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날벼락, 여관으로 직행!

[자전거여행 현장보고-중국편 17] 8월 7일 구이양-쿤밍 4일차

등록 2006.08.12 12:52수정 2006.08.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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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 구름이 꼭 '산'처럼 보였다.
산 위에 구름이 꼭 '산'처럼 보였다.박정규
저녁 6시. 비가 계속 오고 있다. 이런 날은 일찍 여관 가서 쉬는 게 낫다. 우의를 입고 나가려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씨우시(쉬다가세요)" 한다. "메이스(괜찮습니다)"라고 답하고 내리막을 향해 출발했다.

다행히 저렴한 여관을 찾았다. 주인아저씨가 자전거는 1층에 세워두면 된단다. 하지만 폭우 속에 자전거 혼자 밖에서 지내게 한다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내가 2층까지 들고 올라갈 테니 실내에 주차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자, 웃으면서 승낙해주셨다. 컴퓨터 가방만 분리한 채, 자전거를 들고 20계단 가량 올라가는데 아직은 힘들다. 나중에는 모든 짐을 그대로 실은 자전거를 번쩍 들 수 있는 날이 오겠지?



2006년 8월 7일 월요일. 구이양–쿤밍 4일차 / 저녁 마른하늘에 '장대비' 시작.

08시 기상. 충분히 쉴 겸 여행기도 정리할 겸 오전은 숙소에서 휴식.

'왕바(인터넷카페)'의 위치를 확인하고 찾아가는데 생각보다 도시가 크다. 1.5km 짧은 오르막과 평지를 달려 '카페'에 도착했는데, '한글 설정, USB 사용 불가'. 설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봤지만, 아주머니는 '할 줄 모른다. 안된다'는 말만 계속한다. 다음 마을에서 다시 해봐야겠다.

인근 시장에서 충분히 식은 튀김 2개, 국수 한 그릇으로 아침 해결. 따뜻한 튀김은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도 맛있는데… '충분히 식은 튀김'은 그냥 밀가루 맛이 난다. 내용물이 없는 튀김들은 '양념장(고추)'을 뿌려 먹는다.

이들은 가파른 내리막을 신나게 내려오고, 난 올라가고 ^^;
이들은 가파른 내리막을 신나게 내려오고, 난 올라가고 ^^;박정규
물뜨러온 아주머니가 내 물통도 손수 채워주셨다.
물뜨러온 아주머니가 내 물통도 손수 채워주셨다.박정규
14시 5분. 9.7km 지점. 능선 슈퍼.


2km 오르막을 올라, '관링 시가지'를 벗어났다. 내리막이 나올 줄 알았는데, 짧은 내리막 후 평지가 계속 이어졌다. 마치 산 아래 마을을 달리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도로 양쪽에는 밭이 있고, 마을이 부정기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슈퍼에서 '수웨이징량픈'이란 걸 주문. 시원한 물 안에 젤리가 가득 들어있고, 건과가 함께 들어있다. 시원 달콤 씹는 맛이 좋다. 작은 테이블 위에서 먹었는데, 오른쪽 끝에 고양이가 자고 있었다. 방해되지 않게, 난 왼쪽 끝에서 조용히 간식을 먹었다. 자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고양이님 깨실까봐 왼쪽 한 켠에서 간식을 조심조심 먹었다.^^
고양이님 깨실까봐 왼쪽 한 켠에서 간식을 조심조심 먹었다.^^박정규

17시 5분. 24.1km 지점. 내리막 앞둔 식당.

시홍시 차오지떼(토마토, 계란볶음), 따미(밥) 주문. 먼저 밥 먹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밥을 다 먹고 일어서려는데 뜨거운 태양이 있음에도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중국 호랑이 장가가는 날인가?

트럭 기사 분들이 와서 자전거를 들어보고, 그 무게에 놀란다. 하긴 짐 포함해서 40kg 정도 나갈 테니까… 약간 두통이 느껴진다. 다행히 1km만 내려가면 마을도 있고 '왕바'도 있단다. 오늘은 그곳에서 쉬어야겠다. 빗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꼭 누가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는 착각이 든다. 18시까지 기다려 보고, 비가 그치지 않아도 출발하기로.

