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부 기독교인들은 남북 간에 이루어지는 화해 무드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따금씩 서울시청 앞에 모여 북한을 반대하고 미국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물론 갑작스러운 현상 변화 앞에서는 누구나 다 우려와 걱정을 갖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기독교는 지금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또 어떻게 해야만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겠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기독교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듯이, 지금 한국 기독교는 위기의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독교는 위기의 상황
한국 기독교가 왜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가에 관하여 여러 가지 관점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질서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는, 그동안 한국 교회를 지탱해 준 힘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서세동점(西勢東漸) 시기에 조선정부가 기독교를 배척했을 때만 해도, 기독교는 이 땅에 발을 디디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그 기독교가 이 땅에서 단단한 기반을 잡고 나아가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서양세력’의 지원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한국인들의 신앙심이 두터운 측면도 있겠지만, 한국 기독교가 급성장을 이룬 결정적 요인이 바로 서양세력의 지원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기독교가 서양의 힘에 의존했다는 점은 일제시대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1871년 이후의 일본은 기본적으로 ‘서양에 의존하여 서양의 탈을 쓴 동양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한말과 일제시대는 물론 8·15 이후에도 한반도가 여전히 서양의 영향력 하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 기독교는 그처럼 놀랍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서양의 후원 하에 성장한 한국 기독교이기 때문에, 서양 특히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지금 시점에 이르러 위기를 맞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기독교 내부에서 신앙의 문제, 목회자의 문제 등 갖가지 모순이 드러나는 것은 바로 기독교를 지탱해 주던 서양(미국)의 힘이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의 위세가 예전 같았다면, 기독교의 사소한 모순들은 그대로 덮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 토대가 흔들리다 보니, 갖가지 사소한 문제들까지 덩달아 부각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한국 기독교인들은 중세 기독교의 성장이 로마 제국의 후원에 힘입은 바 크듯이, 오늘날 한국 교회의 성장 역시 미국의 후원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을 결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약화되는 오늘날에 이르러 한국 기독교까지 덩달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 교회를 지탱한 힘은 기본적으로 미국
한반도에서 툭 하면 미군 철수 주장이 제기되고 또 남과 북 사이에 교류와 협력의 분위기가 감도는 것은 한국 기독교에게는 분명 위기적 상황이다. 일부 몰지각한 교회 지도자들이 선량한 교인들을 북한 반대 집회에 동원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교회 지도자들이 선량한 교인들을 수구 데모에 동원하는 것은 북한의 교세가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미국의 영향력 약화가 두렵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시대의 대세는 분명히 한반도 평화다. 냉전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패권적 지배는 이미 석양에 지는 해와 같은 신세에 놓여 있다. 다시 말해, 앞으로도 계속 미국을 지지한다면, 한국 교회는 더 이상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 기독교가 대세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것은 결코 지혜로운 태도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민심은 천심이란 말이 있듯이, 선량한 대중들이 한반도 평화를 지향하고 있다면 그것은 한반도 평화가 하나님의 섭리에 배치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가 하나님의 섭리에 위반되는 것이 아닐진대, 성경을 들고 찬송가를 부르면서 시청 앞에 모여 한반도 평화를 반대하고 미국의 패권을 추종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섭리에 벗어나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한반도 평화가 하나님의 섭리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라면, 남과 북의 화해를 반대하는 일부 교인들의 행위는 하나님을 노하게 하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하나님의 섭리는 한반도 평화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가 하나님의 섭리에 위반된다는 뚜렷한 정황도 없고 또 한반도 평화가 시대적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독교가 앞으로도 계속 한반도 평화를 반대하고 미국의 패권을 추종한다면, 이는 한국 기독교의 존재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행위가 되고 말 것이다.
만약 이런 상태에서 미국이 동북아를 떠난다면, 그때 한국 기독교는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겠는가? 한국 교회가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미국에 의지한다면, 미국이 떠나는 날 한국 기독교도 더 이상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십계명에서 우상숭배를 배척하고 있듯이, 하나님이 아닌 미국을 신뢰하는 것도 일종의 우상숭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한국 기독교는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미국이라는 우상을 숭배하는 한, 하나님이 결코 함께하지 않으실 것임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 기독교의 나아갈 길은 이것이다. 미국이 아닌 하나님을 믿고 의지해야 한다는 것.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이 땅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 기독교도 한반도 평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교인이라면, 한반도 및 세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하나님의 섭리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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