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뼈가 물러지지 진도미역은 안 물러져"

[김준의 섬이야기42]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

등록 2006.08.10 11:54수정 2006.08.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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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는 육지가 되어버린 섬이다. 그 섬의 남쪽 끝에서 다시 배를 타고 30여분을 바다를 가르면 섬들이 새 떼처럼 모여 있다는 조도에 이른다. 이곳에서 다시 30여분을 가면 도착하는 신비로운 섬이 관매도다. 진도군 조도면에 자리한 관매도는 관매, 장산, 관상 세 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래 지명은 '볼매'였다. '새가 먹이를 물고 날아가다 잠깐 쉬어가는 섬' 관매도는 매가 날개를 펴고 나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 동안 입소문으로만 알려진 이 섬은 아름다운 곰솔밭과 해수욕장이 소개되면서 여름철이면 해수욕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a 관매도 해수욕장과 천막

관매도 해수욕장과 천막 ⓒ 김준

시집간 딸에게 어머니가 챙겨주던 미역, '진도곽'


관매도를 포함한 조도지역은 일찍부터 조기잡이 '닻배'로 널리 알려진 지역이다. 이곳에서 시작해 위도 칠산어장까지 풍선배를 타고 다니며 조기잡이를 했다. 객주들을 비롯해 큰 배를 부리는 선주들은 목포를 비롯해 칠산어장의 조기 길을 훤히 꿰뚫어 조도사람들을 선장으로 모시려고 노력했다. 지금도 목포 등 서남해역의 큰 잡이 배나 안강망배 선주들 중에는 종종 관매도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지금도 관매도 주민들은 멸치낭장, 꽃게잡이, 미역과 톳양식 등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관매도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생업으로는 자연산 '미역'이다. 조간대(만조 때의 해안선과 간조 때의 해안선 사이의 부분. 주민들은 '갱본'이라 칭함)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해초들로는 세모, 가시리, 미역, 톳, 듬북이, 파래…, 헤아리기가 숨차다. 반찬거리로 채취하는 돌김은 20여 년 전만 해도 뜯어서 팔았던 것들이다. 이런 해초류 외에 소라, 고동, 전복, 배말, 조개류 등 각종 패류가 철철이 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인근 바다에서 잡는 고기로는 봄철에는 도다리가 대표적이며 간재미, 서대, 아귀 등이, 여름철에는 농어가 가장 맛이 좋고, 우럭, 광어 간재미 등이 잡히고 있다. 가을과 겨울에 맛이 좋고 잘 잡히는 고기로는 돔을 덮을 게 없다. 이외에도 숭어, 농어, 아나고(바닷장어), 문어, 꽃게, 우럭, 놀래미, 학꽁치, 민어, 상어 등이 잡히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고기가 잡힌다는 것은 바다의 건강성을 입증하는 것이리라. 주민들이 상업보다는 생업으로 바다와 갱본을 대해왔기 때문이다.

a 양식미역 가닥을 만들고 있는 관호리 주민들

양식미역 가닥을 만들고 있는 관호리 주민들 ⓒ 김준


a 자연산 미역을 건조시키는 관매리 주민

자연산 미역을 건조시키는 관매리 주민 ⓒ 김준


a 낭장망을 이용해 잡은 멸치를 가공하는 어민들

낭장망을 이용해 잡은 멸치를 가공하는 어민들 ⓒ 김준

그 대표적인 것이 조간대 즉 갱본을 운영하는 어민들의 지혜이다. 사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서남해안의 대부분의 양식장은 관매도와 같이 운영되었다. 관매리의 조간대 해안은 '샛기너머', '어나기미', '목섬', '각흘도', '계름' 등으로 구분된다. 이를 '잭원'이라고도 부르며, 그 구성원이 되는 것을 '짓'을 든다고 한다. 갱본을 이렇게 다양한 짓으로 구분하는 것은 그만큼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를 '갱본'이라고 부르는데 접근성이 좋은 샛밭너머와 각흘도 짓은 접근성이 좋아 나이가 있는 노인들이 작업을 하고, 목섬 등 멀리 나가야 하는 짓은 젊은 사람들이 작업을 한다. 갱본 작업이 많은 벌이가 되지는 않지만 노인들의 생활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해초가 잘 붙도록 바위도 닦아주고, 여름철에는 미역바위가 마르지 않도록 물을 뿌려주는 대가로 갱본은 '생활비'를 제공한다. 생활보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같은 갱본의 구성원들은 자연산 미역과 톳은 공동채취 공동 분배한다. 채취는 8월 여름에 많이 하는데 파도가 없고, 날이 좋은 날을 정해 작업을 한다.


a 멸치잡이를 많이 하는 관호리

멸치잡이를 많이 하는 관호리 ⓒ 김준


a 관매해수욕장과 곰숲이 있는 관매리

관매해수욕장과 곰숲이 있는 관매리 ⓒ 김준

자연산이라고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관매리의 자연산 미역은 1속(20가닥)에 10-2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가격이 차이가 나는 것은 갱본에 따라서 자연산 미역값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때 가장 좋은 미역으로 평가되던 각흘도 잭원의 미역은 최근 양식미역과 색깔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하여 6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참고로 양식미역은 1속에 2-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관매리에서는 어나기미, 해기넘머, 목섬 잭원 등은 속당 29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자연산이라고 해서 아무런 노력 없이 때가 되면 미역을 얻는 것이 아니다. 우선 갱본별로 미역바위닦기를 해야 한다. 이를 '갯닦기'라고 하는데, 음력 설을 전후해서 3-4일 바위를 닦는 일은 찬바람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포자가 바위에 붙기 전에 닦아야 때를 놓치지 않는다. 이때 불참하면 2-3만원의 벌금을 내야하며, 인근 관호마을은 불참을 한 경우 짓(분배)을 주지 않기도 한다.

