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 장관.오마이뉴스 남소연
천정배 법무장관의 열린우리당 복귀가 임박한 것 같다. 천정배 장관 스스로 언론 노출도를 높이고 있고, 당 안에서도 복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천정배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거리가 되면서 언론의 관심은 자연스레 그의 속내에 맞춰지고 있다. 조기 복귀를 결정한 이유와 이후 대권 행보를 분석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분석은 엇갈린다. <한국일보>는 20일, 천정배-정동영 두 사람이 지난 13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당 안팎의 상황에 대해 깊은 교감을 나눈 사실을 전하면서 그가 김근태 의장 견제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동영계 입장에서도 김한길 원내대표나 강봉균 정책위의장만으로 김근태 의장계를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천정배 장관에게 손을 내밀 것이란 전망도 곁들였다.
반면 <경향신문>은 19일 "내가 당으로 복귀하면 김근태 의장과 경쟁구도가 될 것처럼 일부 해석하는 것은 오버"라는 천정배 장관의 말을 전하면서 그가 당으로 복귀해도 당분간 개인적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느 분석이 맞는 걸까? 선뜻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당 복귀 앞둔 천정배 장관의 속내는?
<한국일보>가 읽은 당내 상황, 즉 역학구도는 틀리지 않다. 천정배 장관의 당 복귀는 대권 행보 개시를 뜻한다. 하지만 그의 당내 기반은 탄탄하지 않다. 그가 과거에 원내대표로 '잘 나갈' 수 있었던 것도 이른바 천-신-정 협력 체제에 기댄 덕이었다. 그런 점에서 정동영계와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천정배 장관이 정동영계와 협력하려면 공동전선을 창출해야 한다. 바로 김근태 의장이다.
그렇다고 <경향신문> 기자가 전한 천정배 장관의 말을 흘려버릴 수도 없다. 강도가 세다. 천정배 장관은 "일단 의장에게 전권을 주고 당을 잘 수습하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당과 원내의 투톱이 문제"라며 "(김근태 의장이 주도하는)서민경제추진위에서 계획을 세워도 (정동영계가 장악한)정책위에서 다른 의견을 내세우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달리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는 당내 상황에, <경향신문>은 본인의 말에 기대 다른 전망을 내놨다. 근거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는 건 무리다.
오히려 거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두 신문이 내세운 근거를 조합하면 어떨까? 그럼 이런 진단이 나온다. 천정배 장관이 처한 상황과는 다른 말을 하고 있거나, 본인의 공언을 지킬 만큼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 말이다.
무슨 뜻일까? 그 해답은 천정배 장관의 말 속에 녹아 있다. 그는 김근태 의장과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두 가지 단어를 동원했다. '일단'과 '수습'이다. 김근태 의장의 역할은 당 수습이니까 일단 지켜보겠다는 뜻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동영계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이선으로 후퇴했다. 그런 정동영계가 김근태 의장을 대놓고 흔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천정배 장관이다. 총대를 멜 리 만무하다.
이렇게 보면 천정배 장관의 '말 따로 상황 따로'는 시한부 성격을 띤다. 당 수습기간에는 김근태 의장과 '공존'하고 정동영계와 '협력'하는 이중행보를 보일 것이다.
그럼 공개적으로 당 수습기간 종료를 선언할 시점은 언제일까? 일각에서는 7·26재보선 직후를 꼽는다. 열린우리당이 7·26재보선마저 참패할 경우 김근태 의장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현실성이 적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 참패하는 순간 7·26재보선 패배는 기정사실이 됐다. 등을 돌린 수준이 아니라 아예 각 방을 쓰는 지경에까지 이른 민심을 두 달 만에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김근태 의장의 임기 만료 시점인 내년 2월을 내다보는 것도 무리다. 대선후보 경선이 임박할 때까지 김근태 의장이 전권을 행사하게 놔두면 당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장담할 수 없다.
격전장이 될 가을 정기국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