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제대로 한 조승우의 <지킬앤하이드>

[꼬투리의 falling in 뮤지컬 26] 관객을 사로잡는 감동의 뮤지컬

등록 2006.07.14 10:05수정 2006.07.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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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과 하이드의 대비되는 연기장면. 오른쪽은 조승우가 지킬로 연기하는 모습이고 왼쪽이 하이드로 분한 류정한이다.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인간이 지닌 선과 악의 두 그림자를 아름다운 멜로스릴러로 승화시킨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일본에서의 성공적인 공연을 마치고 2006년 마지막 공연이 될 <지킬앤하이드>가 마니아들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 막을 올렸다.

뮤지컬배우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만큼 특급개런티를 받고 있는 조승우의 브랜드파워는 가히 막강했다. 예매율은 물론 배우로서의 실력도 말이다. 명확한 대사전달과 만만치 않은 가창력을 선보인 그는, 노래를 부르는 중간중간 대사를 외치는 듯한 창법을 보이며 극적감동을 극대화시켰다.

하지만 역시 조승우의 매력은 연기력에서 절정을 이룬다. 영화 <말아톤>에서 이미 검증된 그의 연기는 지킬박사가 자신에게 실험을 하다 하이드로 바뀌는 순간에 최고의 감동을 전달한다. 조승우가 출연하는 날에 거의 전석이 매진된 것이 그의 대중적인 인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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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서의 댄스신에서는 섹시하면서도 귀여운 춤을 루시(소냐 분)가 잘 연기해 냈다.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주인공 지킬 역을 맡은 또 다른 배우 류정한과 김우형의 연기도 조승우 못지않게 정열적이다. 다만 이번에 새로 투입된 김우형은 조승우와 류정한에 비해 가창력 면에서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장면이라 할, 주인공이 한꺼번에 지킬과 하이드를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류정한과 김우형은 대비되는 목소리연기를 통해 조승우보다 더 실감나게 역할을 감당해 내기도 했다. 특히 하이드로 변했을 때의 난폭한 연기를 맛깔스럽게 잘 살려냈다.

탄탄한 스토리 못지않게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빛내주는 또 하나의 요인은 아름다운 음악이다. 물론 그 아름다운 선율을 감동적으로 전달해 주는 배우들의 가창력이 단연 돋보인다. 그 중 엠마 역을 맡은 이혜경과 루시 역할의 소냐는 사뭇 그 느낌이 색다르다.

간단히 말하자면 클래식과 팝을 번갈아 감상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얼핏 들으면 약간 답답해 보이는 목소리를 가진 이혜경은 교과서적인 발성법을 보여주는데, 고음을 처리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을 만큼 엄청난 성량을 보이며 특유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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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된 느낌의 발성과 음색으로 감동을 안겨준 소냐(왼쪽)와 이혜경의 연기하는 모습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반면 소냐의 음색은 어느 정도 허스키하면서도 맑게 다가온다. 그의 노래 첫 마디가 울려퍼지자마자 기자와 동행인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을 정도로 그의 노래는 감미롭고 호소력이 짙다. 한때 대중가수였던 그가 뮤지컬계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개척할 수 있었던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연기 또한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이렇게 상반된 느낌을 가진 극중 엠마와 루시의 노래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발성과 음색이 확연하게 차이나는 이들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지킬앤하이드>의 관객들은 행복할 수밖에 없다. 이 행복감은 두 여배우가 함께 듀엣곡을 부르는 대목에서 절정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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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에게서 상처받은 루시를 지킬박사가 치료해 주고 있다.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극적인 재미는 지킬과 하이드가 격렬하게 내면의 갈등을 일으키는 장면에서 드러나지만, 사실 더 감동적인 부분은 지킬이 엠마와 결혼식을 올리는 마지막 장면이라 하겠다. 결혼식 도중 하이드로 변해 엠마를 위협하다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하이드 스스로 칼에 찔리는 상황은 애절한 사랑을 처연하게 보여준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음악도 아름답지만 무대 또한 볼만한 거리를 제공한다.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절묘하게 세팅되는 무대는 극적인 감동을 배가시킨다. 또한 어터슨과 덴버스경 등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와 세련된 노래도 이 공연을 빛내주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8월 1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8월 1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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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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