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으로? 교육부총리의 이름으로!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김병준 후보자의 두 딸들 외고 편·입학 논란

등록 2006.07.19 10:36수정 2006.07.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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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후보가 18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후보가 18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의 안민석 의원이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를 이렇게 치켜세웠다. "청문회를 보면서 김병준 후보자가 이렇게 개인적으로 흠이 없는 분이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오죽 지적할 사항이 없었으면 자녀 문제를 갖고 이렇게 공방이 오가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김병준 후보자도 두 딸의 외국어고 입학은 100% 합법이라고 했고, 그럴 만한 정황도 있으니까 무조건 몰아세울 수는 없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말을 바꿔보자. "오죽했으면 두 딸을 외고에 보냈을까?"

김병준 후보자는 이렇게 말했다. "다들 좋다고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을 외국생활 경험이 있는 학생이 많은 외고에 보냈던 것… 학교 경쟁력만 생각했다면 강남 학교에 보냈을 것이다."

입시 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국내 적응 때문에 두 딸을 외고에 보냈다는 말이다. 일본에 1년 체류한 걸 갖고 국내 적응 운운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접자.

'아버지' 김병준의 마음

놓쳐서는 안 될 게 있다. '아버지' 김병준의 마음이다. 두 딸의 국내 적응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 그래서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길을 찾은 아버지의 노력이 눈에 선연히 들어온다.

이해 못할 건 없다. 자식을 둔 사람 치고 '아버지 김병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자식의 입시 경쟁력이 걱정 돼 강남 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물론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마음은 똑같은데 능력이 다르다. 어떤 아버지는 배운 게 없어서 국내를 전전하지만 어떤 아버지는 딸을 데리고 유학도 갖다 온다. 이건 특수한 경우니까 예외로 치고 보편적인 현상을 얘기하자. 어떤 아버지는 벌이가 좋아 강남으로 이주하지만 어떤 아버지는 살림살이에 쪼들려 강남 이주는 꿈도 못 꾼다. 그럼 그 자식들은 어떻게 될까?

어떤 자식은 '부모 덕'에 명문대 가고, 어떤 자식은 '부모 탓'에 비명문대에 만족해야 한다. 이게 현실이다.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나온 게 고교 평준화이고, 3불 정책이다.


그럼 이에 대한 '교육부총리 김병준'의 생각은 뭘까? 두 딸을 외고에 보낼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했는데 지금은 달라졌을까?

'교육부총리' 김병준의 속내

김병준 후보자는 청문회장에서 단호했다. "고교 평준화 같은 입학 전형에 관한 문제는 자칫하면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으며 교육 양극화와 지식 양극화 등 사회를 분할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고, "외고가 평준화에서 벗어나는 등 설립 취지를 제대로 못 살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교육부는 엉뚱하게도 외고 지역제한 시행시기 유보를 발표했다. 2008학년도부터 시행하려던 계획을 2년 연기한다면서, 그것이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의 입장이라고 했다.

대다수 언론은 말이 좋아 연기이지 사실상 철회라고 진단했다. 2008학년도와 2010학년도 사이에 대선이 끼어 있는 걸 주된 근거로 들었다.

그럼 따져보자. '교육부총리 김병준'의 고교 평준화 유지 입장과 외고 지역제한 연기 입장은 양립 가능한 건가? 아니다.

'교육부총리 김병준' 스스로 외고가 평준화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더 유력한 근거도 있다. 교육부는 외고 지역제한을 전격 발표하면서 그 이유로 평준화 유지를 들었다. 지방선거에서 외고 유치 공약들이 잇따랐는데 이 공약이 현실화하면 전국에 외고만 100개 넘게 늘어나 고교 평준화 체제의 근간이 깨진다는 주장이었다.

교육부의 이 주장을 그대로 따르면 '교육부총리 김병준'이 스스로 고교 평준화체제의 근간을 깬 셈이다.

물론 과장이 끼어있을 것이다. 선거 공약이 제대로 지켜진 게 얼마나 되겠는가. 외교 유치 공약을 내세웠다고 그대로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니까 뚝 자르자. 절반, 아니 70%를 뚝 떼어내자. 그럼 30곳의 외고가 신설된다. 기존 외고가 31곳이니까 도합 61곳이 된다.

전체 입학정원이 8500명인 외고의 2002학년도 입시 경쟁률이 6.3 대 1이었으니까 5만 3500여명의 중학생이 외고 진학에 목을 맸던 셈인데 이 숫자가 갑절로 늘어난다. 10만 명의 중학생이 외고 입시에 시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 뿐이 아니다. 상위 10개 대학 어문계열 입학 정원은 4200명, 반면 외고의 현재 입학정원은 그 두 배다. 여기에 다시 두 배가 곱해지면 외고 졸업생들만으로도 상위 10개 대학 어문계열 경쟁률이 4 대 1이 된다. 일반고 출신은 상위 10개 대학 어문계열 진학은 꿈도 못 꾸게 된다.

외고 진학, 능력에 맞게 대처하라?

외고 지역제한책이 교육부의 졸속 행정으로 상투를 잡히더니 이번엔 '교육부총리 김병준'의 날림 지시로 아예 상투를 잘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덕분에 고교 평준화체제는 봉두난발이 되게 됐다.

'아무 생각 없이' 두 딸을 보낸 '아버지 김병준'은 4년 뒤 교육부총리가 되어 '여러 생각 끝에' 외고 진학 길을 넓혀주기로 했다. 그 길은 물론 100% 합법이다.

이제는 '아버지'들의 몫이다. 자율적으로 결정해서 능력에 맞게 대처하면 된다. 교육양극화와 지식양극화의 피해자가 되기 싫으면 죽어라 돈을 벌고, 그렇지 않으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돈을 버는 방법은 100% 합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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