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대표와 조순형 7.26재보선 성북을 당선자, 김효석, 김홍일 의원이 27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조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며 웃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12석의 미니정당이 142석의 거대정당과 통합을 이루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주도권을 쥐려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방법은 '거대'를 몇 개의 '미니'로 쪼개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분당세력과 통합 불가' 원칙은 '당 대 당 통합 불가'를 실현시키기 위한 지렛대라는 해석이 나온다. '분당세력과 통합 불가'는 목표가 아니라 방법, 과정이라는 얘기다.
한화갑 대표가 분당세력을 운위하면서도 이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화갑 대표는 지난 24일 CBS <뉴스레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분당세력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을 지금 제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앞에 놓여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분당은 이미 완료된 일이다. 분당세력이 누구인지도 확연하다. 그런데도 한화갑 대표는 특정하는 것을 피했다. 왜 그런지는 자명하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분당세력의 범위를 달리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 위해서다. 분당세력을 "분당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넓게 벌린 이유도 같다. 지금은 압박할 때이지 추려낼 때가 아니다.
이 지점에서 중간 결론이 나온다. 민주당이 범여권 통합 명분의 주도권은 쥐었을 지 모르지만 통합 추진력을 완비하지는 못했다는 점, 따라서 열린우리당의 향배는 여전히 범여권 통합의 주요변수라는 점이 그것이다.
때마침 분당세력의 한 축이라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열린우리당에 복귀했다. 복귀 일성으로 그가 토한 말은 "아직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당의 재건과 민생개혁의 전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도 했다. 정동영 전 의장의 자강론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또 다른 축인 신기남 전 의장은 대선후보를 조기에 가시화 하자고 했다. 물론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다. 독일로 떠난 정동영 전 의장은 말이 없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일단' 열린우리당의 틀을 고수하자는 쪽이다.
그렇다고 '완전일치'라고 보기도 어렵다. 천정배 전 장관은 "민주당 조순형 전 대표와 추미애 전 의원을 열린우리당으로 데려오지 못한 것, 나아가 한화갑 대표를 끌어안지 못한 것이 이 정권의 한계였다"고 했다.
하지만 신기남 전 의장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 자강, 또는 홀로서기에 일단 진력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의견이 같지만 '그 다음'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한화갑 대표가 분당세력 추려내기를 "현실적으로 앞에 놓여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천-신-정 그룹'도 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막다른 길에 몰릴 김근태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