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식 샤브샤브 '핫팟' 드셔보세요!

추위에 꽁꽁 언 홍콩 사람들의 몸과 마음 녹여주는 겨울철 별미

등록 2005.12.14 21:19수정 2005.12.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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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고기, 해산물,야채, 국수를 끓여 먹는 홍콩식 샤브샤브, 핫팟 ⓒ 이효연

오늘은 매년 겨울이 되면 홍콩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핫 팟(Hot Pot火鍋)'이라는 뜨거운 냄비 요리를 소개할까 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각종 해산물, 고기 등을 펄펄 끓는 육수에 담가 익힌 후 건져 소스에 찍어 먹는 중국식 샤브샤브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약 한 달 전쯤부터 홍콩에 찬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이 핫팟 요리가 등장하더니 12월 들어서부터는 홍콩 전역이 핫팟 열풍에 휩싸인 듯합니다. 식사시간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이렇게 펄펄 끓는 냄비를 하나씩 앞에 두고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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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에 꿰어진 생선을 그대로 담가 익혀 먹습니다. ⓒ 이효연

이 냄비요리는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와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시내 번화가의 고급 요리집에 가면 수백 달러를 호가하는 고급 핫팟이 있는가 하면 며칠 전 제가 먹었던 것처럼 1인당 약 50 달러(6500원 정도)선에서 즐길 수 있는 대중식당의 저렴한 핫팟도 있습니다.(사진의 핫팟)

대개 공통적인 것은 푸짐하게 내오는 해산물과 고기의 맨 아랫부분에는 한 번 삶은 국수가 담겨 있고 그 위로 야채, 고기, 어패류, 생선 등을 골고루 올렸다는 점입니다. 먼저 맨 위에 놓인 고기나 두부, 생선 등을 먹은 후 깊이 우러난 국물에 맨 아래 놓여 있던 국수를 담가 끓여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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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산 수입 쇠고기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무척 맛이 좋았습니다. ⓒ 이효연

홍콩에서 가장 대중적인 체인점이라 할 수 있는 Cafe de Coral과 Maxim에서는 벌써 오래 전부터 이 핫팟 메뉴를 선보였는데 가격은 1인당 45달러에서 50달러(약 6500원 정도)선으로 양과 맛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특히 좋은 점은 대부분 2인분을 주문해야 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의 찌개 전골과 달리 1인분만을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퇴근할 무렵 저녁시간에는 서류가방을 옆에 둔 직장인들이 집에 들어가기 전 혼자 앉아 핫팟을 먹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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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여운 버너에 종업원이 불을 붙여줍니다. ⓒ 이효연

그동안 집 근처 식당 통유리창을 통해 김이 펄펄 나는 핫팟을 먹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얼마나 먹음직스럽던지 '언젠가 나도 한 번 도전을 해 봐야지'하고 군침을 꿀꺽 삼켜왔었는데 며칠 전 드디어 그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혼자 가서 먹을 수도 있었지만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데다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비빔밥 정도도 아닌 '샤브샤브'식 요리를 혼자 먹는다는 것에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기에 남편이 일찍 퇴근하는 날에 맞춰 함께 가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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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육수와 그렇지 않은 육수가 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 이효연

제가 간 곳은 Cafe de Coral이라는 홍콩의 대중 음식 체인점입니다. 시내 곳곳에서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가 새겨진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지요. 쇠고기, 양고기, 야채, 해물 등 여러 가지 종류의 핫팟이 있고요, 가격은 50달러 선입니다. 저녁 8시 30분 이후에 가면 많이 할인된 가격인 42~46달러 선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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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가 끓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왜 그렇게 더디게 느껴지던지요 ⓒ 이효연

카운터에서 주문을 한 후 셀프 서비스로 음식을 받아오면 종업원이 버너를 가져다주고 불을 붙여줍니다. 아주 귀여운 버너가 마음에 들더군요. 홍콩의 그릇가게나 슈퍼마켓 주방용품 코너에서도 이런 버너를 판매합니다. 물론 그 위에 놓는 냄비도 같이 살 수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 이렇게 반이 나누어진 형태란 점이죠.

