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루치 없인 못 살아~ 나는 못 살아~"

<음식사냥 맛사냥 74> 봄에 먹어야 제맛 즐길 수 있는 '멸치찌개'

등록 2006.04.25 16:46수정 2006.04.30 19:05
0
원고료로 응원
a 깔끔하고 시원한 멸치찌개 드셔보실래요

깔끔하고 시원한 멸치찌개 드셔보실래요 ⓒ 이종찬

칼슘의 왕 며루치('멸치'의 경상도 말). 멸치가 제 철을 맞았다. 멸치는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잡히지만 3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 잡히는 봄 멸치가 가장 맛이 좋다. 특히 요즈음 멸치의 고장 대변항에서 잡히는 봄 멸치는 지방질과 칼슘이 특히 많아 회나 찌개, 구이, 젓갈 등 다양한 먹거리로 탈바꿈한다.

3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 잡히는 봄 며루치가 가장 맛이 좋아


지금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는 봄 멸치를 터는 어부들의 '으쌰∼ 으쌰∼' 하는 소리로 가득하다. 지난 21일(금)부터 23일(일)까지 사흘 동안 열린 '제10회 기장멸치축제'는 끝이 났지만 대변항 어부들의 멸치잡이는 그렇게 끝난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축제가 끝난 지금쯤 대변항으로 가는 것이 봄 멸치의 참맛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지도 모른다.

기장 대변항 멸치는 전국 유자망 멸치 어획량의 70%를 차지하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요즈음 대변항에 들어서면 길거리마다 음식점마다 봄 멸치로 넘쳐난다.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싱싱하고 고소한 멸치회에서부터 속이 확 풀리는 멸치찌개, 이 지역 사람들이 김치를 담글 때 빠져서는 안 되는 멸치젓갈 등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어디 그뿐인가. 그물에서 갓 털어 낸 싱싱한 봄 멸치를 숯불에 구워먹는 멸치구이의 깊은 감칠맛은 어떡하랴. 싱싱한 봄 멸치를 기름에 튀겨먹는 멸치튀김, 아사삭 고소하게 씹히는 멸치튀김의 깊은 맛은 또 어떡하랴. 게다가 요즈음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새롭게 조리한 멸치초밥과 멸치햄버거의 독특한 맛은 누가 흉내낼 수 있으랴.

a 아름답고 물 맑은 대변항 앞바다

아름답고 물 맑은 대변항 앞바다 ⓒ 이종찬

a 멸치찌개는 갓 건져올린 봄 멸치로 조리해야 제맛이 난다

멸치찌개는 갓 건져올린 봄 멸치로 조리해야 제맛이 난다 ⓒ 이종찬

음식 이상의 건강효과를 누릴 수 있는 칼슘의 황제 멸치

된장찌개에서부터 여러 가지 해장국의 맛국물을 만들 때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멸치. 멸치는 바다가 사람들에게 선물한 칼슘의 황제다. 멸치는 어린이의 성장발육은 물론 임산부의 태아의 뼈 형성과 산모의 뼈 성분을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갱년기 여성들의 골다공증 예방까지 도와주는, 그야말로 먹으면 '곧바로 약이 된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음식이다.


여러 가지 의학적 자료에 따르면 멸치에는 조미료 역할을 하는 글루타민을 비롯해 각종 성인병 예방에 좋은 불포화지방이 듬뿍 들어 있다. 또한 봄철에 잡히는 봄 멸치에는 단백질과 베타카로틴, 비타민 B1과 B2, 무기질 등이 특히 많아 사람들이 먹으면 음식 이상의 건강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멸치는 예민한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도 아주 뛰어난 역할을 한다. 신경 불안정은 대부분 인체에 필요한 칼슘이 모자라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때에는 불안과 초조, 우울에 시달리기 쉽고 심하면 불면증까지 일어난다고 한다. 이 때에는 마른 멸치를 그냥 고추장에 찍어먹거나, 마른 멸치볶음을 즐겨보자. 어느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리라.


게다가 체질적으로 성격이 아주 소심하고, 조그만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피부색이 유난히 검은 사람, 얼굴에 살이 없으면서 각진 사람, 코에 살이 없고 길면서 큰 사람, 코가 짧고 작은 사람, 꼼꼼하고 소심한 성격의 사람, 눈이 큰 사람)은 식탁 위에 멸치 반찬을 자주 올려, 멸치를 늘 가까이 하는 것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a 멸치찌개와 술 마시면 술이 취하지 않는다?

멸치찌개와 술 마시면 술이 취하지 않는다? ⓒ 이종찬

a 이 곳 멸치찌개에는 향긋한 방아를 많이 쓴다

이 곳 멸치찌개에는 향긋한 방아를 많이 쓴다 ⓒ 이종찬

멸치찌개와 술을 마시면 술이 취하지 않는다?

