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 MBC

[뉴스가이드] 취재윤리는 부차적인 일인가... 남은 과제는?

등록 2005.12.05 10:56수정 2005.12.0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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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4일 9시 뉴스데스크에서 < PD수첩 >팀이 취재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MBC 수뇌부의 태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MBC는 어제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 PD수첩 >이 취재 윤리를 현저히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바로 이 "확인" 시점이다. < PD수첩 >의 취재윤리는 YTN의 어제 보도로 처음 제기된 게 아니다. YTN이 < PD수첩 >의 취재윤리를 제기하기 6일 전인 지난달 28일 <중앙일보>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YTN의 보도가 상대적으로 구체적이긴 했지만 그 대강은 비슷했다. 주장의 주체도 같았고, 주장의 형식 즉 '일방성'도 비슷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이 주장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 PD수첩 >의 반박이 만만치 않았기에 검증이 필요한 주장이었다. 당시 < PD수첩 >은 자신들의 신분을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팀'으로 속인 것을 인정했을 뿐 나머지 주장은 한사코 부인했다. 공개된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어떻게 강압적으로 취재할 수 있겠느냐는 반박이었다.

그로부터 6일 후, MBC는 취재윤리 위반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뇌부가 직접 < PD수첩 >과 함께 취재과정을 검증한 결과라고 한다.

취재윤리 어겨놓고 과학윤리 지켜라?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MBC는 왜 반드시 거쳐야 했던 자체 검증을 방기해 상황을 이 지경까지 끌고 왔는가? <중앙일보>가 문제를 제기하자마자 자체 검증을 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

이와 관련해 <미디어 오늘>은 MBC 관계자의 입을 빌려 "판단 미비"가 주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취재윤리 위반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으나 (연구 논문의) 진위 여부에 대한 것이 본질이자 우선순위라고 생각했고, 취재윤리 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MBC 관계자의 이 말이 사실이라면 MBC는 아주 심각한 수준의 판단 착오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과학윤리'를 제기하는 당사자가 '취재윤리'를 부차적인 일로 여겼다는 것은 자가당착의 우를 범했다는 얘기다. 과학윤리와 취재윤리는 저울로 경중을 재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네가 지키면 나도 지킨다"는 식의 '주고받기 윤리'는 더더욱 아니다.

MBC는 내일로 예정됐던 '논문 진위 편'을 "유보"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방송 불가"로 보는 게 타당하다. '논문 진위 편' 내용 중 일부라도 "취재윤리를 현저히 위반한 사실"이 있다면 이 또한 사후적으로는 '사과', 사전적으로는 '방송 불가'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진위논란 해결, 복제 시연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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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진위여부'에 언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MBC 최승호 CP와 한학수 PD가 지난 2일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황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검증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남는 문제는 이제 하나다. 과정에서 증폭될 대로 증폭된 진위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 PD수첩 >의 '논문 진위 편'이 방송되지는 않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그 대강이 이미 공개된 상태에서 덮고 가기는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소식이 있다. 황우석 교수팀이 < PD수첩 >이 요구한 재검증 대신 배아줄기세포 복제과정을 시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황 교수팀이 검토하고 있는 방안이 "시연"인 만큼 이 방안이 성사된다면 진위를 둘러싼 논란은 말끔히 해소될 것이다.

< PD수첩 >이 지금까지 제기해온 논문 진위 문제의 핵심은 배아줄기세포 복제 성공률이 대단히 높아 맞춤형 줄기세포 복제가 가능한 것인가, 이에 따라 상용화가 가능한가 하는 문제였다. 이 점을 감안하면 황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복제 시연 방안은 < PD수첩 >의 의혹 제기에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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