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이제부터 이야기하려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이 좋은 낙지잡이 이야기다.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내가 직접 먹어봤기 때문이다. 허기가 진 탓에 객관적인 맛을 판단할 능력을 잃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맛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35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갯벌 한 가운데에서 낙지를 잡던 아주머니가 들어오는 갯벌에 헹궈 건네준 낙지를 잡고 머리부터 씹어 먹었다.
낙지의 8개의 다리(사실은 팔이다. 몸통과 팔 사이에 머리와 눈이 있다. 낙지머리로 알고 있는 먹통이 사실은 몸통이다)가 얼굴을 감싸고 어떤 발은 들어가서는 안 될 곳으로 다리를 들이민다.
한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기에 어찌 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부지런히 씹는 것 밖에. 내가 생각해도 자연스럽다. 우물우물 씹으며 아주머니를 뒤쫓았다. 맛이 있다. 내가 평생 먹어본 낙지 중에 이렇게 맛있는 낙지는 처음이다. 그리고 셔터를 눌러댔다.
이른 아침을 먹고 점심을 거른 채 오후 3시가 넘도록 아주머니를 따라 갯벌을 쏘다녔으니 배가 고프다 못해 속이 쓰렸다. 이런 상태에서 여름 생낙지를 씹어 먹으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탈이 나지 않을까. 한 마리를 먹었는데도 든든했다. 허기가 싹 가셨다. 그래서 보양식이라 하는 모양이다. 여름을 넘기기 위해 삼복에 큰 낙지나 문어를 넣고 죽을 쑤어 먹지 않았던가.
앞서가는 아줌마를 조심스럽게 뒤쫓았다. 갯벌에서 꽃발을 딛는다고 하면 믿겠는가. 조금이라도 인기척이 들이면 낙지들이 구멍으로 들어가 버린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애들이 소꿉장난 하듯 만들어놓은 갯벌로 만들어 덮어놓은 작은 무덤을 들추기가 무섭게 낙지를 집어내야 한다. 이렇게 잡는 낙지를 묻음낙지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