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기존 판시는 어떠했나

[헌법재판 오디세이 12]헌재 교육을 말하다⑤

등록 2006.01.02 18:33수정 2006.01.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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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4일 사립 중고등학교의 80% 이상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학교를 폐쇄하기로 결의합니다. 신문사설은 찬반으로 갈라서고 따따부따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공방은 격화됩니다.

2005년 12월 9일 본회의를 통과합니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과 친·인척의 학교장 임명 금지 등이 뼈대입니다. 거부권 행사요구를 뒤로하고 12월 29일 공포됐고, 2006년 7월 시행되지요. 한나라당은 국회 밖으로 뛰쳐나가 장외투쟁에 나섭니다. 음모론과 색깔론까지 뒤엉켜 어지럽습니다.

이제 헌법문제가 됩니다. 사립대학과 사립 중·고교의 이사장과 총장, 학부모 등 15명이 위헌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을 낸 것이지요. ▲개방형이사 4분의 1 이상 참여 ▲임원 취임승인 취소 및 임원 집행정지 조건 완화 ▲이사장 및 직계 존비속의 학교장 취임 금지 등 9개 조항에 대한 위헌판단을 요청합니다. 사유재산으로 출연한 학교법인의 자율성과 교육의 공공적 기능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사립학교법이 헌법재판소에서 문제된 적은 더러 있습니다. 10여 건에 이르지요. 중에는 본질문제를 건드린 사건도 있습니다. 2001년에 내려진 당시 사립학교법 제28조 제1항 본문에 대한 위헌소원을 들 수 있지요(2001.01.18. 99헌바63). 세부 쟁점은 사건마다 같지않아 결과는 물론 매번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참고하기에는 유용합니다. 헌법재판소도 유사사건을 판시할 때 기존 결정을 인용하거나 참조 판례목록으로 듭니다.

사립학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 등 주장

사립학교법 제28조(재산의 관리 및 보호) ① 학교법인이 그 기본재산을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변경하거나 담보에 제공하고자 할 때 또는 의무의 부담이나 권리의 포기를 하고자 할 때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은 이를 관할청에 신고하여야 한다.

당시 심판대상이 된 법조문입니다.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학교법인으로 하여금 의무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의무의 부담에 관할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여 과도하게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학교법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근거규정인 헌법 제10조 후단, 과잉금지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37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론지었지요. 주문보다는 이유 중 판단부분이 더 눈에 띕니다. 사립학교법상 본질적 사항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사립학교운영의 자유와 교육의 공공성'을 살펴본 후에 사립학교운영의 자유 침해여부와 재산권의 침해여부를 판시한 대목입니다.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 헌법상 기본권 맞다


우선 사립학교운영의 자유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였습니다. "특히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의사와 재산으로 독자적인 교육목적을 구현하기 위해 설립되는 것이므로 사립학교설립의 자유와 운영의 독자성을 보장하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본질적 요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설립자가 사립학교를 자유롭게 운영할 자유는 비록 헌법에 독일기본법 제7조 제4항과 같은 명문규정은 없으나 헌법 제10조에서 보장되는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권과 모든 국민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제1항 그리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제3항에 의하여 인정되는 기본권"의 하나라고 본 것이지요.

학교교육, 국가개입과 감독 필요성이 어느 분야보다도 커

그러면서도 동시에 국가 감독권을 강조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학교교육은 가장 기초적인 국가융성의 자양분이며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고 국가·사회적으로 지대한 관심과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국가의 개입과 감독의 필요성이 그 어느 분야보다도 크다고 아니 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교육을 통한 인력의 개발이 곧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교육의 공공성을 들지요.

따라서 튼튼한 재정적 기초위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구현하기 위한 국가적 지도통제는 오히려 필요하고 교육을 완전히 개인의 책임으로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사립학교의 경우에도 국·공립학교와 설립주체가 다를 뿐(초·중등교육법 제3조, 고등교육법 제3조) 교직원(초·중등교육법 제19조, 고등교육법 제14조), 교과과정(초·중등교육법 제23조, 고등교육법 제21조), 교과용도서의 사용(초·중등교육법 제29조) 등에 있어서 동일하므로 이와 같은 교육의 개인적, 국가적 중요성과 그 영향력의 면에서 국·공립학교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합리적인 입법한계준수 여부가 쟁점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논의는 더 나아가지 않겠지만 일단 기본권임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제한 한계를 준수하였는지가 이어지는 논점입니다. 교육의 공공성을 명시해서 인정하므로 목적상 한계를 넘지는 않습니다. 이제 방법상 한계도 만족시켜야 합니다.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지,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였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헌법 제31조 제1항과 제6항은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마련해야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한편 학교교육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는 모든 학교제도의 조직, 계획, 운영, 감독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 즉, 학교제도에 관한 전반적인 형성권과 규율권을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규율의 정도는 그 시대의 사정과 각급 학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교육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한 궁극적으로는 입법권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립학교운영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위헌여부는 입법자가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합리적인 입법한계를 벗어나 자의적으로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사립학교법이 심판대상이 될 때마다 반복해 등장할 수 있는 논증입니다. 사립학교운영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존재하는지 판단하고 그 제한한계를 지켰는지 살펴보는 일입니다.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였는지 따져볼 때도 사안마다 정도차이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입법권자의 형성의 자유'라는 표현을 쓰며 '자의적으로' 침해하였는지를 판단한다고 하여, 엄격하게 적용하기보다 다소 완화하여 적용하는 모습입니다. 결국 사립학교운영에 관한 자유 침해가 아니라고 결론내립니다.

사립학교운영의 자유 침해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학교법인으로 하여금 의무의 부담을 하고자 할 때 관할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어 사립학교운영에 관한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권리를 제한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며, 일정액 미만의 넓은 범위에서 허가를 받지 않도록 예외를 두고 있고 시행상 일반적인 학교운영과 관련된 통상적인 의무부담은 허가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일정액이상이라도 허가를 받아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는 점 등을 보면 합리적인 입법한계를 일탈하였거나 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과잉금지원칙은 종종 차별적으로 적용됩니다. 통상 인간존엄성을 실현하는데 불가결하고 근본적인 자유는 더 강하게 보호되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제한은 더욱 엄격히 심사하여야 하는데 반해, 인간존엄성 실현에 부차적이고 잉여적인 자유는 공익상 이유로 광범위한 제한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헌법재판소도 개별기본권의 성격에 따라 과잉금지원칙을 다르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재산권 침해도 부인

이 사건에서 재산권 침해도 부인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재산권에 대한 제한이라고하여 제한정도가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태도를 취한 바 있는데, "재산권행사의 대상이 되는 객체가 지닌 사회적인 연관성과 사회적 기능이 크면 클수록 입법자에 의한 보다 광범위한 제한이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1998.12.24 89헌마124등)라는 판시가 대표적이지요.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지면 결과도 같지 않게 되는 일이 많겠지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사립학교법인의 자율적인 경제활동이 제약되며 거래의 상대방은 경우에 따라 거래행위가 무효로 됨으로써 예측할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을 입게되므로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됨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학교법인과 관련된 각종 재산권의 행사는 학교법인이 설립한 학교의 학생 및 교직원 그리고 학부모 다수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공동체의 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을 위하여 거래의 안전이나 거래의 상대방의 재산권보다 학교재정의 건전화에 대한 공익적 요구를 더욱 중요한 가치로 선택한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침해라고 볼 수 없어 헌법 제23조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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