제법 높은 오르막에서 땔감을 줍고 계신 할머니 모습이 안쓰러웠다.
제법 높은 오르막에서 땔감을 줍고 계신 할머니 모습이 안쓰러웠다.박정규

18시. 식당. 비가 계속 오고 있다. 여관으로 일찍 가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우의를 입고 나가려는데,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씨우시(쉬다가세요)", "메이스(괜찮습니다)"라고 답하고 내리막을 향해 출발.

다행히 5분 문의 만에 저렴한 여관을 찾았다. 2층만 여관으로 사용. 주인아저씨가 자전거는 1층에 세워두면 된단다. 폭우 속에 자전거 혼자 밖에서 지내게 한다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내가 2층까지 들고 올라갈 테니, 실내에 주차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자, 웃으면서 승낙해주셨다.

저런 식으로 산과 마을이 이어지고 있었다.
저런 식으로 산과 마을이 이어지고 있었다.박정규
오늘 달려본 결과, 굉장히 많은 터널이 필요할 것 같다.
오늘 달려본 결과, 굉장히 많은 터널이 필요할 것 같다.박정규
컴퓨터 가방만 분리 한 채, 자전거를 들고 20개 가량의 계단을 올라가는데 아직까지는 힘들다. 나중에는 모든 짐을 그대로 실은 자전거를 번쩍 들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주인아저씨께 인근 '왕바' 위치를 물으니, '덩이샤, 덩이샤(기다려주세요)', 잠시 후 우산을 챙겨 나오신다. 안내를 해주시려나 보다. 함께 15분 가량 걸어 목적지 도착. 아저씨도 위치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오는 길에 3번이나 위치를 물어본 걸로 봐서.

아저씨가 몇 시간 있을 건지 물어본다. 데리러 오려나 보다. 괜찮다고 길 아니까 혼자 갈 수 있다고 하자, 아저씨는 다시 여관으로 가셨다.

골목 2층 건물에 위치한 작은 '왕바'. 컴퓨터도 10대 남짓. 이곳도 역시 '설정'이 막혀있다. 종업원에게 문의하자, 쉽게 설정을 풀어 줬고 USB 사용도 허락해줬다. 속도도 생각보다 빠르다. 오늘 아침부터 열심히 작업한 글과 사진들을 홈페이지에 모두 업로드하고, 중요한 메일 발송 후 다시 숙소로.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오마이뉴스 고정미

여행 수첩

1. 이동경로: 구이저우 관링시– 구이저우 관링시 용링증(국도 320번)

2. 주행거리 및 시간: 25.4km / 2시간40분 / 평균속도 9.1km/h / 누적거리 3,939km

3.사용경비: 38Y
아침 겸 점심: 2Y / 저녁: 8Y / 숙박비: 10Y / 인터넷카페 3시간: 6Y
소시지 4개: 4Y / 수웨이징량픈 한 그릇: 1Y / 빵2개: 1Y /
토마토 주스 600ml 한 병: 3Y / 밤참(라면 한 그릇): 3Y

4.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겸 점심: 튀김 2개(식어서 맛이 없었다.), 국수 한 그릇
저녁: 시홍시 차오지떼(토마토 계란 볶음), 따미 세 그릇(밥)
밤참: 중국식 라면 한 그릇

2) 간식
- 물 2.4ml / 소시지 4개 / 수웨이징량픈/ 빵 2개 / 토마토 주스 600ml 한 병

5. 신체상태: 혓바늘 조금, 전체적인 피로감.

6. 도로분석

2km 오르막 후, 2.4km부터 능선 평지 같은 길.
12km 지점 오르막 시작, 16.7km 지점 내리막 시작, 17.7km 지점 오르막 시작,
18.4km 지점 내리막 시작, 19km 지점 오르막 시작, 21km 지점 내리막 시작,
22km 지점 오르막 시작, 23km 지점 내리막 시작, 23.8km 지점 오르막 시작,
24km 지점 내리막 시작.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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