나그네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봄 멸치로 이름 높은 부산 기장군 대변항을 찾는다. 대변항은 해양수산부가 정한 '전국 아름다운 어촌 100곳' 중 하나로 뽑힐 정도로 해변이 몹시 아름답고 짙푸른 바닷물이 수정처럼 맑은 곳이다. 꼭 멸치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들러 볼만한 곳이라는 그 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3월 끝자락에 우연찮게 찾았던 대변항. 그날이 토요일이라서 그랬을까. 잡쪼롬한 갯내음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아름다운 대변항 길목 곳곳에는 싱싱한 멸치회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구수한 내음이 풍길 것 같은 멸치젓갈을 파는 아낙네들과 봄 멸치로 만든 여러 가지 멸치조리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길거리에 쌓인 멸치처럼 많은 사람들. 그 틈에 한 마리 멸치처럼 섞여 대변항을 한바퀴 휘이 둘러본 나그네는 대변항이 훤히 바라다 보이는 멸치찌개 전문점 '진주횟집'으로 들어갔다. 진주횟집은 특히 멸치찌개의 시원하고도 담백한 국물 맛이 좋아 우리 나라 곳곳에 있는 맛객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실, 멸치회는 나그네가 대변항에 올 때마다 먹었다. 그리고 올해에도 벌써 마산어시장에서 파는 싱싱한 멸치회를 몇 번이나 맛보았다. 그 때문에 나그네는 이번 대변항 여행길에서는 멸치찌개 맛을 보고 싶었다. 게다가 멸치찌개는 이 지역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안주 삼아 먹으모 암만 소주를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a 멸치찌개에 담긴 멸치의 속살을 발라먹는 맛도 그만이다

멸치찌개에 담긴 멸치의 속살을 발라먹는 맛도 그만이다 ⓒ 이종찬

"고마 드셔 보이소,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니까예"

"어서 오이소. 몇 분입니꺼?"
"두 사람입니다."
"저 쪽으로 가서 앉으이소. 소주 한 병 하고 멸치찌개 2인분 해 드리까예?"
"잠시 숨 좀 돌리고 주문할게요."


횟집 안으로 들어서자 식탁마다 빼곡이 들어찬 손님들과 크게 주고받는 이야기 소리 땜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멸치찌개와 싱싱한 멸치회를 안주 삼아 소주병을 몇 병째 비우고 있는 사람들. 대체 멸치찌개가 얼마나 맛있고 몸에 좋기에 대낮부터 저리도 많은 소주병을 비우고 있는 것일까.

시끌벅적한 횟집 한 귀퉁이, 대변항이 훤히 바라다 보이는 창가에 앉은 나그네는 쪼르르 따라오는 종업원에게 소주 한 병과 멸치찌개(1만5천원) 2인분을 시키며, 은근슬쩍 말을 건넸다. 종업원들이 이 집 멸치찌개에 대해서 얼마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가 은근히 떠보기 위해서였다.

"이 집 멸치찌개가 그렇게 맛이 좋다면서요?"
"그런 말씀 하지 마시고 고마 드셔보이소. 사람마다 다 입맛이 다르니까예. 참! 방아를 쬐끔 적게 넣어까예?"
"아니, 이 집 하는 방식대로 주세요."
"서울이나 타 지역 사람들은 방아를 많이 넣는 것을 싫어해서예."


a 소주 한 병과 쌀밥 한 그릇이 어느새 뚝딱!

소주 한 병과 쌀밥 한 그릇이 어느새 뚝딱! ⓒ 이종찬

시원하고도 깔끔한 국물맛이 으뜸인 멸치찌개

이윽고 소주 한 병과 함께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멸치찌개가 식탁 한가운데 떡 하니 올려진다. 밑반찬으로 나온 방울토마토와 김치, 콩나물, 다시마무침, 멸치볶음 등도 깔끔한 게 제법 맛갈스럽게 보인다. 우선 소주 한 잔 입에 털어 넣고 멸치찌개 국물을 떠서 입에 넣자 향긋한 방아내음과 함께 입 속을 맴도는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멸치찌개에 든 커다란 멸치를 건져 하얀 쌀밥 위에 올려먹는 맛도 고소하고 달다. 언뜻 멸치 특유의 비린 맛이 날까 조바심을 냈지만 비린 맛은 그 어디에도 없다. 멸치찌개에 든 멸치의 살을 발라먹으며 가끔 떠먹는 멸치찌개의 국물맛, 시원하고도 뒷맛이 깔끔한 국물맛도 다른 해징국집에서는 도저히 맛 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다.

대변항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눈 몇 번 깜빡할 사이에 소주 한 병과 쌀밥 한 공기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소주 한 병을 더 시킨 뒤 반쯤 남은 멸치찌개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자니 콧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며루치 없인 못 살아∼ 나는 못 살아∼ 앞으로도 며루치만을 사랑할 거야∼'

덧붙이는 글 | ☞1. 서울-경부고속도로-부산나들목-반송-석대-기장방면 14번 국도-대변항-진주횟집 
2.서울-부산고속터미널-노포동전철역-동래전철역-좌석버스 183번, 일반버스 188번(30분)-대변항-진주횟집

※이 기사는 <시골아이 고향>에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1. 서울-경부고속도로-부산나들목-반송-석대-기장방면 14번 국도-대변항-진주횟집 
2.서울-부산고속터미널-노포동전철역-동래전철역-좌석버스 183번, 일반버스 188번(30분)-대변항-진주횟집

※이 기사는 <시골아이 고향>에도 보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5. 5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