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꼭 정권을 재창출해야 될 의무가 있습니까?"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 청와대 만찬에서도 "당은 지방선거 승리나 정권 재창출을 생각하지만, 나는 국가·민족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두 사람의 열린우리당 입당 및 출마 권유는 두 사람의 개인적 친분과 '독자적인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병완 실장과 박 전 의원은 광주고 동문인 데다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비서관으로 일한 인연이 있어 각별한 사이다. 박 전 의원과 이 실장은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과 국내언론2비서관으로 함께 일했다. 이어 두 사람은 민주당에서도 각각 국회의원과 당 산하 국가경영전략연구소 부소장으로 함께 일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열린우리당 영입 및 대통령 면담 권유가 독자적인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일지라도 사후에 접촉 결과를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 또한 크다. 세 사람을 잘 아는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 "충격적인 것은 이들이 주변에 밝힌 뒷얘기"라고 말했다.
이 정치권 인사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병완 실장은 노 대통령에게 박 전 의원을 만나 열린우리당 후보로 전남도지사에 출마할 것을 권유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사후보고'를 했다. 이 실장은 박 전 의원을 영입하면 지방선거와 호남표 결집에 도움이 될텐데 아쉽다는 취지의 얘기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대뜸 이 실장에게 "지방선거하고 대선하고 무슨 관계가 있죠?"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지난 2002년에도 12월 대선을 앞두고 6월에 시행된 지방선거(광역단체장)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호남지역을 제외하고는 대패했으나 그해 12월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았냐는 반문이었다.
물론 실제로 그랬다. 또 일부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방선거와 대선의 상관계수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2002년 선거의 법칙이 올해와 내년에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노 대통령의 역발상 ②... "내가 꼭 정권을 재창출해야 될 의무가 있습니까?"
이병완 실장은 또 5월 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을 제외하고 한나라당이 '싹쓸이'할 경우, 급격한 '레임덕' 현상이 닥치고 종래에는 정권을 한나라당에 내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크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내가 꼭 정권을 재창출해야 될 의무가 있습니까?"라고 반문해 깜짝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정권 재창출보다는 나라의 '미래 위기'를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설령 정권 재창출을 하지 못하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막상 '정색'으로 하는 말을 들은 참모들로서는 깜짝 놀랄만한 얘기였다. 노 대통령과 참모들의 인식의 격차가 이 정도라면, 당과 노 대통령의 인식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충분히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참모들도 이해할 수 없는 '역발상'이라면 청와대와 '분리'된 당(의원들)으로서는 더 불가사의하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도 "당은 지방선거 승리나 정권 재창출을 생각하지만, 나는 국가·민족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대통령과 당은)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해 '역발상'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 자리에서 "나는 '역설적 전략', '역발상'을 통해 성공했고, 지금도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면서 "그게 당에 부담을 주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고 말해 '현실정치'와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해 10·26 재선거 참패 직후에 가진 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도 노 대통령은 "난 내 방식대로 해서 성공해왔다"면서 "(앞으로도 내 방식대로 하겠으니) 서로 간섭하지 말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 말대로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과 의원들의 '이해관계'와 국정 우선순위는 상충될 수밖에 없다. 국가의 '미래 위기 해결'을 최대의 개혁으로 여기는 대통령과, '정권 재창출'을 최고의 개혁으로 삼는 당(의원들)의 입장은 다른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미래의 위기'를 걱정하는 만큼, 당과 의원들도 '당대의 민생'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문제는 서로 붙잡고 버티기에는 그 간극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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