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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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06.07.06 16:59수정 2006.07.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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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솟, 그걸 먹으라는 뜻이야.

나무위에 있던 수이가 조심스럽게 외쳤다. 솟은 이상한 짐승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짐승의 노란 눈은 먹이를 앞에 두고 노려보는 짐승의 그것과는 달랐다. 솟이 느끼기에 굳이 비슷한 것을 떠올린다면 그 눈빛은 막 낳은 새끼를 핥아주는 어미짐승의 눈길과도 같았다. 솟은 이상한 짐승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노란 돌을 받아 입안에 넣었다.


노란 돌은 솟의 입안에서 조금 구르는 것 같더니 놀랍게도 순식간에 녹아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몸이 나른해지며 팔다리에 힘이 풀려 솟은 저도 모르게 곧게 땅에 눕고 말았다. 이상한 짐승은 재빠르게 솟에게 다가왔다. 솟은 벌떡 일어나 다가오지 마라는 몸짓을 보이고 싶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고 목에서 새된 비명만 뿜어져 나올 뿐이었다. 이상한 짐승은 솟의 태도에 잠시 움찔거렸다가 다시 다가섰다.

-솟! 괜찮아 솟! 널 해칠 짐승은 아니야!

솟은 나무위에서 애타게 소리치는 수이가 못 마땅했다.

‘사냥 한 번 안 나가 봤으면서 뭘 알고 저런 소리를 쉽게 하는 거야?’

어찌 되었거나 당장은 무슨 수를 낼 수 없는 솟은 이상한 짐승이 다가와도 누워 있을 수 밖에는 없었다. 이상한 짐승은 솟의 허벅지에 난 상처를 살펴보더니 등에 찬 가죽을 끌러 그 안에서 작은 물건을 꺼내었다. 그리고 그 물건을 솟의 허벅지에 문질러 대었다.


-아!

솟은 당연히 그런 것을 상처에 대었으니 통증이 올 것이란 지레짐작에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한 짐승은 솟의 반응에 크게 놀라긴 했지만 더 이상 별다른 반응이 없자 다시 작은 물건을 상처에 문질러 대었다. 이상한 짐승은 일을 마치자 조금 떨어져 솟을 바라보았다. 솟은 온 몸에 감각이 없음을 느끼고선 이상한 짐승의 능력에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수이가 서서히 나무위에서 내려와 솟의 옆으로 다가왔다. 솟은 아직 이상한 짐승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탓에 수이를 보며 힘겹게 소리쳤다.


-수이! 나무위로 올라가!

-솟, 저 동물은 우리를 도와주려는 거야.

이상한 짐승은 솟과 수이를 보며 더 이상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윽고 솟의 온 몸에 감각이 돌아왔고 놀랍게도 솟은 비틀거리는 정도나마 일어설 수 있었다. 이상한 동물의 치료가 아니었다면 짧은 순간에 그렇게 치유 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잠시 후, 이상한 짐승은 솟과 수이를 놓아두고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달려간 후 멀리서 솟과 수이를 보며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손짓을 해대었다. 솟은 이상한 짐승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비록 동료들을 해친 행위에 대한 보복이었지만 저 이상한 짐승의 동료 둘을 죽인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저 짐승은 솟을 해치거나 최소한 솟을 피해 조심스럽게 지나쳐야 정상이었다.

-솟, 저 짐승은 전의 그 짐승과는 다른 것 같아.

수이의 말에 솟은 멀리서 계속 손짓을 하는 짐승을 살펴보았지만 다른 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작달막한 체구, 털이 없는 얼굴, 입술이 없는 입, 노란 눈 등 같은 생김새에 몸에 달라붙는 이상한 가죽을 걸치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이 전에 솟의 손에서 도주한 이상한 짐승과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짐승이 목숨을 구해주더니 자기를 따라오라며 손짓까지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았다. 솟은 당장 인정하기는 망설여졌지만 수이의 말이 옳다는 것을 유추할 수는 있었다.

-가보자 솟, 가자.

수이는 계속 솟을 졸라대었지만 솟은 이상한 짐승이 손짓하는 곳을 따르지 않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이와는 반대 방향으로 갔다. 비록 솟의 눈에 익었던 풍경이 불에 타 허허벌판이 되긴 했지만 그 주위의 지리는 솟이 익히 알고 있었다.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나 정체모를 짐승을 쫓아가는 것은 안탄과 징요마을을 통틀어 최고의 남성이라고 자부한 솟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 일이었다.

-솟!

수이가 이상한 짐승과 솟을 번갈아 보며 애타게 불렀지만 솟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수이야, 저 이상한 짐승은 믿을 수가 없어. 넌 속임수라는 것을 모르니?’

솟은 수이를 탓하는 말을 삼킨 채 어서 자신을 따라오라며 수이에게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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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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