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전경김영조
우리는 피카소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알아도 김정희의 세한도, 윤두서의 자화상은 잘 모른다. 그거야 대중의 잘못이 아니고, 우리 교육의 문제일 테지만 우리 그림에 대한 애정은 이 시대에 새롭게 요구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그림을 직접 보기는 참 어렵다. 대부분의 명품 그림들이 개인 소장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그런 그림들을 보는 행운을 전한다고 한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새 국립중앙박물관 미술관 1회화실에서 조선 시대 최고 화가들의 그림, 그것도 개인 소장이어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 기간이 끝나면 이 작품들은 바로 소장가들에게 돌려 준다.
그래서 나는 부랴부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사전에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의 이수미 연구관과 통화를 한 뒤 찾아갔지만 바쁜 그에게 많은 것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전시 작품 중 아주 특별한 작품을 소개 받았다. 그것은 바로 자화상으로 유명한 조선 후기의 학자 윤두서(1668~1715)의 '나귀에서 떨어지는 진단 선생(진단타려도, 陳摶墮驢圖)'인데 여기에도 윤두서의 자화상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림은 난세에 시달리던 중국 선비 진단(호 희이)이 좋은 임금이 나타났다는 깜짝 소식에 기뻐하다가 그만 타고 가던 나귀에서 떨어졌음에도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선비 얼굴은 윤두서 '자화상'에 나오는 바로 그 모습으로 선비는 바로 윤두서 자신이다. 이런 그림의 내력은 전통 그림을 새롭게 조명하여 인기를 끌다 지난해 세상을 뜬 오주석 교수가 일구어냈다.
성군을 갈망하는 선비의 마음을 본 숙종 임금이 화제(畵題, 그림 위에 쓰는 시와 글)를 직접 적었다. 박물관에서 그림에 붙인 설명 중 숙종의 화제를 한 번 보자.
'희이 선생 무슨 일로 갑자기 안장에서 떨어졌나?
취함도 아니요, 졸음도 아니다. 따로 기쁨이 있었다네.
협마영에 상서로움 드러나 참된 임금 나왔으니
이제부터 온천하에 근심걱정 없으리라.
을미년 8월 상순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