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 이사와 상죽마을에서 15년을 살았다는 심두영할머니조태용
윗대내를 겨우 넘어서 밤나무 밭을 지나 대나무 숲을 헤치고 나오니 드디어 상죽마을 첫 집이 눈에 들어온다. 겉에서 보기에도 전망 좋은 곳에 지어진 집으로 봐서 이 마을 원주민이기보다는 외지 사람인 듯 싶었다.
"아니 왜 거기서 나와 거기 길도 없는데…."
산길을 뚫고 나오는 나에게 말은 건 것은 그 집주인 심두영(75) 할머니였다. 심 할머니는 15년 전에 여수에서 이곳으로 이사와 자리를 잡고 사신다고 하신다. "시원한 냉수라도 먹고 가요" 하면서 냉수 한 사발을 권한다.
"할머니 여기 사시니까 좋아요?"
"경치 좋고 공기 좋아서 좋은데 차비가 비싸."
문수골은 버스가 들어오지 않고 가게가 없어서 1000원 짜리 물건을 하나 사려고 해도 택시비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인 토지면 오미리도 하루에 들어오는 버스가 딱 3대라고 하니 차가 없는 사람은 살기 불편하단다. 하지만 마을에는 대부분 돈 있는 사람들이 큰집을 짓고 잘 살고 있다며 이 마을에는 10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한다. 마을을 둘러보니 할머니 말씀처럼 동네에는 산골에 어울리지 않은 큰집들이 여러 채 있었다.
이 동네에 원주민이 살았던 것 같은 소박한 스레트 지붕을 올린 집도 보긴 했지만 그 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스산해 보였다. 마을에서 도로까지는 고작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문수골에는 상죽마을 위쪽에는 영암촌이라고 불리는 중대 마을이 있고, 그 위쪽으로도 밤재마을이 있다. 또한 그 안쪽으로 들어가면 곰을 키우는 문수사가 있다. 하지만 문수사까지 들어갔다 오려면 한참을 가야 한다.
문수골로 흐르는 계곡이름은 문수골 골짜기가 아니라 덕은내라고 되어 있다. 단풍으로 유명한 피아골 계곡도 계곡이름은 피아골 계곡이 아니라 연곡천이다. 사람들이 흔히 부르는 이름과 행정관청에서 정해준 이름에는 이처럼 차이가 있다. 흔하게 밤다리라는 마을은 율교가 되고, 상죽마을 건너편 영암촌이 중대가 된 것도 그런 이유다.
덕은내를 건너기 위해서는 영암촌까지 올라가서 다리를 건너가는 방법이 있고, 밑으로 내려와서 문수재를 넘어 가는 방법이 있다. 산 속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해 문수재 저수지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