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를 통해 북측 등 7개국을 '폭정국가' 및 '선제공격 대상'으로 규정하자, 북측은 이 NSS를 일종의 선전포고문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서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이 같은 북의 정서는 3월 21일 북측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여, 기자는 3월 27일자 기사에서 ▲북의 군부가 이미 상황을 주도하고 있으며(군부 주도) ▲북이 가급적 국제법을 준수하는 가운데에(국제법 준수) ▲북이 조만간 미사일 발사 등을 포함한 모종의 군사적 조치(군사적 대응)를 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북은 자신들의 대미 대응조치의 수위를 한 단계 더 격상시키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미국이 북의 미사일 문제를 국제연합(UN) 안보리에까지 갖고 갔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이 대북 대응의 수위를 높였기 때문에 북도 이에 맞서 대미 대응 수위를 높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위에 언급된 3가지 '군부 주도' '국제법 준수' '군사적 대응' 중에서 이번에는 '군사적 대응'에 다소의 변화가 생길 것이다. 다시 말해, 군부가 여전히 대미 대응을 주도하고 또 국제법을 준수하겠지만, 군사적 대응 조치에 있어서는 다소의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러한 북측 지도부의 정서는 7월 16일자 외무성 성명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성명에서는 '내용' 못지 않게 그 '형식'이 중요하다. 북은 이번에 '외무성 성명'의 형식을 취했다. 이는 이 성명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가를 거쳤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번 성명에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외무성 성명에 따르면, 북은 이번 안보리 결의를 자국의 주권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성명문의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오늘 조선반도에는 미국의 악랄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무책임성으로 말미암아 우리 민족의 자주권과 국가의 안전이 엄중히 침해당하는 극히 위험천만한 사태가 조성되었다."
"이로 하여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이 심히 유린당하고 정세가 극도로 긴장되어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이 엄중히 파괴되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에 따르면, 북은 지금의 사태를 "민족의 자주권과 국가의 안전이 엄중히 침해당하는 극히 위험천만한 사태"로 파악하고 있으며 나아가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이 엄중히 파기되는 심각한" 상태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므로 북이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여 자신들의 대응조치를 한 단계 더 격상시키려 할 것임은 당연한 일이다. 북의 이러한 의지는 이미 수 차례에 걸쳐 예고된 바 있다.
"우리는 이미 우리 군대의 자위적인 미사일 발사 훈련에 대해 시비질하고 압력을 가하려 든다면 보다 강경한 물리적 행동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북이 지금의 상황에 대응하여 "보다 강경한 물리적 행동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그 행동조치란 무엇인가? 그에 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성명문의 다음 표현에서 그 대략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공화국은 미국의 극단한 적대행위로 인해 최악의 정세가 도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다."
이에 따르면, 북의 다음 조치가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지금 단계에서 북이 취할 수 있는 '자위적 전쟁억제력'에는 무엇이 있을까?
북이 말하는 자위적 전쟁억제력에는 공개적인 핵실험, 미 본토 인근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이 포함될 것이다. 이 점은 북이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갖가지 경로를 통해 예고해 왔으므로, 북은 지금의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위와 같은 '한 단계 격상된 대응조치'를 곧바로 선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북이 만약 ICBM을 발사하는 경우에는 지난 1993년 때와는 다소 다른 방법을 취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북미관계가 전쟁 국면은 아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은 앞으로 일정 기간 동안에는 가급적 국제법을 준수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다. 그리고 북측 지도부는 앞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발언을 많이 하기보다는, 이제까지 선포한 위협 발언들을 하나씩 현실화시키는 쪽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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