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쇼트트랙'에서 한국은 '노메달'

대북 압박 위한 '미니 6자회담'을 폭로한다

등록 2006.03.03 14:45수정 2006.03.0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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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6자회담의 각국 수석대표들.

6자회담의 각국 수석대표들. ⓒ 국정브리핑

2005년 11월 '제5차 6자회담 1단계 회의' 이후로 6자회담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그럼, 그동안 진행된 6자회담에서 한국은 과연 어떠한 성적을 거두었을까? 물론 제4차 6자회담에서 공동성명이라는 성과를 도출하기는 했지만, 한국은 '자국의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어떠한 성적을 거두고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동안 여러 차례 열린 핵문제 '쇼트트랙'(6자회담)의 성과를 종합하면 한국의 성적은 '노메달'이다. 한국의 등수는 정확히 말하면, '5등'이라고 할 수 있다. 6등은 러시아다.

한국은 6개국 중 5등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표명된 바와 같이, 6자회담의 의제는 '북한 핵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핵문제'다. 그렇다면, 한국전쟁 이래로 '핵우산'을 통해 북한 등을 견제해 온 미국, 그러한 미국에 맞서 자주적 핵우산을 띄우려 하는 북한, 북·미 대결의 장(場)인 한반도의 또 다른 주인공인 한국이 한반도 핵문제의 3대 당사자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치상으로 볼 때에는, 분명 한국이 핵문제 '쇼트트랙'에서 최소한 3등 안에는 들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3등은 고사하고 현재 5등으로 처져 있다. 한국의 '경기 진행'에 뭔가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다른 '선수'가 '경기 진행'을 아주 잘하고 있는 것이다.

6자회담의 핵심 당사자가 북한과 미국이므로, 현재 양국이 선두를 다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 3등과 4등은 누구일까?

중국이 의장국으로서 6자회담 장소를 제공하고 또 중재 사무를 맡고 있으므로 중국이 '3등'인가? 그렇게 착각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쇼트트랙을 자국에서 개최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동메달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핵문제 '쇼트트랙'의 개최국이라 하여 중국이 자동으로 3번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핵문제 '쇼트트랙'에서 동메달을 확보하려면, 문제의 '핵심 본질'과 관련하여 적어도 3번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6자회담의 핵심 본질이란 무엇인가? 북한 핵의 제거를 말하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공식적 표명과 달리, 미국은 북한 핵의 제거를 진정한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


그것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침략 전에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미국이 실제로 의도한 것은 다른 데에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이라크에 정말로 대량살상무기가 있었다면, 미국은 이라크침략을 조금은 더 신중하게 고려했을 것이다. 미국의 진정한 의도는 '대량살상무기 없는' 후세인 정권의 압박과 파괴에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에 정말로 핵이 있다면, 미국은 결코 그것을 제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럼, 미국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대북(對北) 압박이다.

대북 압박을 기준으로 순위 매겨

대북 압박을 통해 미국의 패권을 보장하는 '동북아의 긴장 구도'를 확대·재생산함과 동시에, 북한을 자국의 영향권 하에 끌어옴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여 중국 등을 견제하는 것이 미국의 진정한 목표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6자회담의 핵심 본질이란 바로 대북 압박을 중심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럼, 대북 압박을 기준으로 어떻게 '쇼트트랙'의 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 방법은 이러하다. 대북 압박을 가중시키거나 혹은 대북 압박을 감소시키는 데 있어서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느냐에 따라서 '쇼트트랙'의 등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대북 압박을 가중시키는 데 있어서 그리고 북한은 그 압박을 감소시키는 데 있어서 각각 최선봉에 서 있다. 그러므로 두 국가는 핵문제 '쇼트트랙'의 공동 선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 입장은 상당히 모호하다. 북한 위폐 의혹에 연루된 방코 델타 아시아(BDA)가 중국의 영향권인 마카오에 소재지를 두고는 있지만, 중국이 미국의 대북 압박을 가중시키는지 혹은 감소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판단을 하기가 힘들다.

