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소주 안주로 최고인 뜨끈한 알탕

쑥갓과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 맵게, 더 맵게 끓여야 제맛입니다

등록 2005.12.21 17:00수정 2005.12.2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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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탕에는 쑥갓이 들어가야 제 맛인 것 같습니다. ⓒ 이효연

홍콩은 정말 '외식의 천국'이라 할 정도로 식당과 먹을 거리가 많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렇지 마음 먹고 각 식당이 자랑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요리를 먹어보자면 매 끼 외식을 해도 한두 달이 모자를 정도입니다.

요즘은 좀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처음 홍콩에 와서는 남편 퇴근 무렵 아이를 데리고 나가 함께 저녁을 해결한 적도 꽤 많았습니다. 워낙 부엌도 좁고 냉장고도 작아서 식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저렴하고 깔끔한 식당에 가서 남기거나 버리는 것 없이 한 끼 먹는 것이 식구가 적은 집에서는 오히려 절약하는 방법이기도 했으니까요.

요즘은 나름대로 요령이 생겨서 외국요리 식당들이 많이 몰려 있는 침사추이 canton road 쪽으로 나가 런치 스페셜 메뉴만을 골라 저렴하고 실속 있게 먹고 있지요. 딸아이와 둘이 나가 메뉴 한 가지만 주문해서 나눠 먹으면 50~70달러(약 7천원에서 만원 정도) 선에서 세트 요리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주문할 때 얼굴이 좀 두꺼워질 수 있는 배짱만 있다면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치즈와 크림이 잔뜩 들어간 느끼한 이태리 파스타 요리에서부터 우리나라 매운 고추 맛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매운 멕시코 요리까지 하나하나 '공부하는 마음'으로 먹어보았는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더군요. 요리도 참 맛있고 값도 적당해서 만족스러운데도 '내일 또 와서 먹고 싶다'하는 메뉴, 그러니까 말 그대로 홀딱 반해버린 메뉴는 정작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와 제 남편은 어떤 요리에 한 번 반했다 하면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계속 같은 식당에 가서 그 요리를 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정말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서는 한우물을 파는 사람들이라서 아마, '또 가자'고 어느 한쪽이 부추겼을 법도 한데 그런 일이 정말 없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 지인들을 번갈아 불러내가며 약 한 달 간을 거의 매일 같이 찾았던 종로 1가 부근 매운 해물찜이나 건대 입구 감자탕의 경우와는 상당히 대조적이지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음식같이 '중독성'이 있는 요리가 흔치 않다는 얘기가 될까요? 그래서 혹시나 그 매운 고추 성분에 자꾸만 찾게 되는 '중독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남편과 우스갯소리를 주고 받은 적도 있습니다. 입을 후후 불고 '어, 맵다. 매워'를 연발하면서 찬물을 연신 벌컥거리지만, 그러면서도 자꾸만 젓가락을 가져가게 만드는 그 매운 요리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요?

중국 사천요리나 멕시코 칠리요리도 그 맵기로 따지자면 지지 않을 테지만 '내일 또'를 외치게 만들지는 않는 걸 보면 분명히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매운 맛'을 충족시키기에는 2% 부족한 게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제 날도 쌀쌀하고 모처럼 뜨끈한 탕이 생각나서 알탕을 끓이는 도중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모처럼 공짜 식사 쿠폰이 생겼는데 아이와 함게 저녁을 먹으러 나오지 않겠냐구요. "알았노"라며 "그럼 지금 끓이는 알탕은 내일 아침에 먹으면 되겠다"고 말했더니 남편 왈, "그건 알탕에 대한 모독"이라나요? 그러면서 한 30분 정도 마무리 할 일이 남긴 했는데 내일로 미루고 당장 들어올테니 소주 한 병 준비해 놓으라는 분부까지 내리더군요. 소주가 빠진 알탕은 더 심한 모독이라면서….

전화를 끊자 마자 '쌩' 하니 집으로 퇴근한 남편과 저는 차가운 소주 한 병을 반주삼아 커다란 냄비로 한 가득 끓인 알탕을 거의 다 먹다시피했습니다. 제법 추운 홍콩의 겨울 추위도 이 뜨겁고 매운 알탕 앞에서는 꼼짝을 못하는 듯했습니다.

냄비 바닥이 보일 즈음, 아니나 다를까 "내일은 대합탕이나 맵게 끓여 먹을까?" 하는 소리가 제 입에서 나오더군요. 매운 알탕 맛을 한 번 보았으니 또 며칠간은 이 매운 맛 중독에서 헤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재래시장에 신선한 대합이 나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슬슬 나가봐야겠네요.

겨울철 따끈한 정종이나 소주 안주로 좋은 알탕을 끓여볼까요?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생선알 종이컵 한 개 분량
멸치국물 혹은 생수 4-5컵
다시마 (사방 5cm)
조개 10개 정도
콩나물 한 줌
무 종이컵 반 개 분량(나박 썰어서)
대파 1/2뿌리(절반은 어슷 썰고 절반은 다진다)
홍고추 1개
청양고추 2-3개
고춧가루 1큰술
액젓,소금 약간
다진마늘 1큰술
호박 1/3개
쑥갓 한 줌

1.멸치국물이나 생수에 다시마,조개,콩나물,무 등을 넣고 팔팔 끓여 국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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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해물이 들어갈 수록 맛이 깊어지지요. ⓒ 이효연


2.끓는 국물을 조금 덜어내 고춧가루와 액젓, 소금,마늘,다진 파를 넣어 잘 갠 후 1에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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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재래시장에서 운이 좋으면 저렇게 큰 생선알을 20달러(2600원) 정도에 구할 수 있습니다. ⓒ 이효연


3.2가 끓으면 생선알을 넣고 거품을 걷어가며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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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을 걷어내지 않으면 국물이 텁텁해서 맛이 없어요. ⓒ 이효연


4.불에서 내리기 전 호박과 고추를 넣어 살짝 익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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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 가득 쥔 쑥갓이 1달러(!30원)입니다. 정말 싸죠? ⓒ 이효연


5.먹기 적전에 쑥갓을 얹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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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탕을 끓일 때 생선을 같이 넣어 끓여도 맛있는 생선찌개가 됩니다. ⓒ 이효연



시간이 없거나 귀찮으면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어 팔팔 끓인 후 먹기 전에 쑥갓을 올려도 맛에는 큰 차이가 없더군요. 가끔 제가 잘 쓰는 '멋대로 요리' 방법입니다.

덧붙이는 글 | 냉장고 속 맥주를 보기만 해도 시릴 정도로 추운 계절입니다. 홍콩도 이젠 제법 추워져서 따끈한 정종이나 소주에만 손이 가네요. 
http://blog.empas.com/happymc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이야기

덧붙이는 글 냉장고 속 맥주를 보기만 해도 시릴 정도로 추운 계절입니다. 홍콩도 이젠 제법 추워져서 따끈한 정종이나 소주에만 손이 가네요. 
http://blog.empas.com/happymc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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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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