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연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 샌드위치 전문점이 부쩍 많이 생겨났고 지금 살고 있는 홍콩의 집 바로 앞에도 전문점이 있지만 의외로 그곳 샌드위치를 사 먹어본 적은 드문 것 같습니다.
워낙 빵을 좋아하지 않는 식성 때문에 방송국에 다닐 때에도 오후 간식으로 라면이나 김밥 등으로 배를 채우곤 했거든요. 그리고 '빵'보다는 '밥'에 가까운 음식을 좋아하는 입맛 덕분에 설사 샌드위치로 요기를 한다고 해도 무언가 빠진 듯한 허전함에 못 이겨 다시 매운 떡볶이나 순대를 찾아 먹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홍콩에 와서 살게 되면서부터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샌드위치를 무척이나 많이 만들고 또 많이 먹게 되었어요. 아마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지금까지 살면서 먹어 온 샌드위치보다 홍콩에 와서 먹은 샌드위치가 더 많은 것도 같습니다.
만두나 국수 같은 간식거리가 풍부한 나라가 홍콩이라지만 식당에서 파는 것은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그리고 인스턴트 반조리 제품은 조미료 맛이 너무 강해서 쉽게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그 좋아하던 떡볶이용 떡도 한국 식품점에 가서 사려면 한국가격의 서너 배를 줘야 겨우 살 수 있으니 자주 해 먹을 수도 없었구요. 그러다보니 샌드위치가 우리 집의 간식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던 것입니다.
쉽고 간단하게 준비해서 낼 수 있는 먹기 편한 메뉴로 치자면 김밥 다음으로 샌드위치가 가장 만만했기에 가끔 저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 아줌마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간단한 식사 대접을 할 때에도 샌드위치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요? 처음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어쩌면 울며 겨자 먹기로 억지로 만들어 먹게 된 샌드위치에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이 느껴지니 말입니다. 그러나 막상 제대로 된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자니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습니다.
'식빵 양쪽에 도배풀 바르듯이 대충 버터랑 잼이랑 발라서 철퍼덕 붙이면 그만'이라고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샌드위치라는 것이 만들면 만들수록 어렵게 느껴지고 또 맛있게 잘 만들자면 특별한 기술과 요령이 필요하더군요. 그러기에 유명하다는 샌드위치 전문점의 근사한 샌드위치는 보기 만 해도 푸짐하고 군침이 도는 것이겠죠.
이렇게 샌드위치에 대해 관심을 가진 김에 기왕이면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얼마 전, 잘 가는 홍콩 대형 서점 요리책 코너에서 샌드위치 전문 요리책을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어쩐 일입니까? 각 나라의 샌드위치 전문 요리책만 수 십 권이 있구요, 그 두께도 전화번호부 뺨칠 정도로 상당하더군요. 물론 값도 비쌌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선뜻 사지 못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다 그 놈이 그 놈'으로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샌드위치 문외한'이 봐서 그랬던 것일까요?
대충 그림만 훑어보며 눈요기를 하면서 목차 가운데 마음에 드는 몇 개의 샌드위치 만을 머릿속에 넣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그날도 제 굳은 머리는 여지없이 저를 배신하고야 말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시장이랑 빵집에 들러 식빵 등을 사면서 장을 보고 세탁소에 들러 옷을 찾고 집에 도착한 제 머릿속에 남은 것이라고는 '샌드위치' 네 글자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한 번 뽑은 칼을 도로 넣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에라, 모르겠다. 샌드위치가 뭐 별거냐? 거위 가슴살로 만든 샌드위치든 독일식 수제 햄으로 만든 샌드위치든 빵 속에 속 재료 끼워 먹으면 다 똑같은 거지" 하는 생각으로 냉장고 속의 가장 만만한 재료인 달걀 몇 알과 오이를 꺼내 '내 멋대로 달걀 샌드위치'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비싼 재료 안 들여도 되었고 만드는 시간도 얼마 안 걸렸구요. 게다가 다음날 친구들 초대음식으로 내 놓았는데 반응도 좋아서 저도 무척 기뻤습니다. 물론 늦은 아침 겸 점심시간이라서 모두들 시장했기에 무엇을 내 놓은 들 맛있게 안 먹었겠습니까마는….
오늘은 만들기도 쉽고 먹기도 간편한 달걀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