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열 여덟.....”
도성으로 들기 전 재를 넘는 곳에서 압송군사의 수를 헤아리던 천돌이가 말했다.
복 서방이 눈을 가늘게 뜨고 먼발치의 행렬을 주시했다. 군관이 탄 말에 긴 줄로 묶인 ‘전’이 끌려가고 그 좌우로 포승에 칭칭 감긴 전의 팔짱을 낀 군졸 둘이 있었으며 앞 뒤로 열 댓명의 행렬이 이어졌다.
“하늘이 우릴 돕는구나.”
복 서방도 다행스럽다는 듯 말했다. 열 여덟. 자신을 포함해 여섯 명이 일거에 제압하기에 어려운 숫자는 아니었다. 다만 압송되는 1대의 ‘전’에게 위해를 가하기 전에 제압해야 하므로 약간의 위험부담이 있을 뿐이었다.
“천돌이 네가 왼편 바위에 ‘후’와 함께 숨어라. ‘좌’와 ‘우’ 너희는 오른 쪽 비탈에. ‘중’ 너는 예 남아 보총으로 이들을 엄호하라. 나는 마병총을 들고 ‘중’과 남을 것인즉 신호는 ‘중’의 첫 발에 따른다.”
“예.”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되 얼굴을 본 자가 생기면 절대 살려두지 마라!”
“예!”
복서방의 소리에 음량을 잔뜩 낮춘 단호한 대답이 이어졌다. 그리고는 네 사람이 비탈길 좌우로 흩어 내려갔다.
“중, 신중하라. ‘전’이 매복한 동패 앞을 지나칠 때 말 탄 군관놈부터 노려라.”
“대장님도 참......어디 어제 오늘 이 짓 합니까요.”
중이 조준한 보총의 가늠자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여유 있게 받았다. 복 서방은 내심 조바심이 나던 터에 이토록 듬직한 수하들의 모습에 적이 마음이 놓였다.
압송 군사들과의 거리 대략 70여 보. 이 거리라면 표적을 놓칠 리는 없었다.
[탕!]
[히히힝]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군관의 머리가 뒤로 제껴지며 그대로 낙마했다. 군마가 놀라 앞발을 쳐들고 울었다.
[시익-쉿]
“끄아아-”
[탕, 타탕]
천돌이의 비수가 ‘전’옆의 군졸 배를 긋는가 싶더니 목덜미를 한 치나 파내며 붉게 빛났다. 그 옆의 군졸도 ‘후’와 ‘좌’가 쏘는 오혈포에 나동그라졌다.
이 경황에도 군졸들이 기다렸다는 듯 재빠르게 칼을 빼들고 창을 곧추 겨누었다. 머리가 터진 군관과 일순에 어육이 된 동료들 때문에 적잖이 놀랜 기색은 있으나 걸음아 날 살려라 달아나는 추태를 보이진 않았다. 의외였다. 이대로라면 다 죽이고 전을 빼앗아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모두 물렀거라. 우린 이 자만 데려가면 된다. 아까운 목숨을 귀히 여기거라.”
복면한 천동이가 호기 있게 외쳤다.
“고작 너넷 놈이 무슨 요행을 바라느냐!”
물러서기는커녕 군졸들 중에 환도를 추켜든 기총 하나가 외었다.
[탕]
“악!”
‘후’가 쏜 오혈포에 허벅지를 관통당한 기총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았다. 대치 했던 군졸들이 화들짝 놀라 대여섯 발이나 물러났다. 그러나 부들부들 떨면서도 창을 꼬나쥔 채였고 좀처럼 달아날 기세는 보이지 않았다.
‘불안하다. 이 놈들이 믿는 구석이 있지 않고는 이럴 놈들이 아닌데.....’
천동이가 불길한 생각을 했다.
그때였다.
[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적어도 십 수 마리 이상의 말이 울려대는 발굽소리였다.
“아뿔사!”
후가 비명처럼 소릴 질렀다. 이 자들이 뻔히 목숨이 달아날 줄 알면서도 뒤로 내빼지 못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 중군 나으리께서 필연코 동패를 구하려는 일군의 무리가 있을 것인즉, 그때 등을 보이면 참수에 처한다 하셨으니 이 앞에서 죽어도 자릴 뜰 수가 있었겠나!”
군졸 중에 나이 수긋해 보이는 자가 무리 중에서 크게 외쳤다. 상을 보아하니 필시 군관급 장교임에도 변복을 하여 군졸의 옷을 입고 있는 태가 났다.
“속았다! 이건 함정이야 어서 여길 떠라!”
천동이가 소릴 지르며 압송되어 가던 ‘전’을 부축했다.
“와아-”
바로 뒷고개에서 울리는 응원군의 말발굽 소리에 힘을 얻었는지 훈련원 군사들이 한꺼번에 몰아쳐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