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듬뿍 넣은 가리비 치즈 구이

한 겨울에 먹는 연탄 조개구이 대신 색다른 조개구이를 만들어 볼까요?

등록 2005.12.12 16:19수정 2005.12.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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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조개구이 대신 만들어 본 가리비 치즈구이입니다. ⓒ 이효연

한국에서 '조개구이 집'이 한때 붐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 십 년 전쯤이었나요? 카센터 주차장 같은 곳에 천막을 친 허름한 가게들이었지만 안은 항상 손님들로 북적이면서 성황을 이루던 것이 기억납니다. 테이블마다 연탄 화로를 하나씩 놓아주고서 커다란 양푼에 각종 조개를 잔뜩 담아주면 입이 시꺼멓게 되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발라먹고 까먹던 그 조개구이 가게들…. 지금은 다 어디로 자취를 감추었는지 모르겠네요.

이제 홍콩의 날씨도 제법 쌀쌀해지면서 거리에는 오버 코트며 오리털 파카를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띕니다. 사실 기온은 여전히 영상 10도 정도로 한국의 겨울날씨에 비하면 포근한 정도지만 워낙 더운 여름이 긴 나라이다 보니 사람들의 체감 온도는 그보다 훨씬 낮은 듯합니다.

추위에 약한 홍콩사람들은 겨울을 맞는다는 것이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저처럼 추위에 익숙하고(?) 생선이며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바로 이맘때가 더 없이 좋은 계절입니다. 사실 한여름에는 날이 너무 더워서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 비해 위생관리가 떨어지는 재래시장에 가면 혹시나 생선이나 조개 같은 것들이 상하지나 않았을까 은근히 걱정을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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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조개들 ⓒ 이효연

며칠 전에도 여느 때처럼 재래시장에 가서 장을 보다가 조개를 한 바가지 사 왔습니다. 다른 해산물도 그렇지만 특히나 홍콩의 조개 종류는 정말 다양합니다. 어떤 것은 너무 커서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있고 솔직히 어떻게 요리를 하는 것인지 그 방법을 몰라서 아직 먹어보지 못한 것들도 많습니다.

이렇다보니 홍콩의 식당에서도 달팽이나 조개구이 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골메뉴입니다. 대부분 중국식 찜이나 서양식 구이로 요리해서 많이 판매하지요. 처음 홍콩의 그릇 가게에 가서 동글동글한 달팽이가 접시 위에서 굴러다니는 것을 막아주는 달팽이 전용 구이 그릇을 보고 한참 신기해 했던 기억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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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 달팽이 오븐 구이 ⓒ 이효연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었지만 홍콩에서는 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달팽입니다. 달팽이도 호두만한 크기로 한 바가지 가득 담아 3천원 정도면 살 수 있어서 홍콩사람들은 집에서 많이 요리해 먹습니다.

얼마 전 양식당에 갔더니 달팽이 안에 마늘과 허브가 들어간 버터를 채운 후 으깬 감자와 함께 구워낸 요리를 내 오더군요. 달팽이를 집어 먹는 용도의 집게도 내 왔지만 오히려 불편해서 그냥 손으로 집어 들고 먹었습니다. 맛있게 먹긴 했지만 그래도 제 입에는 소금물에 잘 씻어서 찌거나 삶은 후 꼬챙이로 속살을 돌려가며 뺀 후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바로 소주 한잔이 생각나는 것이 꼭 골뱅이, 소라살과 맛이 흡사합니다.

한국의 조개구이 집에 가면 가끔 나오는 그 '가리비(scallop)' 역시 홍콩에서는 무척 흔하고 값도 저렴합니다. 예닐곱 살 아이 손바닥만한 가리비 25개 정도 정도면 약 20달러(약 2600원)에 살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두 사람이 먹기에 푸짐한 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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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고 저렴한 가리비 ⓒ 이효연

홍콩 사람들은 이 가리비를 가지고 매운 고추와 생선용 간장을 넣어 찜 요리를 해 먹는다고 합니다만, 저는 마침 남은 치즈 가루가 생각나서 구이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아쉽기도 연탄화덕이 없어서 예전에 먹던 조개구이는 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대신 마늘버터와 치즈를 넣어서 구워먹어도 색다른 맛이었습니다.