다음으로 6월초에서 7월 중순까지 '미역밭 물주기'가 있다. 조금 등 만조 때는 걱정이 없지만 사리 물때에는 바위가 드러나 미역이 뜨거운 햇볕에 익어버리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바가지로 물을 퍼서 줘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7월 중순이후 장마를 피해서 4-5일 채취를 한다. 채취 후에도 이틀은 말려야 하기 때문에 날씨가 매우 중요하다 채취하기 전에 태풍이라도 맞는다면 생산량은 3분의 1로 줄어든다. 부착된 미역이나 톳들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지난 태풍에 관호리 꽁돌 갱본에는 몇 명의 주민이 열심히 무엇인가 줍고 이었다. 한참을 갱본을 오가며 망태에 주워 담더니, 남자는 어깨에, 여자는 머리에 이고 가파른 길을 올라왔다. 아직도 태풍의 여진이 남아 있어 족히 30여 미터가 되는 절벽 아래에서 바위에 부딪힌 짠물방울이 안개처럼 올라왔다. 주민들이 줍고 있었던 것은 톳이었다. 곰솔숲이 우거진 관매해수욕장 주변에도 관매리 어민들이 나와서 모래사장으로 밀려온 톳을 줍고 있다. 이것들은 마을어장의 양식 톳들이 파도에 떨어져 나온 것들이다. 날씨가 계속 좋지 않은 탓에 작업을 못한 양식 톳들이 피해를 입었다.

a 자연산 미역과 톳을 채취하는 각흘도 갱본

자연산 미역과 톳을 채취하는 각흘도 갱본 ⓒ 김준


a 태풍에 밀린 톳을 갱본에서 주워 올라오는 어민

태풍에 밀린 톳을 갱본에서 주워 올라오는 어민 ⓒ 김준

관매도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연해변이다.

진도의 딸린 섬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누구나 관매도를 이를 것이다. 이제 관매도는 진도만이 아니라 전국의 어느 섬에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 경관을 지녔다. 이제 그 동안 아는 사람들 사이에 전하는 입소문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관매도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아름다운 '관매8경'이 있다.

그 제1경은 길이 3km, 폭 200m의 관매도해수욕장이다. 이곳 곱고 부드러운 관매도해수욕장의 모래 빛깔이 황색 빛을 띤다 하여 일명 황사장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이 해수욕장의 백사장 뒤로는 3백년 이상의 소나무 곰솔 숲이 빽빽하게 우거져있다. 이 소나무 숲은 우리나라 해수욕장 가운데 가장 넓은 나무숲으로 숲길을 따라 산림욕을 할 수 있는 천혜의 해수욕장이다.

제2경은 '꽁돌'과'돌묘' 이다. '꽁돌'은 관매도 관호마을 고개를 넘어가면 볼 수 있는 기묘한 형태의 둥근 바위이다. 지름 4~5m의 이 바위에는 손바닥의 손금 모양이 크게 새겨진 것과 같은 자국이 있다. 꽁돌 앞에 왕의 묘를 닮은 돌묘가 있다. 제3경은 '할미중드랭이굴'이다. 이 동굴은 길이가 너무 커서 사람들이 제대로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이며, 제4경은 방이섬(남근바위)이다. 이 섬에는 옛날 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 전설이 있다. 정상에는 남성의 성기를 닮은 바위가 우뚝 솟아있어 관광객들의 시선을 끈다. 아이를 갖지 못한 부부가 손을 꼭 잡고 방이섬 아래에서 치성을 드리며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제5경은 하늘다리'이다. 50m 높이의 바위 섬 두 개가 3m 간격으로 나란히 서 있는 풍경이다. 이 바위 섬 사이에 다리가 놓여있다. 제6경은 '서들바굴 폭포'이다. 관매도 서쪽에 위치한 서들바굴에서 떨어지는 폭포이다. 이 폭포는 밀물 때는 바닷물로 떨어져 볼거리가 된다. 제7경 은 '다리여', 제8경은 '하늘담'인데 특히 벽이 깎아지른 절벽이 절경이다.

a 천연기념물인 후박나무와 관매리 마을숲

천연기념물인 후박나무와 관매리 마을숲 ⓒ 김준


a 꽁돌과 돌묘가 있는 갱본, 이 조간대에서 자연산 미역을 채취한다.

꽁돌과 돌묘가 있는 갱본, 이 조간대에서 자연산 미역을 채취한다. ⓒ 김준

관매도에는 해수욕장 외에도 천연기념물 211호인 상록수림대와 212호인 후박나무가 있어 생태 테마 관광지로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외에도 풍부한 난대성 식물의 서식지로 학술적 가치도 높다. 최근에는 관매리 마을 곰솔숲을 살리고, 관매도 풍란인 '바람난'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아무래도 관매도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인공이 전혀 가해지지 않는 자연이 잘 보전되고, 그 곳을 이용하여 자연산 미역과 톳 등을 채취하는 '자연해변'이다. 그리고 그 자연해변을 지혜롭게 활용해 생업을 유지해가는 관매도사람들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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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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