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책, 전집 들일까 단행본 고를까

[아가와 책 14] 아기 책 고르기는 너무 어려워!

등록 2006.04.15 09:38수정 2006.07.1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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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주변의 엄마들과 이런 저런 정보를 교환할 기회가 많다. 아기 엄마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된 내용은 '내 아이를 어떻게 교육할까'이다. 건강한 아이가 첫째이고 그 다음으로 '똑똑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욕심. 그래서인지 아기 책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구입하려면 도대체 어떤 것을 고려해야만 할까? 책과 관련한 일들을 하면서 내가 정한 기준을 들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책이어야 한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에게 글자가 많이 들어 있는 그림책을 보여 준다면 금방 싫증을 느끼고 만다. 반면에 한창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만 3세 이상의 어린이에게 단순한 그림이 그려진 책은 별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다.

생후 2–3개월 정도까지는 아이의 시선을 끌고 즐거운 느낌을 주는 커다란 흑백 도형이나 선명한 칼라 그림이 그려진 초점책이 좋다. 시중에 다양한 출판사에서 내놓은 아기초점책이 있으니 엄마가 먼저 살펴보고 적절한 것을 골라 보여 주면 된다. 아기가 무슨 책을 보겠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의외로 아기들은 초점책을 좋아하고 유심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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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맞추기 책 ⓒ 삼성출판사

생후 3개월 정도가 되어 장난감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면 헝겊책으로 바꿔 주는 것을 권한다. 헝겊책은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져 아이가 물고 빨아도 괜찮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장난감처럼 재미있는 모양이어서 아이의 흥미를 돋워준다. 입체적인 형태의 여러 사물이 책장마다 튀어나오는 입체 책도 아이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생후 5-6개월부터는 드디어 일반인들이 '그림책'이라고 칭할 만한 것들을 보여준다. 고려해야 할 점은 글자수가 적고 의성의태어가 많으며 리듬감 있는 구절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7-8장 정도의 책이 적당하다. 이전보다 인지 능력이 발달한 아이는 반복적인 구절을 좋아하고 일종의 놀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시기의 책에 실린 그림은 아이에게 친숙한 얼굴 모양이나 선명한 색깔이 있으면 좋다. 엄마 얼굴에 익숙한 아이는 자기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나 책의 그림에 얼굴 모양이 그려진 것을 아주 좋아한다. 사물 또한 살아 있는 생명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좀 자라서 만 2세가 되면 비로소 아주 짧은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책을 읽어 준다. 이것 또한 아이의 흥미를 끌만한 예쁜 그림이 있어야 한다. 유화, 파스텔화, 크레파스화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그린 그림과 여러 작가의 책을 접하도록 해 준다. 한창 많은 것을 흡수할 나이이기 때문에 다양한 소재와 내용은 좋은 자극제가 된다.

이 시기가 되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무척 강해지므로 사물의 모양과 이름을 알려 주는 '세밀화 그림책'도 좋다. 책을 통해 세상에 대해 공부하고 밖으로 나가면 더욱 확실한 단어 감각을 기를 수 있다. 온갖 사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아이는 비로소 세상에 눈 뜨고 언어생활에 흥미를 갖게 된다.

아이 책을 고를 때 엄마들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전집을 사줄까 아니면 단행본을 골라가며 사줄까'이다. 어린이 책을 대여해주는 회사들도 있지만 아이들의 특성상 대여하기보다는 집에 책을 가까이 두고 보여주고 싶은 것이 엄마 마음이다. 책을 구입하려면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고려해야 할 요소들도 많다.

우선 전집의 경우 좋은 책을 한꺼번에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연 이 책이 우리 아이에게 맞을까' 걱정할 필요 없이 발달 단계에 맞춰 나온 전집을 장만해 주면 간단하다. 유명 아동 도서 회사의 제품들은 좋은 그림책의 판권을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어서 전집 한 질을 구입해주면 다양한 내용과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비용이다. 우리나라의 전집들의 경우 가격이 심하게 부풀려 있어서 한꺼번에 구입하기에는 너무 비싼 편이다. 대부분 전집들이 몇 십 만 원에서부터 심지어는 백 만 원을 훌쩍 넘는 것까지 있으니 엄마들이 선뜻 사기에 부담스럽다. 편리하다는 점이 있는 대신 비용 면에서 커다란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책이 많다고 하여 아이들이 그것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크다. 많은 책을 주었다고 하여 아이가 기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의 숫자는 몇 권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많은 책을 던져 주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책 읽기를 강요하다 보면 아이는 책을 거부하게 된다.

이런 문제가 걱정될 때에는 엄마가 직접 고른 단행본을 구입해 주는 편이 더 낫다. 단행본은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엄마가 잘 골라 주기만 한다면 아이는 몇 권의 책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한다. 문제는 엄마가 과연 제대로 좋은 책을 골라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엄마는 아기 책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몇 번의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엄마가 고른 책이 아이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몇 번의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다 보면 '우리 아이 수준과 흥미에 맞는 책'이 과연 어떤 것인지 대략 감이 잡힌다.

아이마다 좋아하는 책의 종류도 매우 다르다. 다른 엄마들이 권하는 '까꿍놀이 책'을 우리 아가에게 보여 주면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반면에 단순한 선과 색으로 구성된 '메이지 시리즈'는 생후 3개월부터 이제 6개월이 된 지금까지 꾸준히 좋아하고 열심히 보는 책이다. 이처럼 아이 성향에 맞는 책을 발견하기 위해선 엄마의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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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그림이 그려진 메이지 시리즈 중 하나 ⓒ 키즈돔

아이에게 좋은 책을 보여 주고 싶은 엄마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그러나 몇 가지 사항을 명심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자.

첫째, 남들이 좋다고 하여 우리 아이에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 둘째,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오히려 해롭다)'이라는 말처럼 너무 많은 책을 아이에게 주면서 강요하지는 말 것. 셋째, 엄마도 책에 대해 공부하면서 아이 책을 고를 것.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는 엄마 밑에서 책을 좋아하는 아이도 자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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