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할수록 커지는 김병준 '불'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교육부총리 사퇴 요구 직면, 노무현의 선택은?

등록 2006.07.28 09:53수정 2006.07.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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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교육부총리.
김병준 교육부총리.오마이뉴스 이종호
언론은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역대 최단임 장관'을 도표로 만들어 실은 신문(<한국일보>)이 있을 정도다.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자기 논문 재탕 '사실'까지 겹쳤으니 사퇴 요구가 나올 만도 하다. 언론만이 아니다. 민주화를위한교수헙의회도 오늘(28일), 김병준 부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태가 커지자 김병준 부총리가 직접 나섰다. 어제 기자실을 찾아가 논문 재탕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봐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이어서 청와대가 나섰다. 정태호 대변인은 "김병준 부총리가 기자간담회에서 충분히 설명했다"며 "김병준 부총리의 설명 내용을 들어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이런 시인과 두둔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김병준 부총리가 2001년에 자기 논문을 재탕한 것 외에 98~99년에도 똑같은 행위를 한 적 있다고 오늘 보도했다. 이로써 김병준 부총리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음이 확인됐고, 국민은 "이해 되지" 않는 상황이 연출됐다.

내각 인사, 거 쉽지 않네

노무현 대통령의 처지가 참으로 곤혹스럽게 됐다. 말 그대로 '진퇴유곡'이다. 마음 같아선 돌파하고 싶지만 여의치가 않다. 그 순간 '김병준 교육호'는 키를 잃어버린다.


참여정부가 공을 들이는 교육개혁은 대학 구조조정이다. 이 사실은 지난 21일의 김병준 부총리 취임사에 그대로 녹아있다. "산업 수요와 연계된 인력 양성을 위해 산학협력을 실질화하겠다"고 했고, "대학 구조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식사회에 부응하는 인력공급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대학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특성화를 유도해 경쟁력을 높이고 인력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


청와대가 재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기준 교육부총리 카드를 고집하다가 재임기간 57시간 30분의 역대 최단명 장관 2위 기록을 낳은 이유 그리고 코드 논란과 딸 외고 전학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병준 카드'를 고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시작부터 어깃장이 났다. 대학 구조조정의 완결태는 교수 연구역량 강화다. 그래야 고급 인력이 양성된다. 하지만 김병준 부총리의 논문 표절은 교수 연구역량 강화 목표를 흔들어버렸다. 논문을 표절한 교육 수장이 교수 연구역량 강화를 독려해봤자 영도 안 서고 면도 안 선다.

그렇다고 후퇴하자니 이 또한 갑갑하다. 그러면 정치적으로 치명타를 입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권오규-김병준을 내각의 투톱으로 배치했다. 두 사람 모두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이다. 이 두 사람을 경제와 교육을 관장하는 부총리에 앉힘으로써 집권 후반기의 국정 이완현상을 틀어막고자 했다.

그래서 열린우리당 일각의 '김병준 반대' 주장을 일축했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촉수엄금'을 선언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만 당 우위의 정치상황을 막고 최소한 당-청 수평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김병준 부총리는 국정과 정치를 두루 아우르는 '전략 거점'이었다. 그런 김병준 부총리를 끌어내리면 전선을 통제할 수 없다.

때마침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후임 법무장관 인선에 대한 당의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했다. <한국일보>의 보도다. 말이 좋아 의견 전달이지 기실은 '문재인 법무장관' 반대라고 한다. '엄금'을 명했는데도 열린우리당은 또 다시 '촉수'를 감행하려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의 선택은?

이런 상황에서 김병준 부총리를 끌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권위는 시들어버린다. 숱한 손질에 잎이 누렇게 말라가는 식물처럼…. 어찌할 것인가?

7·26재보선에서 참패하자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39명이 성명을 냈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질책과 요구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과 함께 하는 방안들에 대해 더 깊은 성찰과 고뇌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초·재선 의원의 이런 추상적인 요구는 발표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상황과 맞물리게 됐다. 원론적인 바람이 현실적인 갈등 양상을 띠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정계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당청관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문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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