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지난 2002년 탈북한 김한미양 가족뿐 아니라 김성민 북한자유방송 대표, 1977년 일본 니가타현에서 납북된 요코다 메구미의 모친 요코다 사키에씨를 면담했다.백악관 홈페이지
통일부 당국자는 "미국내 강경파의 대표적 인물인 레프코위츠 특사가 최근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워싱턴에서 설명회도 갖고 개성공단 현지에 미국 관계자들이 방문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자 그에 초조감을 느끼고 그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경파인 레프코위츠 특사의 일련의 발언을 개인 플레이 정도로 치부하는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은 별 설득력이 없다. 그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허락 또는 최소한의 묵인없이 그같은 발언을 할 수 있을까?
<월스트리저널>에 레프코위츠 특사의 기고문이 실린 날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탈북자 김한미 양 가족과 김성민 북한자유방송 대표, 1977년 일본 니가타현에서 납북된 요코다 메구미(당시 13세)의 어머니 요코다 사키에씨를 만났다.
부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겨냥해 "한 국가의 지도자가 납치를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미국 대통령으로서 인권과 자유가 없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끝까지 일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민 대표의 전언에 의하면 그가 "김정일은 기독교인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사탄"이라고 말하자 부시 대통령은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인다고 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이 이들을 만나는 자리에는 레프코위츠 특사도 함께 배석했다. 그리고 가토 료조 주미 일본 대사도 있었다. 일본은 역시 납북자 문제와 함께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부시의 대(對)한국 압박정책 끝까지 견딜 것인가?
이 같은 일련의 흐름들은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이 결코 '개인적 초조감'의 산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을 남북 화해 협력의 상징이자, 갈수록 중국에 밀착하는 북한을 견인해내는 중요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개성공단이 북한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것이며, 이런 것들이 없다면 쉽게 무너질 김정일 정권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본다.
결국 미 행정부 핵심 관료의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개성 공단 비판은 결국 한국 정부에 대해 직접적인 압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한국 정부는 국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를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생산품을 'Made in Korea'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현재로서는 실현되기 힘들다.
한국 정부는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인정,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등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그런데 유독 개성공단 문제에서만 미 행정부와 충돌하고 있다. 과연 이런 자세를 끝까지 견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만 해도 처음에도 수용하지 않을 듯 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경향신문>은 지난 3월 28일 "올 2월 말 미국을 방문한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은 북한에 적어도 6개월의 시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며 "만약 북한이 이 기간동안 열리는 6자 회담에서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국 정부는 앞으로 미국의 대북 압박조치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한국 정부는 이 같은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4월 24일 끝난 제 18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한국 정부는 대량의 경제지원을 약속하면서 485명에 이르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북한에 종용했다. 납북자 문제 해결 노력도 결국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와 간접적으로 맥이 닿아있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이 완강하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이 더욱 강화되고 지속될 경우 이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 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힘들다
중국 빠진 대북제재는 효과 없어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국 정부만 몰아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설사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압박 움직임에 동조한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빠진다면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 지난 4월 21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중국이 대북 압박에 나설 것을 촉구했으나 후진타오 주석은 "6자 회담 관련 당사국이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지난 1월 10일 한 강연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북한과 중국의 동맹관계를 끊는 것"이라며 "김정일은 중국을 믿고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미국 방문을 마친 뒤 바로 귀국하지 않았다. 지난 4월 22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데 이어 모로코·나이지리아·케냐 등을 연달아 방문했다. 모두 에너지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노골적으로 자신에 대한 적대 정책을 펴고 있으며, 결국 에너지라는 수단을 동원해 목을 죌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북핵 문제에서 중국이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기를 희망하는 것은 모순이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수록 김정일은 후진타오의 품에 안길 것이며, 중국은 자신들의 외곽 방어선인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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