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또 다른 이야기로는 '장재할매가 부처님께 천일기도를 통해 지극정성으로 남편이 과거에 급제하게 해 달라고 빌었는데, 남편은 서울에서 과거준비를 하면서 글을 가르치던 양반집 딸과 눈이 맞았던 모양이다. 과거 급제 후 그 여인과 손을 잡고 내려오는 것을 부처님이 노해서 두 사람을 돌로 변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곳 주민들은 사랑하는 연인이 손을 잡고 '장자할매'에게 소원을 빌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안개 낀 고군산군도의 모습은 신비스럽다. 날씨가 좋은 날 볼 수 있는 비경들 못지않게 안개 낀 날 볼 수 있는 선유도는 '정말 신선이 놀았을 정도'로 신비스럽다. 선유도를 기준으로 대장도와 장자도가 연결되어 있고, 다른 쪽으로 무녀도와 선유교가 놓여 있다. 이들 섬을 관리도, 방축도, 횡경도, 야미도, 신시도, 두리도 등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다. 그래서 바다의 호수라고 했던 모양이다. 장자도는 학생들의 통학을 위해 만들었던 다리로 대장도와 연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는 대장도까지 포함해 장자도라고 하지만 자연마을은 가제미(장자도), 장제미(대장도)로 구분한다.
지금은 선유도에 비해서 경제적으로나 인구로 보나 작은 섬이지만 이곳은 일찍부터 자연포구로 중요한 피항지였다. 그런 덕에 해방 전후 장자도는 90여 호가 마을을 이루며 조기잡이 배에 기대어 살았다. 천혜의 조기어장 덕에 일제는 1917년 어청도 어업조합 이후 두 번째로 1919년 이곳 장자도에 고군산군도 어업조합을 만들었다. 수산자원이 풍부했던 까닭에 이를 수탈하기 위한 전초기지를 만들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