또 백화점이나 슈퍼 음식코너에서는 둥그런 팩에 갖가지 고기, 야채, 생선 등 핫팟재료를 넣어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홍콩사람들이 집에서도 핫팟을 많이 즐긴다는 얘기입니다.

사진과 같이 한 쪽은 맵지 않은 국물, 다른 한쪽은 약간 매운 국물을 넣어 취향에 따라 선택해 먹을 수 있습니다. 다시마와 말린 생선으로 국물을 낸 일본식 샤브샤브 국물보다는 훨씬 느끼하고 진한 국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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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서 두부나 야채등 빨리 익는 것 부터 건져 먹게 되더군요. ⓒ 이효연

그날 제가 주문했던 것은 원래 가격이 56달러인 모둠 핫팟이었습니다. 밤 8시30분 이후에 갔기 때문에 가격은 52달러로 할인 혜택을 봤고요.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가리비, 각종 두부, 생선묵으로 만든 국수, 야채, 밀가루 국수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찍어 먹는 소스 간장은 우리나라 진간장에 약간의 식초를 친 듯한 새콤한 맛이었고, 끓는 육수에 익혀 먹는 생선이며 고기의 맛은 일본식 샤브샤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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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도 맛있지만 이렇게 국물에 담가 익혀먹는 생선맛도 별미였습니다. ⓒ 이효연

대식가로 소문난 저희 남편과 그에 못지않는 실력을 자랑하는 저, 두 사람이 1인분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약간, 그것도 아주 약간 모자란다 싶을 정도였으니 양도 꽤 되는 듯합니다. 2인분을 주문했더라면 너무 많아서 남겼을 뻔했다는 말을 남편과 주고받았으니까요. 겨울철을 이용해 홍콩에 여행오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잊지 마시고 꼭 드셔볼만한 메뉴란 생각이 듭니다.

아직 저는 기회가 없어서 고급 식당의 핫팟은 먹어보지 못했습니다만, 아마 좀 더 푸짐하고 귀한 재료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꼭 비싼 식당이 아니더라도 제가 갔던 식당 정도만 해도 꽤 괜찮은 맛이라고 홍콩 친구가 얘기하더군요. 워낙 유명한 체인점이라서 아마 음식 맛 관리도 잘 하는가 봅니다.

두 사람이 핫팟 한 개와 후식으로 작은 메뉴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며 저렴하고 푸짐하게 홍콩의 핫팟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었다면 냄비에 끓이는 감자탕이나 해물탕을 먹고 나서 김가루랑 야채 다진 것을 넣고 밥을 볶아 먹었듯이 밥 한 공기를 추가해서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더라면 좋았겠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상 어느 곳에서나 더위를 잘 나고, 추위를 물리치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공통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저녁이었습니다. 오늘도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영상 9도)라며 백화점이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는 한파주의 안내문을 써 붙였던데요, 아마도 추위에 약한 홍콩 사람들, 그들은 오늘도 뜨거운 핫팟을 먹으며 추위에 언 몸과 마음을 녹이겠지요?

덧붙이는 글 | 영하 십 몇 도의 추위에도 까딱 없는 우리와 비교하자면 홍콩 사람들은 추위를 정말 잘 탑니다. 아직 영상 10도를 웃도는 날씨인데도 오리털 코트를 벌써 꺼내입는 것을 보면 조금 우습기도 하고 귀엽다는 생각도 듭니다.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덧붙이는 글 영하 십 몇 도의 추위에도 까딱 없는 우리와 비교하자면 홍콩 사람들은 추위를 정말 잘 탑니다. 아직 영상 10도를 웃도는 날씨인데도 오리털 코트를 벌써 꺼내입는 것을 보면 조금 우습기도 하고 귀엽다는 생각도 듭니다.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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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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