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질 낙지잡이에 탄성 지른 개구장이들

[갯살림]전국 최초의 갯벌습지보전지역, 무안 달무리갯벌

등록 2006.08.08 15:18수정 2006.08.0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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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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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장마 탓에 움츠렸던 하늘이 활짝 열렸다. 가장 신이 난 녀석들은 여름캠프 날을 받아 놓고 하늘만 바라보던 아이들이다. 아니 엄마들이 더 신이 났을 것 같다. 이에 질세라 하얀 뭉게구름도 파란 하늘에 신나게 그림을 그린다.

전남 무안군 달머리 갯벌, 20여 명의 아이들이 하얀 옷에 노란 장화를 신고 갯벌로 들어선다. 방금 장승깎기 체험을 마친 아이들이 갯벌로 들어서는 소리는 참새들이 시골방앗간에서 짹짹거리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


선생님을 따라가던 한 아이가 바위에 눈길을 주더니 무리에서 빠져 나와 연신 웅덩이의 물을 부어준다. 그러자 죽은 듯 붙어 있는 따개비가 입을 연다.

"야 이것 봐 입을 열었어!"

앞서 가던 다른 친구도 발에 맞지 않는 노란 장화를 끌고 질척거리며 다가와 물을 바위에 퍼붓는다.

"어 진짜네"

이번에는 방게를 발견한 사내아이가 소리친다. 놀란 방게가 바위틈으로 숨자 아이는 바위에 코를 박고 녀석을 찾아내려고 용을 쓴다. 아이들을 모아 놓고 갯벌생물을 설명하려던 선생님이 힘에 겨워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천방지축 날뛰던 녀석들을 한 번에 해결한 사람은 마을주민이었다. 주전자와 낙지가래를 들고 나타난 마을주민은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말 것을 주문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더니 능숙한 솜씨로 갯벌을 파내려 간다. 열댓 번 가래질을 하더니 가래 끝에 꿈틀거리는 낙지를 올려놓는다. 아이들의 탄성이 이어지고 서로 낙지를 만져보려고 아우성이다.

"와 낙지다!"


선생님 곁에 모여 있던 아이들도 모두 주민에게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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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가래로 낙지를 잡다

달머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갯벌습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갯벌체험과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조성되고 있다. 2001년 전남 무안군 해제면 만풍리부터 현경면 해월리까지 함해만 일부 지역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갯벌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이곳 갯벌에서는 겨울철이면 굴을 까고, 사철 바지락을 작업을 하며, 기름 한 방울만 있어도 죽는다는 감태가 자라는 보기 드문 건강한 갯벌이다. 그리고 손낙지, 가래낙지, 낙지주낙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낙지를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어·전어·숭어 등 물고기도 많이 잡히고 있다. 특히 20여 명은 봄과 가을에 낙지주낙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마을이다. 달머리 60여 가구는 이렇게 갯벌에서 평균 4000만∼500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이날 아이들에게 보여준 가래낙지 잡이는 낙지의 서식환경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잡기 어렵다. 먼저 낙지가 서식하는 구멍을 보고 판단한다. 조심스럽게 갯벌을 걷다 보면 멀건 물이 나오는 구멍을 발견할 수 있다. 어민들은 이를 '부럿'이라고 부른다. 이런 부럿이 있는 곳은 일단 낙지가 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면 다른 구멍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두 개의 구멍을 확인한 후 연결하는 길목을 중심으로 파들어 간다. 하지만 의심이 많고 미끈 날렵한 낙지들은 안에서 다시 새로운 구멍을 만들기 마련이다. 노련한 어부들은 구멍을 파들어 가면서 낙지가 이동한 구멍을 추적한다.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서 낙지를 잡느냐 못잡느냐가 결정된다. 가래낙지 선수들은 한 물때에 200여 마리를 잡는다고 하니 그 기술에 혀를 두를 지경이다.

a 낙지가 살고 있는 곳, 낙지구멍 '부럿'이다.

낙지가 살고 있는 곳, 낙지구멍 '부럿'이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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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해만 갯벌이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같은 생태계권에 속한 함평지역 갯벌이 포함되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함평과 무안을 아우르는 함해만의 반쪽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비와 생태전원도시를 만들겠다는 지역이 보전지역 지정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래낙지로 모두 네 마리의 낙지를 잡았다.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일은 30분을 넘기기 어렵다. 무더운 날씨에 지친 녀석들은 벌써 수영장으로 들어가자고 선생님을 조른다. 달머리 갯벌의 작은 대섬을 한 바퀴 돌면서 체험을 마친 아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마을회관에 마련된 비빔밥이었다. 점심을 먹고 갯가로 수영장을 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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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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