 전 사다 놓은 송어 한마리가 눈에 뜨이더군요. 한국에서라면 싸구려 오뎅에 비해 턱없이 비싼 가격의 생선이지만 홍콩 송어 가격은 약 1500원 정도로 고등어의 반 값에 지나지 않는 저렴한 생선입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따끈한 탕이 생각난 오늘, 마침 감기에 걸린 남편도 요즘 일 때문에 많이 피로해 하는 것 같아 건강식으로 다진 쇠고기에 송어살을 넣어 만든 송어 완자탕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전 부치기에 알맞게 살을 발라낸 흰 살 생선을 사서 준비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는 요리긴 하지만 밖에서는 좀처럼 사 먹기 어려운 메뉴라서 그런지 만든 보람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보람도 잠시... 모처럼 정성을 들여 '생선 완자탕'을 만들고 '맛있다, 수고했다'란 말을 기대하며 식사하는 남편의 얼굴을 빤히 보고 있자니 그런 말은 오간 데 없고 유행 다 지나간 농담을 하는데 그만 맥이 탁 풀리더군요.


'ㅅ'으로 시작하는 슈베르트의 작품은 송어고 'ㅂ'으로 시작하는 베토벤의 작품은 붕어라나요? '뜨거운 탕 먹으면서 정말 그런 썰렁한 농담을 하고 싶을까'하는 마음에 어이가 없어 눈을 흘겨주고 그냥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을 배웅하고 뒤돌아서는데 자꾸만 그 '붕어 얘기'가 떠오르지 뭡니까? 설거지 하면서 혼자 낄낄대며 한참을 웃었습니다.이래서 부창부수란 말이 있나 봅니다.

다음에는 송어와 양지머리를 넣어 만든 승기악탕(勝妓樂湯)을 만들어 볼까합니다. 승기악탕이란 대동강 지역의 유명한 북한 요리인데 기생과 함께 풍류를 즐기는 것을 뛰어 넘는 훌륭한 맛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 시험 한 번 해 보고 싶네요.

재료

생선 한 마리 혹은 뼈를 발라낸 전유어 용 생선살
(동태, 가자미 등 흰 살 생선이면 어느 것이나 좋아요)
쇠고기 반 근(300g)
소금, 후추 1큰술, 다진마늘, 다진 파, 녹말가루 약간, 참기름 2작은술, 국간장, 달걀 지단 약간


1. 생선에서 뼈와 가시를 골라낸 다음 살만 발라 다진 쇠고기, 양념 등과 함께 큰 볼에 담아 놓습니다. 살짝 찌거나 삶으면 살을 발라내기 쉬워요.

a 생선을 살짝 찌거나 데쳐내면 뼈를 발라내기 쉽습니다.

생선을 살짝 찌거나 데쳐내면 뼈를 발라내기 쉽습니다. ⓒ 이효연

2. 살을 발라내고 남은 머리와 가시, 뼈를 냄비에 넣고 물을 부어 푹 끓여 국물을 만들어요. 팔팔 끓여 육수를 만든 후 체에 걸러 가시를 발라내고 맑은 국물만 냄비에 보관해요.

a 무나 다시마, 멸치가루를 넣으면 국물맛이 더 좋지요.

무나 다시마, 멸치가루를 넣으면 국물맛이 더 좋지요. ⓒ 이효연

3. 국물이 만들어지는 동안 생선살에 다진 쇠고기, 파, 마늘, 소금, 후추, 참기름, 약간의 녹말을 넣어 오래도록 주물러 치대 끈기가 생기도록 한 후 지름 2cm 정도의 완자를 빚어요.

a 완자는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냉동해두어도 좋습니다.

완자는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냉동해두어도 좋습니다. ⓒ 이효연

4. 완자에 밀가루나 녹말가루를 얇게 입혀 투명해질 정도로 찜통에 한 번 찝니다. 이 과정을 생략해도 상관은 없어요. 밀가루 옷 대신 달걀물을 살짝 입혀 끓는 육수에 넣어도 되고요.

a 완자를 찜통에 찌면 국물이 탁해지지 않아 음식이 훨씬 깔끔해집니다.

완자를 찜통에 찌면 국물이 탁해지지 않아 음식이 훨씬 깔끔해집니다. ⓒ 이효연

5. 펄펄 끓는 생선육수에 빚어낸 완자를 넣고 완자가 떠오를 때까지 끓이면 완성입니다. 파뿌리와 마늘을 조금 넣어 비린내를 없애고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대파를 송송 썰어 넣으면 향과 맛이 더 좋죠.

a 완자가 떠 오르기 시작하면 다 익은 것입니다.

완자가 떠 오르기 시작하면 다 익은 것입니다. ⓒ 이효연

6. 곱게 부친 달걀 지단과 파 등으로 고명을 얹어 따끈할 때 상에 내면 됩니다.

a 생선살 대신 조개나 오징어를 넣어도 맛이 아주 좋아요.

생선살 대신 조개나 오징어를 넣어도 맛이 아주 좋아요. ⓒ 이효연

완자를 빚어 냉동 보관했다가 멸치국물을 우려 끓인 후 무국이나 떡국 등 맑은 국을 만들 때 몇 개씩 퐁당퐁당 떨어뜨려 익혀도 좋습니다. 추운 겨울, 출근길 남편들의 아침 식사로 준비하면 속도 따뜻해지겠지요. 게다가 자극적이거나 국물이 느끼하지도 않아 부담도 없고요. 다진 고기까지 넣고 만든 것이라서 아침 식사로 준비하면 하루종일 속이 든든할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오뎅이 아니라 '어묵'이라고 해야 옳은 표현인 줄은 압니다만 '어묵탕'이라고 하니 제대로 느낌이 살지 않는 것 같아 '오뎅탕'이라고 표기했어요. 널리 양해바랍니다.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덧붙이는 글 오뎅이 아니라 '어묵'이라고 해야 옳은 표현인 줄은 압니다만 '어묵탕'이라고 하니 제대로 느낌이 살지 않는 것 같아 '오뎅탕'이라고 표기했어요. 널리 양해바랍니다.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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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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