사실 중국은 '골치 아픈 문제'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6자회담을 통해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의도가 있으므로, 중국이 대북 압박의 가중 혹은 감소에 대해 적극적 역할을 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가급적 어느 쪽으로부터 '미움'을 사지 않으면서 자국의 위상을 강화하려 하는 중국에 큰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이 '쇼트트랙'의 3등이 아니다. 다시 말해,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노메달'이다. 중국의 정확한 순위는 4등이다.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더 낫기 때문이다.

중국이 4등! 그럼 일본이 3등?

그렇다면, 핵문제 '쇼트트랙'의 동메달 즉 3순위는 바로 일본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다시 말하면, 대북 압박을 가중하거나 감소시키는 데 있어서 3번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는 바로 일본이라는 이야기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 점에 관하여 2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하기로 한다. ▲일본이 6자회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일본이 '미니 6자회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하는 측면을 검토하기로 한다. 이러한 두 측면을 살펴봄으로써 일본이 미국의 대북 압박을 가중시키는 데 있어서 '숨은 공로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미니 6자회담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라며 궁금해 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에 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설명될 것이다. 아무튼 미국과 일본은 공식적인 6자회담 말고도 또 하나의 '미니 6자회담'을 통해 대북 압박을 일상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두 가지 형태의 6자회담에서 일본은 미국의 '도우미' 구실을 하고 있다.

공식적인 6자회담에서 일본의 역할은, 3번째 자리를 지키면서 공동 선두 미국을 보호하는 동시에 4·5위권 국가들이 선두로 치고 나오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일본은 6자회담의 '실질적 목표'인 대북 압박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측면 지원을 하고 있다.

쇼트트랙 경기에서, 같은 국가 선수들끼리 협조 플레이를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동료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른 선수는 그 뒤에 서서 외국 선수들의 추월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일본이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이 소위 '납치 문제'를 빌미로 북한을 끊임없이 압박하는 것은, 핵문제를 빌미로 한 미국의 대북 압박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일본이 '파렴치범 북한'의 이미지를 조성하는 것은, 바로 미국의 대북 압박에 대해 국제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시도다.

핵문제나 6자회담 이슈가 소강 국면에 빠지면, 그때는 일본이 나서서 소위 '납치 문제'를 제기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일 양국은 대북 압박을 일상화함과 동시에, 동북아 국가들이 다른 데에 관심을 두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최근 야스쿠니 문제 때문에 이러한 미·일의 전략에 어느 정도 차질이 빚어지기는 했지만, 아무튼 일본과 그 배후의 미국은 그러한 방식으로 동북아를 늘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이 6자회담의 '선두권'으로 치고 나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점은 다음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2004년 11월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을 상대로 핵문제와 관련하여 도전적인 발언을 한 일이 있다. 한국정부의 뜻밖의 태도에 적잖이 당황한 부시 대통령은 같은 달 20일 칠레 산티아고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6자회담을 주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미국이 이처럼 상당히 저자세로 나왔음에도 한국은 끝내 6자회담을 전혀 주도하지 못했다. 그 원인은 기본적으로 한국이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 있다.

11월 20일 한미정상회담 직후인 12월 8일에 일본정부는 느닷없이 "지난 11월 북한이 보내 온 고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로 판명되었다"라는 중대 발표를 하였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동북아를 소란스럽게 하면서 대북 압박의 명분을 만들어 나갔다.