오늘은 가리비 치즈 구이를 한 번 만들어볼까요? 가리비가 없다면 어떤 조개류라도 상관 없습니다. 한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홍합, 대합도 좋은 아이템입니다.

저는 오븐을 사용했지만 오븐이 없어도 전혀 상관없어요. 치즈를 녹일 수 있는 정도의 열기를 가진 것이면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식빵을 굽는 오븐토스터도 좋구요, 후라이팬을 이용해서 만들어도 좋습니다. 낡은 후라이팬에 젖은 페이퍼타월이나 신문지를 2센티미터 가량 두껍게 깔아준 후 뚜껑을 닫고 강불에서 약불로 온도 조절을 해가면서 치즈가 녹을 때까지 익혀주면 되니까요.

재료

가리비나 홍합 20개
다진마늘 3큰술
버터 3큰술
소금, 후추 약간
백포도주(없어도 괜찮아요) 1-2큰술
허브(없어도 괜찮아요) 약간
피자가루 약간 (없으면 아이들 먹는 슬라이스드 치즈를 잘게 다져 준비해요.)
시금치 반 단 정도


1. 마늘 버터 소금 파슬리 후추를 잘 섞어 전자렌지 '약'에서 살짝 돌려 녹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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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진 마늘과 버터를 전자렌지에 먼저 녹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효연

2. 녹인 1의 재료에 백포도주를 섞어 줍니다. 달지 않은 맛의 어떤 술도 괜찮고 술을 넣지 않아도 큰 차이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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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나 삶은 국수를 먼저 바닥에 깔아주세요. ⓒ 이효연

3. 시금치를 깔고 그 위에 조개류를 얹은 뒤 버터양념을 한 수저씩 올려 줍니다. 피자 가루를 뿌리기 전 과정까지만 해서 플라스틱 통에 넣어 냉동 보관해두고 필요할 때 몇 개씩 구워내면 아주 편리하죠. 냉동실에 두면 조개에 올린 버터 소스가 굳어서 흐르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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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가루를 골고루 뿌려주세요. ⓒ 이효연

4. 치즈 가루도 넉넉히 뿌려준 후 200도(섭씨) 오븐에서 15-20분 정도 구워줍니다. 오븐이 없다면 토스터를 이용하거나 낡은 프라이팬에 신문지를 몇 장 두껍게 올린 후 치즈가루가 녹을 정도까지 구워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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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가 녹는 정도를 수시로 보면서 불 조절을 해줘야 타지 않습니다. ⓒ 이효연

5. 피자치즈가 녹아서 갈색으로 변할 정도가 되면 오븐에서 꺼내줍니다. 바닥에서 익은 시금치에 조개에서 흐르는 국물을 조금씩 부어준 후 가위로 한 입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습니다. 짭짤한 간이 있는 국물이라서 따로 야채 양념 준비를 안 해도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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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의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변할 정도면 다 익은 것입니다. ⓒ 이효연

홍합이나 대하같이 껍질이 오목한 제법 큰 조개류들도 같은 방법으로 만들면 될 겁니다. 다진 마늘도 많이 먹을 수 있는 건강 요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금치 대신 삶은 스파게티용 국수를 넣어 같이 익혀도 맛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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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 치즈구이에는 어떤 술이 어울릴까요? ⓒ 이효연

큰 접시 중앙에 야채나 국수를 말아 올리고 가장자리로 조개를 담아내면 손님 초대요리나 술안주로도 괜찮은 요리입니다.

덧붙이는 글 | 연탄 조개구이를 먹을 수 없어 치즈 가리비 구이로 대신하고 보니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이 참으로 실감납니다. 좀 아쉽기는 했지만 적어도 식탁 앞에서만큼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감사하며 만족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맛있게 먹어치웠습니다.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덧붙이는 글 연탄 조개구이를 먹을 수 없어 치즈 가리비 구이로 대신하고 보니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이 참으로 실감납니다. 좀 아쉽기는 했지만 적어도 식탁 앞에서만큼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감사하며 만족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맛있게 먹어치웠습니다.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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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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