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선거판에서 춤출 수 있을까?

[取중眞담] 그가 서울시장 출마를 망설이는 이유

등록 2006.02.24 12:28수정 2006.03.01 15:39
0
원고료로 응원
"이미 언론에 의해 강금실 선거운동은 시작됐다. 나온다, 안나온다 논란이 선거운동이 돼버렸다. 이러다가 강금실이 불출마 선언이라도 하면 '중도사퇴'로 받아들여질 분위기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에 관한 '오보'와 '속보'가 판을 친다. 뉴스의 핵심은 여전히 출마 여부다. 결정 시기 역시 여러 언론이 물을 먹었다. 설 전후랬다가, 전당대회 전후랬다가, 이달 중에서 다시 3월초로 계속 미뤄진다. 본인이 입을 다물고 있다보니 여기저기 '전언'을 통한 뉴스가 만들어지는 탓이다.

23일만 하더라도 열린우리당의 외부영입 인사를 총괄하고 있는 문희상 의원(지방선거기획단장)이 애를 먹었다. <평화방송> 라디오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인생의 어느 전기가 되는 엄청난 결단을 해야 되는 순간이기 때문에 쉽게 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했던 말이 '강금실 불출마'로 와전되면서 정정 보도자료를 내는 해프닝을 겪었다.

<오마이뉴스>는 2월초 강 전 장관의 한 지인을 통해 강심(康心)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이 지인과의 전화통화에서 강 전 장관은 "10분마다 생각이 바뀐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지인은 "그의 고민은 출마했을 경우 당락이 아니라 왜 내가 서울시장이 돼야 하는지, 나에게도 '내가 서울시장으로 나서야 할 이유가 있냐'고 묻더라"라고 말했다.

"내 방식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a 과연 선택은?...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강금실 전 장관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사진는 지난 2003년 국회에 출석한 당시 강금실 법무부 장관.

과연 선택은?...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강금실 전 장관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사진는 지난 2003년 국회에 출석한 당시 강금실 법무부 장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주일여 시간이 흐른 뒤, 강 전 장관의 고민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있었다. <시사저널>은 최근호에서 강 전 장관은 "내가 서울시장 자격이 있느냐와 내 방식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두가지 고민이 풀리면 과감히 뛰어들겠다, 그렇지 않으면 미련 없이 포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무엇 때문에 (강 전 장관이) 주저하는지 그 단초를 내비쳤다"는 점에서 이 인터뷰는 눈길을 끌었다. 특히 후자의 "내 방식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는 언급은 의미심장하다. 선거는 '정치의 꽃'이기도 하지만 '현실정치의 벽'이 가장 완강한 장이기도 하다.


선거는 혼자 뛰는 게 아니다. 더욱이 서울은 여야가 자존심을 거는 승부처다. 따라서 이전투구가 극심할 수 있다. 또 선거 구도를 후보의 스타일과 철학, 의지만으로 돌파할 수는 없다. '강금실의 자유'를 구속하는 대목이다. '임명직 장관'에게는 개혁의 권한이 주어지지만, '선출직 후보'는 권한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는 차이가 있다.

외부의 평가도 이 대목에서 갈라진다. 한쪽에서는 선거판에 뛰어드는 순간 '강금실의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며 거품론(①)을 제기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강금실다움'을 밀고간다면 새로운 지도자 상(象)을 보여줄 것이라고 가능성(②)을 높이 샀다. 당의 선거 실무자들은 '외곽지원' 수준에서 위험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견제하는 절충안(③)도 제기한다.


① 한계론 "출마하는 순간, 장점은 거품으로"

"강금실은 이미 상한가를 쳤다. 특정정당에서 이토록 구애공세를 펴는데 몸값이 오르지 않을 수 있나. 그리고 대중은 권력의지를 가진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정치를 포기한, 정치와 거리가 먼 사람을 좋아하는 이중적 속성이 있다. 오세훈 현상도 그런 것 아닌가. 그리고 여권 인사 중에 강금실은 반(反)한나라당 이미지가 약하다. '모두의 후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선거판에 뛰어드는 순간 한계로 드러날 것이다. 특정 정파의 속성을 드러내야 하고, 또 강금실 지지층인 20·30대 투표율이 낮다. 무엇보다 정당정치의 기본은 당에 헌신한 인물이 후보가 되는 것이다. 노무현이 제3의 후보인 이인제와 정몽준을 꺾을 수 있었던 건 당원들이 그의 헌신성을 높이 산 때문이다. 강금실은 우아하게 모셔온 케이스다. 강금실이 꺾일 때 그를 위해 분노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치컨설팅그룹 '민' 박성민 대표)

② 가능론 "'모 아니면 도'식으로 과감하게"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시대의 한계를 극복한 세대의 출연을 바라는 대중의 열망이 있다. 정치인 역시 산업화 세대의 능력과 민주화 세대의 도덕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새로운 지도자를 원한다. 여기에 강금실의 이미지가 있다. 실체는 분명치 않지만 그러한 시대적 경향과 코드의 정점에 강금실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자기만의 선거운동 방식으로 밀고가야 한다. 그래야 대중들의 열망을 채워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떴다 지는' 제3의 후보들과 다를 바가 없다. 나서는 순간 거품이 깨질 수도 있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도박을 거는 행보로 판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여론조사연구소' 한귀영 정책실장)

③ 절충안 "외곽지원 역할이 더 낫지 않나?"

'강금실 모시기'에 적극적인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달리 당내 밑바닥 정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60대의 한 서울시당 대의원(구의회 의원)은 "차리리 CEO 출신의 명망가가 낫지 않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의원 보좌관은 "지방선거는 보수 성향의 50·60대 투표율이 높은데 강금실이 젊은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몰고 올지 의문"이라며 "후보가 아닌 외곽지원 형태로 강금실 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도 "나라면 지명직 최고위원의 자리를 주고 지원 세력으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춤추게 하라

이제 정리하자. 강금실 전 장관의 '정치 선언'은 ①번으로 귀결될 수도 있고, ②번이 될 수도 있다. 주체의 의지와 대중의 수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강금실의 정치적 파트너가 될 열린우리당이다. 당은 강 전 장관의 결단을 조아리고 있지만 어째 좀 빗나간 느낌이다. 비유하자면, 사랑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꼴이다.

강 전 장관은 "출마 시기가 문제가 아니다", "당락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치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당은 "잔다르크가 되어 달라"라며 전장의 용사로만 보거나 외곽지원 운운하며 얼굴마담, 꼭두각시역을 논한다.

강 전 장관은 "정치할 마음은 없다"고 누누이 밝혀왔다. 법무부 장관직을 고심 끝에 수락하면서도 "아무리 그렇다 해도 국회의원 하라면 안했을 거다"라고 잘라 말했던 그다. 국회의원들의 기막힌 행태를 보며 "코미디야 코미디"라고 중얼거렸던 그가 이제 그 코미디 같은 정치판 문전에 있으니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개인이 결단해야 할 실존적인 영역이다.

하지만 "내 방식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는 고민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선 문제다. 당이 강 전 장관과 담판을 지어야 할 건 사실 이 부분이다. 강 전 장관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말마따나 '당락의 문제'가 아니라면, 당과 이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대중들이 바라는 건 사실, '이기는 싸움'보다 '강금실다운 선거전'일지 모른다. 그 과정에서 '코미디 같은 정치'가 아닌 '즐거운 정치'의 일면을 보인다면 그것 자체로도 한국사회는 이미 한 단계 진화한 것일 테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4. 4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5. 5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