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깜짝 상속세' 막전막후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감세를 둘러싼 힘겨루기

등록 2006.05.15 10:05수정 2006.05.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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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본점. ⓒ 오마이뉴스 박수원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보인다. 참여연대가 광주신세계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을 제기했고 국세청은 신세계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법정 공방과 세금 납부는 감수하더라도 더 큰 문제를 풀 수 없다. 경영권 승계가 차질을 빚는다. 그럴 바엔 정면 돌파가 나을지 모른다. 악재를 일거에 해소하고 경영권 승계를 가속화할 수 있다.

"깜짝 놀랄 규모"의 상속·증여세, 즉 1조원을 내겠다고 발표한 신세계의 속내를 이렇게 읽을 수도 있다.

더 크게 볼 수도 있다. 삼성애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사건에 대해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 글로비스를 통해 경영권을 편법 승계하려던 현대차는 총수 구속이란 철퇴를 맞았다. 대법원장과 법무장관이 기업 비리에 관대한 판결과 수사를 질타한 바도 있다.

압박과 봉쇄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편법은 더 이상 편법으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없다. 오히려 리스크만 키운다. 삼성은 8000억, 현대차는 1조원 사회 헌납을 약속했다. 차라리 그 돈을 세금으로 내고 당당히 경영권을 승계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상황은 많이 호전되고 있다. 420억 달러의 재산가인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자신의 지분 전체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아들에게는 경영권 없는 회장직만 주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지만 그래도 평가할 일이다.

이런 평가의 전제는 당당함이다. 현행 법률에 흔쾌히 승복하는 자세다.

하지만 아니다.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신세계가 "깜짝 놀랄" 발표를 하기 이틀 전 상속세제 개편을 들고 나왔다. "현행 세법상 기업 상속에 따른 세 부담이 과도하다"고 했다. "최대주주 주식상속분에 대한 최고 세율이 65%에 달해 상속이 기업 경영권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전경련의 세율 인하 요구가 세를 형성할 논리가 성립된다. 이른바 경영권 위기론이다.


신세계는 세금의 30%는 현금으로 내되 70%는 주식으로 대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럴 경우 경영권을 승계할 정용진 부사장의 지분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지분까지 합쳐 28%에서 17%로 떨어진다.

일부 언론은 바로 이 점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다른 기업에 비해 개인 대주주의 지분이 많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안착돼 있어 별 문제가 없다"는 신세계의 말도 뒷전으로 밀어놓은 채 경영권 위기론 설파에 나섰다. 정작 당사자는 괜찮다는데 구경꾼이 나서는 형국이다.

전경련과 일부 언론이 이렇게 합세하면 목소리는 커진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감세론까지 더해지면 무시 못 할 세가 형성될 수도 있다.

때마침 천정배 법무장관이 한 말이 있다. 이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자회사가 임원의 불법행동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지 않을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제도다. 비상장 자회사가 경영권 편법승계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데도 비상장 회사란 점 때문에 소액주주가 제동을 걸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하려는 취지다.

상황은 명료해지고 있다. 재계나 정부 모두 "편법은 안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안된다'의 내용은 다르다. 재계는 '사실상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정부는 '하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재계는 법을 따를 테니 세율을 낮춰달라고 하고, 정부는 법 고삐를 더 바짝 죄겠다고 한다.

어떻게 흘러갈까? '풀자'와 '조이자'는 설전 앞에서 여론은 어떤 선택을 할까? 배제할 수 없기에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가능성이 있다. "맘 잡고 '차카게' 살려는 사람한테 왜 매를 드느냐"는 힐난 말이다. 경영권 위기론은 그 힐난의 전주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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