'확성기'로 떠드는 일본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의 목소리는 묻힐 수밖에 없었다. '확성기'로 떠드는 일본 앞에서 아무리 고함을 쳐봤자, 한국의 목청만 상할 뿐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11월 20일의 이야기'는 자연히 없었던 것으로 되고 말았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이 '쇼트트랙'에서 3등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일본의 존재 때문이다. '코너' 즉 중요한 고비 때마다, 일본은 한·중 양국이 선두권으로 치고 나오는 것을 견제함으로써 공동선두 미국의 주도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선두권으로 나가기 위해 코너워크를 하고 싶어도, 앞에서 가로막는 일본 때문에 한국은 늘 훼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본은 '미국의 대북 압박을 어떻게든 감소시켜 보려고 하는 한국·중국'을 은근히 견제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압박이 한층 더 가중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은 또 다른 '미니 6자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북 압박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미니 6자회담'이란 바로 북·일 협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첫째, 일본은 북·일 협상을 대북 압박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것은 6자회담이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 도구인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일본의 대북 압박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일본 주도의 대북 압박이 실패하는 경우에는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일본은 자신들의 대북 압박이 혹시라도 실패하지 않도록 '만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어찌 보면, 북한에 북일관계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직접 미국을 상대하지 않고도, 북일관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의 힘을 빼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북한 외교라인이 북일관계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 점 역시 조만간 흥미 있게 지켜볼 일이다.

둘째, 북·일 협상의 의제는 6자회담의 의제와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 2월 4일~8일 중국 베이징 차이나월드 호텔에서 열린 북·일 협상의 의제를 검토해 보면 그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협상의 3대 의제는 ▲과거 문제 특히 '납치 문제' ▲국교 정상화 문제 ▲안보 문제 특히 핵·미사일 문제였다. 그런데 곰곰이 들여다보면, 북·일 협상 역시 6자회담과 사실상 같은 의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이 '납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미국이 위폐 문제나 마약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사실상 같다. 별다른 근거도 없이 북한의 이미지를 파렴치범으로 만들어 대북 압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이나 일본은 같은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북·일 협상에서 국교 정상화 문제가 의제로 설정되기는 했지만, 일본은 "다른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국교 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므로 형식과 달리, 국교 정상화 문제는 북·일 협상의 실질적 의제가 아닌 것이다. 다른 문제가 해결된 뒤에나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 당장에는 의제가 아니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핵문제가 해결되어야만 북미관계 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리고 북·일 협상에서 핵 및 미사일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 6자회담의 주제와 같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위폐문제가 납치문제로 '둔갑'했다는 점만 차이가 있을 뿐, 북·일 협상은 사실상 6자회담과 같은 회담이다. 그래서 '미니 6자회담'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미니 6자회담'도 미국의 대북 압박을 측면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북·일 협상 의제는 6자회담 의제와 유사

그러므로 북·미 간의 시소(seesaw)는 비단 6자회담에서뿐만 아니라 '미니 6자회담'인 북·일 협상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북·일 협상에서는 미국이 일본이라는 대리인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처럼, 일본은 6자회담에서 미국을 보호하고 한·중의 추월을 견제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또 '미니 6자회담'에서 또 다른 대북 압박을 가함으로써 미국을 돕는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이 3순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어느 국가도 일본 만큼의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한·중 두 나라는 일본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 한국·중국은 지금 상태에서는 절대로 메달을 확보할 수 없다. 중국이 아무리 '경기장'(회담 장소)을 제공하고, 한국이 아무리 미국의 집안일(미군 개편이나 이라크 참전)을 도와준다 해도, 두 나라가 결코 3등이 될 수 없는 것은 '보이지 않는 3순위'인 일본이 한·중 양국을 견제하면서 미국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중 양국이 한반도 핵문제와 관련하여 자국의 역내 위상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양국은 북한이나 미국에 신경을 쓰는 것만큼 일본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숨은 3순위' 일본을 먼저 따돌리지 못하면, 양국은 절대로 '메달권'에 진입할 수 없을 것이다. 야스쿠니 문제 등 일본의 약점을 파고드는 전략이 한층 더 강화되지 않는 한, 한·중 양국은 '투입'만큼의 '산출'을 확보하기가 힘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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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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