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신사 안에 있는 '팔 박사 현창비'.야스쿠니신사 홈페이지
그럼, 가미도 아닌 그가 야스쿠니신사에서 추앙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열린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피고인 전원에 대해 무죄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일제의 침략전쟁을 기획하고 수행한 전범 전원에 대해 무죄라는 소수의견을 내놓은 사람이다.
일본인들이 그를 추모하는 비석을 야스쿠니신사에 세운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과거 행위에 대해 스스로 무죄임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인도인 팔 박사를 추모하는 형식을 빌려 자신들의 무죄를 간접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야스쿠니신사 홈페이지에 보면 '팔 박사 현창비'를 소개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소개문의 전문(全文)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소화 21년(1946년...인용자 주)부터 행해진 극동국제군사재판(통칭 도쿄재판)의 인도 대표판사였던 라다 비노드 팔 박사는 사실을 왜곡한 소송에 대해 재판관 중에서 홀로 피고단 전원이 무죄라는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그 용기와 정열을 기리고 후세에 전하기 위해 평성 17년(2005년...인용자 주)에 건립되었습니다."
이 소개문에 따르면, 일본인 전범 전원이 무죄라는 소수의견을 제출한 팔 판사에 대해 일본인들은 "용기와 정열"이 있는 사람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인들을 전범으로 몰아세우는 소송은 "사실을 왜곡한 소송"이라면서, 우회적으로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 이러한 시설이 있다는 것은 야스쿠니신사가 무슨 목적으로 운용되는 시설인지를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전몰자를 추모하는 게 아니라 일본 군국주의를 옹호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일본 국민을 통합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날 한·중 양국 정부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것도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곳이 단순히 한국의 국립묘지처럼 전몰자 추모시설에 불과한 것이라면, 주변국들이 그처럼 강력하게 참배를 비판할 리 없는 것이다.
세계 최정상급의 경제·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국외를 향한 군사적 팽창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일본이 과거의 범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야스쿠니신사에서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또 국민을 군국주의적으로 통합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국들은 일본 국왕(소위 '천황')이나 총리의 신사 참배를 적극적으로 견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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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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