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소설> 흐르는 강 145

대원군 집정기 무장개화세력의 봉기, 그리고 다시 쓰는 조선의 역사!

등록 2005.12.09 11:06수정 2005.12.0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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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훈련대장 신관호가 현장의 패인 흔적들을 살피다가 밭은 신음을 내었다. 대원군의 차양 앞쪽의 큰 구멍을 중심으로 몇 보 간격을 두고 부챗살처럼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신관호가 구덩이 안에서 불랑기 자포를 꺼내들었다. 돌덩이를 쥐고 주변을 파자 매설된 대나무관이 나왔다.


“이건 매화법(埋火法)이 아니옵니까?”

뒤따르던 중군 강지홍이 금세 알아보고 말했다. 구덩이마다 목통(木筒)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보였다. 한 뼘 직경의 목통에 소약(巢藥) 5냥과 능철(菱鐵) 50개, 지화와 소발화를 묶은 것 81개를 넣고 마른 쑥잎으로 빈 곳을 채워 뚜껑을 덮고 종이로 4~5번을 싸서 약선 구멍을 뚫어 우물 정자나 부챗살 대형으로 매설한 후 각각을 대나무관 속에 도화선을 연결하여 중앙 지주의 도화선을 통해 동시에 터지게 하는 지뢰(地雷). 산성 별파진을 거친 중군 강지홍이 이 산성 방어용 무기를 몰라 볼 리가 없었다.

“다행히 여러 번의 폭음에도 상한 자가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차양 앞의 것을 빼고는 목통 안에 능철을 쓰지는 않은 듯 하옵니다.”

“그저 기화(起火)로만 썼구먼.”

“살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객이 달아날 틈을 벌고자 함이었던 듯 하옵니다.”


“군문에 몸을 담았거나, 담고 있는 자의 소행이 분명하다. 조선팔도에 매화법을 이토록 능히 다룰 자가 과연 몇이겠나. 게다가 간밤엔 비까지 내려 젖은 땅이었거늘 이처럼 발화가 되도록 매설한 재주라면.......”

“하오면 단순히 천주교도들이 앙심을 품고 행한 일이 아니라 모종의 세력이 개입했단 말씀이시옵니까? 혹 군문에 속한 천주쟁이의 짓은 아닐런지요?”


“그러면 왜 주상저하는 저격치 않고 대감만을 노렸겠나.”

“그야......모든 일은 대감께오서 주관하오시니......”

“그렇다면 애초 박해를 이끌어낸 권문세족이 표적이 되었어야지.”

“그자들이 내막을 어찌 알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렇다손 쳐도 천주쟁이들이 자결하는 걸 본 적이 있는가?”

“......”

훈련대장 신관호가 조금 전 괴한이 자기 머리를 쏘아 자결한 장소에서 오혈포를 주워들었다.

“자넨 이런 병기를 본 적이 있는가?”

신관호가 오혈포를 보이며 강지홍에게 물었다.

“처.....처음이옵니다. 저편에서 대원위 대감을 쏘고 괴한의 칼에 죽은 자객의 총은 청국을 통해 들어와 흔히 볼 수 있는 쌍열식 수발총이었사오나 도무지 이 총은......”

“나도 처음일세. 어떤 이유로 괴한들이 자객을 덮쳤건 자객과 괴한들이 한 패가 아니라는 증표이지.”

“연거푸 다섯 발을 방포하였사옵니다. 무예별감들도 앗뜨거라 싶었을 것이옵니다.”

“이런 총포가 서양에 있다는 풍문을 듣기는 하였네만.....”

“하오면 천주쟁이들이 맞겠사옵니다. 양이의 총을 몰래 들여올 자는 아무래도....”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아. 이거.....”

어느새 오혈포의 약실을 열었는지 한지로 만들어진 탄피를 쏟아냈다.

“이 재료로만 보면 조선 내에서 주조된 것이 분명하단 말이지. 그런데, 그런데 어느 놈이 그런 무리들을 사주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느냔 말이다.”

“이상하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하였으나 대감을 시해하려는 자가 둘 있었고 그걸 막으려는 자가 셋이었습니다. 시해하려는 도당의 음모를 알고 이를 막으려 했던 것 같사옵니다.”

“그런데 어이하여 호위군사들에게 기별치 아니하고 자기네끼리 싸우려했느냔 말이지.”

“글쎄올습니다. 어찌하였든 생포한 자를 문초해보면 소종래를 알 수 있을 것이옵니다.”

“아무래도 냄새가 나.....중군은 저 자를 끌고 훈련원으로 가 있으라.”

“의금부로 압송치 않사옵니까?”

“여기 수습이 끝난 즉 환청하여 직접 문초한 연후에 의금부로 이송할 것인즉.”

“그리하여도 될는지 모르겠사옵니다. 아무래도 주위의 이목이......”

“자넨 아직도 이것이 순전히 천주교도의 짓이라 여겨지는가? 이 매화와 총포를 보면서도?”

“.......”

“저 자의 고신을 받으면 내막이 밝혀지겠지만, 만약.....만약 대원위 대감의 상처가 깊어 조만간 깨어나지 못한다면 큰 일이 생길지도 몰라.”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옵는지, 소관은 통.....에이 서, 설마 그러기야 하옵겠습니까?”

뒤 늦게 신관호와 같은 생각이 드는지 중군이 사래질을 쳤다.

“이보게 중군, 내 말을 똑똑히 듣게.”

훈련대장 신관호의 표정이 자못 엄숙해졌다. 중군 강지홍도 진지하게 들었다.

“지금 들어가는 대로 훈련원의 장졸들을 모조리 모은 후 초관 이상의 무관들은 따로이 집결시켜 지휘권을 점검토록 하게.”

“예......”

중군이 꽤 긴장한 것 같았다.

“지난 봄 이후로 훈련원 내에서 사사로이 무리를 엮어 움직이는 무관들의 동태는 파악이 되어 있지?”

“그야 오래전부터 찍어 놓은 자들이 있기는 있사옵니다.”

“내 명이 떨어지면 즉시 그 자들은 미리 격리토록 하고.”

“예.”

“만약 대원위대감이 눈을 뜨지 못할 시 주상전하의 명이 아니고는 그 누구의 명에도 따라서는 아니되네.”

“명심하겠사옵니다.”

“그리고 훈련원까지 저 자를 압송할 때에는.....”

신관호가 무슨 비밀 이야기나 되는듯 중군 강지홍의 귓전에 대고 속삭였다.

“예, 알겠사옵니다.”

중군이 딱 부러지는 대답을 마치고는 서둘러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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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화에 능하고 길떠남에 두려움이 없는 생활인. 자동차 지구 여행의 꿈을 안고 산다. 2006년 자신의 사륜구동으로 중국구간 14000Km를 답사한 바 있다. 저서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랜덤하우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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