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나온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가의 안개 농도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과 차이가 없는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 "열린우리당의 창당 초심"이 부응하지 않는데도 노 대통령은 왜 두 말을 했는가? 지역주의 정당이란 점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다르지 않은데도 노 대통령은 왜 상반된 태도를 보인 건가?
이럴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이 판단 착오로 정체성 발언을 했다가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했을 수도 있다. 노 대통령 발언을 시간 순으로 늘어놓으면 이런 추측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치자. 그럼 탈당 발언은 또 뭔가?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탈당 발언이 과거완료형이었다고 거듭 주장하지만 그렇게 받아들이는 정치인과 언론은 거의 없다.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 이후를 대비해 탈당 발언을 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정계개편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지점에서 종합판 질문이 나온다. 노 대통령의 진정성은 도대체 뭔가?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향해 "100년 가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덕담한 바 있다. 정당이 100년의 역사를 헤아리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지방선거,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 지는 일도 다반사일 것이다. 이런 풍상을 겪으면서도 정당이 명맥을 이어가는 동력은 노 대통령 스스로 밝힌 대로 "자신의 정치노선과 정책의 정체성"이다.
그럼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자신의 정치노선과 정책의 정체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하는 걸까? 그렇다면 열린우리당과 차별화되는 정치노선과 정책은 뭔가?
언론은 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만찬에서 했다는 또 다른 말, 즉 2002년 대선 직전 유시민 의원 주도로 만들어진 개혁당에 대해 "가장 이상적인 정당이었다"는 말을 주목하고 있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노 대통령 연설과 25일의 기자회견 내용을 주목하기도 한다. 주로 사회개혁 의제가 담길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런 것들은 노 대통령이 애기한 "정치노선과 정책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구상을 여기서 엿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정당개혁과 사회개혁 화두를 선점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적지 않다. 지방선거 이후 여권 내에 몰아칠지도 모를 회오리에 대응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도구로 손색이 없다. 그 뿐인가. 이 역학관계의 향배에 따라 모색될 정계개편의 명분축적용으로도 하자가 없다.
한 가지 남는 문제는 있다. 그런 구상과 목표가 이른바 '민주개혁평화세력'의 분열을 초래한 책임을 상쇄할 수 있느냐는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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