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사금파리 부여잡고 2부 204

새로운 시작

등록 2006.01.09 18:34수정 2006.01.0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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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윤께서는 명과 손을 잡고 청을 칠 계획에 골몰하고 있었소이다. 이런 일로 대사를 그르칠 수 없다고 하더이다. 최종사관과 함께 한양으로 갔다가 비보를 전해온 이의 얘기를 듣고 도저히 울분을 참을 수 없어 뒤를 살펴보니 모든 게 두청 이 놈의 농간이었더이다. 그러서 불문곡직하고 무기를 들어 이곳을 친 것이외다.”

“허! 어찌 이런 일이! 내가 너무 어리석었구나! 두청 이놈!”

장판수는 땅을 치며 최효일의 죽음을 슬퍼했다. 사람들은 이런 장판수를 보며 눈물을 훔쳤고 한편으로 또다시 분개했다.

“여기 또 한 놈을 잡아 왔습니다!”

머리가 풀어헤쳐진 채 끌려온 이는 차예량이였다.

“장형! 면목 없습니다!

장판수는 꿇어 엎드린 차예량을 일으켜 세웠다. 육태경이 칼을 들고 다가섰다.

“한번 배신을 한 놈을 또 다시 받아들일 작정이십니까? 당장 요절을 내어 그 피를 최종사관의 영전에 바치고 볼 일입니다!”

“아서라! 그 칼 치우지 못하겠네!”

장판수가 무섭게 소리 지르자 육태경은 놀라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이번일은 다 내가 어리석어서 당한 일이라우! 최종사관의 영전에 피를 바치고 싶다면 날 죽여서 그 피를 가져다 바쳐야 하는 게 맞다우!”

장판수는 서흔남에게로 다가가 그 역시 일으켜 세워 주었다.

“여기서 우리끼리 이러면 뭐하네? 지금 심양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며 노역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수만이나 있네. 심양으로 가세. 내래 심양으로 가서 더 많은 백성들을 데려와 조정에 탄원할 것이네.”

“조정은 힘이 없소. 다 헛된 짓이오.”

육태경은 손에서 칼을 힘없이 떨어트리며 맥이 풀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장판수는 육태경이 떨어트린 칼을 집어 들었다.

“난 이제 다시 칼을 잡을 것이라우. 이보게 예랑이. 그 땡중 무리들이 맹세를 어기면 끝까지 찾아가 응징한다고 했나?”

차예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품속에서 사금파리조각을 꺼내어 허공으로 던져 버렸다.

“지조 없다 욕을 먹어도 좋소이다. 무릇 맹세란 정정당당한 명분이 있어야 바로서는 법이 아니오이까.”

다음날 아침, 장판수와 차예량, 평구로, 육태경과 그를 따라온 이들은 방안에 모여 술이 가득 찬 커다란 사발과 빈 사발을 놓고 둘러앉았다.

“서흔남은 갔네?”

평구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지 볼일이 있으면 패거리들을 이끌고 찾아오라고도 했다.”

“좋아.”

장판수는 사발을 엎고서는 천을 덮고 가지고 있던 부싯돌을 꺼내어 이를 내려쳤다. 그리고서 사금파리조각들을 한 움큼 움켜잡고서는 주먹에 힘껏 힘을 주었다. 한줄기 선혈이 손금을 타고 흘러내리자 장판수는 이를 술이 찬 사발에 떨구었다.

“저들은 사금파리 한 조각씩을 나누어 가지고 맹세를 했지만 우리는 그 사금파리가 주는 고통을 안고 맹세할 것이라우. 조정도 믿을 수 없고 두청 같은 자들도 믿을 수 없다면 부족한 자들이 모여 도와나가는 수밖에 없는 게 아니겠네?”

다음으로 차예량이 사금파리 조각을 받아들고 장판수와 똑같이 피를 내어 술잔에 떨어트렸고 다른 이들도 모두 이를 따라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모두 웃통을 벗고서는 칼로 몸에 상처를 내어 각오를 다졌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장판수 어르신을 따라 힘없는 사람들을 돕고 간악한 무리들을 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내일 마지막회가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내일 마지막회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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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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