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높은 교육수준은 1895~1945년 기간의 일본 식민통치 덕분"이라는 아소 다로 일본외무장관의 4일자 후쿠오카 발언이 또다시 국제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외교부 쿵취엔 대변인도 5일자 기자회견을 통해 아소 다로 장관의 발언을 강력 비판했다.
아소 다로 장관의 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다.
"대만은 일본이 실시한 강제교육 때문에 교육수준과 읽고 쓰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 덕분에 대만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국가가 되었다. 그러므로 일본은 좋은 일을 한 것이다."
이러한 아소 다로 장관의 발언은 한국 내 일부 지식인들이 주장하고 있는 식민지근대화론(일제 식민지 때문에 한국이 근대화되었다는 주장)을 연상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아소 다로 장관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천황 폐하께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시는 것이 상책"이라는 발언을 내놓았다가 국내외적 비판을 받은 뒤에야 자신의 발언을 사실상 철회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잇달아 터지는 아소 다로 장관의 망언은, 그것이 우경화로 기우는 일본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측면 외에도, '포스트 고이즈미' 시대를 의식한 '자기 몸값 불리기'라는 측면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점은 최근의 소위 '천황 야스쿠니 참배론'을 통해서도 드러난 것이었다. 일본정부가 당면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예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왕(소위 '천황')의 야스쿠니 참배를 주장하고 나왔다.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으로 볼 때에 그의 '천황 참배 발언'은 일본정부와의 사전조율을 거치지 않은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 외무장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는 공인이 국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야스쿠니문제에 관해 개인 소신을 밝힌 것이다.
그래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아소 다로 장관의 발언을 "개인적인 발언"이라고 폄하했으며, 일본 내에서도 "총리의 참배가 국제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천황의 참배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론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 이번에는 중국을 겨냥한 '대만 교육수준'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외무장관의 자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한 발언이지만, 그가 논란이 되는 망언을 연달아 내놓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포스트 고이즈미'를 의식한 '몸값 불리기'의 측면도 갖고 있다. 물론 이것이 일본사회의 우경화 흐름을 반영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오는 9월에 퇴진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는 고이즈미 총리의 후계자로서 현재까지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는 인물은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다. 그리고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는 인물들로는 아베 신조 장관 외에도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 등이 있다. 이들에 비해 아소 다로 장관의 '몸값'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아소 다로 장관은 단기간에 자신의 '몸값'을 불리기 위해서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연달아 망언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들을 자극할 만한 망언들을 내놓음으로써 국내외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망언으로 인해 국내외적 비판도 동시에 받게 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본 보수세력 결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우익들의 '팽창적 욕구'는 '주변국의 견제'라는 현실적 장애물 때문에 '심리적 억제'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국들을 의식하지 않는 듯한 '용감한 행동'을 연출함으로써 우익세력의 심리적 체증을 풀어 주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우익의 계속되는 망언 속에는 이처럼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한 개인적 의도도 담겨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변국들이 그들의 망언을 비판하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망언에 개인적 의도가 담겨 있다 하여 주변국들이 아예 무시하게 되면, 일본 우익은 망언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아무런 견제 없이 단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최근 계속되고 있는 아소 다로 외무장관의 망언은 고이즈미 총리의 퇴진이 다가옴에 따라, 자극적인 망언을 통해 '포스트 고이즈미' 시대의 지도자로 부각되려는 일본 우익들의 개인적 계산도 담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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